가장 좋은 선물 상속노트 - 사랑이 기록으로 남다
서건석 지음 / 헤리티지코리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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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좀 놀랐다. 일단 판형이 앨범만큼이나 크고 두껍고 무거운 양장이다. 제대로 선물용처럼 만들어졌다. 구성은 책이라기보다 다이어리에 가깝다. 중반 이후부터는 국내 1호 상속 에이전트, 자산관리 대표라는 저자의 이력대로 상속세, 증여세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 법률 내용이 들어가있다. 저자는 화목상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처음에는 화목상속이 무슨 뜻인가 잘 이해가 안 갔다. 화목상속이라는 단어는 여러번 나오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는데 책을 읽고 유추해보니 재산에 관해 명확히 해둬야 사후에 자식들끼리 다투지 않을 테니 이런 상속 노트를 작성해서 재산 분할에 대해 미리 지정해두면 가족끼리 내내 화목할 수 있다는 뜻인 거 같다. 말하자면 화목한 가정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화목 상속이란 뜻이 아닌가 싶다. 즉 돈만 물려주는 게 아니고 가족끼리의 합의, 가치관, 추억 등도 같이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책이자 노트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이 필요한 세대는 평생 일궈놓은 재산목록을 작성할 수 있는 60~70대 이상으로 한정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니 꼭 나이가 많아진 후에야 상속 목록을 작성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 저자는 금전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관의 상속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저자는 가족끼리 미리 죽음 이후를 준비하는게 좋다는 취지로 마치 학생이 다이어리를 꾸미듯이 이 앨범식 노트를 구성했다.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노트를 쓸 당사자가 본인의 이름, 자화상, 가족 사진, 여행 이야기 등 자기 얘기를 남기게 되어있다. 2부에서는 좀 더 범위를 확대해서 가족에 관해 적는 란을 만들었다. 가계도, 가족에게 전하는 글 등을 쓸 수 있게 구성을 잡았고 3부는 정신적 유산에 대해 4부는 이 책의 핵심인 자산목록 작성법, 부채, 마이너스 상속, 상속세 증여세 계산구조, 효도계약서 작성법까지 핵심 내용이 다 들어있다. 상속에 관련된 노트를 실제로 작성할 의사가 없는 분이라면 이 책 보다는 저자가 예전에 출판한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의 모든 것'을 구입하는 편이 훨씬 실용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유언장 작성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 기증 희망 등록, 상속 개시 이후 상속세 신고법, 시신 기증 등 죽음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분에게는 좀 섬뜩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사후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미리 가족들에게 여러가지 지시사항을 정리해놓을 수 있는 페이지가 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예전에 미처 몰랐던 상속법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고인이 재산보다 부채가 많을 경우 자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몇 가지 있었다. 상속 포기, 한정 승인, 특별 한정 승인이 그것인데 마침 뉴스에서 조모 장관 후보자가 '한정승인'이란 법적 제도를 활용해서 부친의 빚 12억을 단돈 6원만 변제하고 끝난 사건을 읽은 것이다. 부친의 빚은 12억이었지만 남긴 재산은 21원에 불과해서 조 후보자는 부친의 재산과 빚을 같이 상속할 가족들의 숫자로 21원을 균등분할하면 딱 6원만 변제하면 되었다. 참고로 이건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무릎을 탁 쳤다. 이런 게 바로 미리 법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조후보자 같은 사람만 이런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일반인들도 이제 상속노트나 아니면 저자의 다른 책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의 모든 것' 등을 읽고 부모가 재산은커녕 빚을 더 물려줄 경우 한정 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적극 활용해서 빚을 부담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 절차 없이 고인 사망 후 3개월이 지나면 빚도 자동으로 자식에게 내려온다. 엄청난 사실이다. 다만 기사를 읽고 왜 조후보자가 아예 상속 포기를 하지 않고 한정 승인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에 상세 설명을 읽으니 궁금증이 싹 풀렸다. 상속 포기는 빚이 재산보다 많은 게 확실한 경우에 선택하는 것인데 한정 승인은 아예 상속을 다 포기하기는 아쉽고 빚이 있어도 규모가 확실치 않거나 재산보다 적을 수 있으면 물려받은 재산 안에서만 빚을 변제하겠다는 것으므로 한정 승인이 훨씬 유리한 제도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상속 과정에서 의외로 피상속인(망자)만이 알고 있는 자산이나 다른 경로로 준비된 비밀 자산이 발견되는 경우가 뜻밖에 많다고 한다.

또한 효도계약서도 막연하게 생각될 수 있는데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하는 내용이 몇 가지 있었다. 증여할 물건, 효도 의무 조건 설정, 약속 미 이행시 증여 재산을 다시 환원할 수 있다는 조건 명시, 계약 날짜와 당사자 서명 등 생각보다 복잡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거 작성해서 서로 아웅다웅하느니 차라리 안 물려주고 안 요구하는 게 낫지 않나 싶지만 부모 자식간에 저런 계약서까지 쓰는데는 다 사정이 있을테니 넘어가겠다. 다만 이 책은 이렇게 상속에 관련된 여러 서류를 꾸미고 미리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것을 알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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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이와 오니기리의 말랑한 하루 - 두 고양이와 집사의 공감 일상툰
배현선 지음 / 이덴슬리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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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오랜만이다. 사실 내가 스노우캣의 오랜 팬이고 나 자신도 고양이를 20년째 키우는 집사라서 고양이 주제의 웹툰이기에 본 것이다. 일본 만화가가 그린 여타 고양이 만화와는 달리 이 웹툰은 줄거리가 따로 있지 않다. 표제처럼 일상툰이다. 고양이랑 살면서 매일 벌어지는 사소하고 소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잔잔하게 2~4페이지로 그렸고 딱히 구성에 어떤 구애도 없이 그림이 들어갔다가 글이 들어갔다가 사진도 넣고 그런 식이다. 저자가 키우는 고양이 우엉이와 오니기리 이야기를 일기처럼 꾸준히 그려서 2년전 독립출판물을 냈는데 그걸 계기로 이번 책이 탄생했다고 한다.

 

저자는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는데 지인의 집에서 입양한 우엉이라는 얼굴 크고 둥글넙적한 회색 고양이 한 마리와 길에서 데려온 오니기리라는 까만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우리집 고양이를 닮은 까만 냥이가 아닌 얼굴 넙적하고 순한 우엉이다! 쳐음에는 아껴보려고 몇 페이지 보다말려고 했는데 우엉이 사진을 보는 순간 너무 귀여워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으흑.. 아깝다. 책장이 줄어드는게 아까운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고양이들은 영역 개념도 세고 서열의식도 있어서 둘째가 들어오면 경계하거나 싸움을 거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이 녀석 우엉이는 주인 부부가 둘째를 길에서 데려와도 순한 성격으로 잘 받아주었다. 조그만 까만 고양이가 자기 옆에서 자기도 하고 졸졸 따라다녀도 다 받아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다. 게다가 옷도 입는 고양이다. 사진에 찍힌 각종 귀요미 옷들은 가뜩이나 귀여운 우엉이의 매력을 증폭시킨다. 나도 그 뱃살 한 번 쓰다듬고 싶은데 생긴 것과 달리 만지는 건 싫어하는 것 같네. 할퀼 수 있다고 한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실 고양이는 이렇게 겉보기와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행동도 다 다르다. 하지만 고양이도 사람도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적응한다. 남에게는 다소 사납게 굴 때도 주인에게는 싫어도 꿍얼거리다가 말기도 한다. 얼마나 행동이 사람같은지 키우다보면 놀란다. 아마 개만 키우던 사람은 고양이의 매력을 모를 것이다.

공감가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좋았다. 옷이 들어있는 서랍에서 몰래 낮잠을 즐기는 오니기리를 보자 우리 고양이 젊을 때가 생각났다. 우리집 고양이도 장농을 좋아해서 어떻게든 문을 열고 풀쩍 뛰어서 새로 빨아놓은 옷 사이에서 포근한 낮잠을 즐기곤 했다. 나중에는 어떻게 해도 말릴 수가 없어서 따로 장농 안에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높은 곳에 오르내릴 수 없기에 딴세상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 에피소드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 남들이 볼 때에는 애교가 없어보여도 우리 고양이도 우엉이처럼 나만 쳐다본다. 저자가 그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기분을 나도 항상 느끼고 있다. 늘 전방 10미터 안에 고양이가 있다. 멀리 떨어져있어도 소파에 누워서 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 아이다. 물론 부르면 곧 쪼르르 달려온다. 그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다. 동물을 오래 키우면 그 얼굴이 사람으로 보인다. 모든 표정과 마음이 느껴진다. 사람과 분명 다른 존재인데 달라서 너무나 좋다. 고양이의 한없는 순수함이 잘 드러난 따뜻한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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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철학 -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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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 온통 핸드폰과 전화 이야기이다. 책을 받자 두께에 놀라고 저자의 집요함, 끈기, 열정에 놀랐다. 사실 나는 책 표지의 카피대로 '뭘 그까짓 것을 모으나'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구형폰을 천원에 팔아먹기도 했거니와 자고 일어나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핸드폰에 무슨 수집의 가치가 있을까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100페이지, 200페이지를 읽어가며 점점 바뀌었다. 저자가 수집한 옛날 전화기 사진을 보니 참 신기했고 못 보던 것이었다. 나같이 전화의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도 재밌게 볼 정도의 엄청난 컬렉션이다. 시간이 흐르자 옛날에 나온 가치있는 폰들은 더이상 구할 수도 없고 그 당시에는 이게 미래에 기념비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오랜 세월 갖은 애를 써서 모은 유선전화, 휴대전화, 각종 전화 관련 기계를 나라에 기증했다. 수집가의 안목으로 선별한 물건을 후세에 전하므로써 우수한 문화유산을 남겨야한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용단이다. 누가 그 오래된 휴대전화 한 대에 몇 백만원씩 주고 사고, 또 날밤을 새가면서 몇 년씩 이베이를 찾아헤맬까 싶고 그렇게 애써서 모은 엄청난 갯수의 물건이라면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지 나라에 선뜻 기증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다. 하지만 우리 산업 문화 유산 중 거의 절반은 이미 사라져서 없다니 이런 컬렉터 분들이 없다면 후대에는 나중에 중요한 물건임을 알았다고 해도 상당수는 벌써 없어진 후겠구나 싶다.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수집에 일가견이 있다. 그의 관심사는 나비, 탐험사, 우리말 문법 등으로 바뀌다가 휴대전화에 이르렀다. 책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얼마나 개인이 많이 모았으면 세계 유일의 폰 박물관을 냈겠나? 우리나라 핸드폰도 내수용만이 아니라 수출용까지, 각종 카달로그와 자료도 같이 수집해서 모았고 휴대전화 외에도 유선전화, 교환기, 삐삐까지 전화라는 큰 카테고리에 속하는 물건은 가리지 않고 다 모았다.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이 있었는데 몇 가지 소개하자면 미국 경매시장에서 찾은 100kg가 넘는 교환기를 시애틀에 사는 저자의 누이부부를 동원하여 판매자 집 지하까지 찾아가서 그 무거운 것을 들고 계단을 오르고, 픽업트럭에 싣고, 공항가서 부쳐온 이야기도 놀랍고 삼성전자 휴대전화 SCH-800 기판에 새겨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찍은 사진을 보고도 깜짝 놀랐다. 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휴대폰 출고 당시의 IMF를 이겨내자는 뜻이 아니라 기술의 삼성 그 밑바탕이 된 엔지니어들의 땀과 노력을 나타낸 말이라는 것, 스타택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실현했다는 뜻이라니 것도 저자의 해석을 읽고나서야 알았다. 저자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해석하는 과정도 단순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어보면 이 분의 끈기와 열정이 너무나 집요해서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전재산을 털어서 도자기, 화첩, 고서화를 수집했듯이 저자는 그 열정을 휴대전화에 쏟아서 기념비적인 유물이 될만한 물건은 각종 방법과 인맥을 총동원하여 모았다.

 

또한 저자의 전화에 관한 지식도 상당해서 이동전화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발달사는 물론 핸드폰의 변천사, 각국의 이동통신 기술 경쟁과 그 발달, 삼성이나 엘지는 물론 이제는 없어진 맥슨전자나 세원텔레콤, 큐리텔까지 40대 이상의 일반인이라면 대충 알만한 과거 브랜드의 흥망성쇠까지 다 꿰고 있었다. 삼성직원보다 삼성폰을 더 많이 알고 있고 모델도 더 다양하게 갖고 있는 분이다. 이런 분이 관장이 안 된다면 도대체 누가 폰박물관을 운영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나 역시도 책을 읽다보니 이미 세계적인 휴대폰 강자인 삼성전자가 왜 자사가 생산한 주요모델조차 보유를 안 하고 있나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가서 찾으면 없다. 그렇다고 다 모을 수도 없을 거 같다. 물건의 가치를 선별해서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한 이유이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 문화 유산도 이렇게 수집해서 후대에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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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끝내는 독학 스페인어 첫걸음 나혼자 끝내는 독학 첫걸음 시리즈
임창희 지음 / 넥서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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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는 요즘 핫한 언어이다. 각종 여행 프로그램 및 예능에서 스페인이 배경으로 많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스페인어는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공식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스페인, 과테말라,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웬만한 남미국가는 거의 다 스페인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있다니 어쩌면 프랑스어보다 유용할 지 몰라서 전부터 공부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나혼자 끝내는 독학 스페인어 첫걸음은 열심히 할 경우 딱 16일로 기초 스페인어를 완성할 수 있게 짜여있다.

또한 왕초보를 위해 동영상, mp3, 시디 등 풍부한 보조 자료를 제공한다. 동영상은 편리하게 qr코드만 찍으면 바로 연결되는데 스페인어 알파벳조차 처음이다 보니 평소 동강을 듣지 않는 나도 이용해보았다. 강사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발음기호부터 차례대로 익힐 수 있다. 책에도 나와있긴 하나 어학은 직접 사람의 목소리로 다시 들어보고 억양과 강세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페인어 발음은 특이하게도 거의 문자 그대로라 발음기호가 따로 없다고 한다. 알파벳만 외워두면 글자 그대로 읽으면 되서 편리하다. 그러나 복병도 있었는데 이 언어 역시 프랑스어나 독일어처럼 단어에 성이 있었다! 남성, 여성을 일일히 구별해야 하고 예외인 단어도 있다. 관사 역시 영어처럼 정관사, 부정관사가 있어서 단복수를 맞춰줘야 했다. 여기서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으나 나의 목표는 기초 스페인어이지 정통 본격 스페인어가 아니므로 문법에 너무 목을 매지 않고 일단 읽고 지나가는 수준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가봤다. 아래 사진은 동영상 강의 핸드폰 캡처 사진으로 학습자의 필요에 따라 아예 다운을 받아서 pc 큰 화면으로 볼 수도 있고 이렇게 핸드폰으로 편리하게 재생할 수도 있다.

 

중반부터는 실용회화 위주로 학습이 짜여져 있어서 그냥 통째로 외우고 상황에 맞게 단어만 바꿔끼우면 하고 싶은 말은 얼추 할 수 있을 거 같다. 좀 더 고품격 스페인어를 구사하려면 이 책으로는 무리지만 초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구성이다. 또한 본문 동영상 강의 외에 단어암기 동영상이 따로 있는데 쉽고 편하게 단어를 외울 수 있어서 유용하다. 단어를 원어민 발음으로 들려주고 스페인어 아래에 한국어 뜻이 나와있는데 한 번 훓어주고 또 처음으로 돌아가서 문제풀듯이 원어민 발음만 나오고 한국어 뜻은 학습자가 유추할 기회를 준다. 몇 번 반복해보니 고생하지 않고도 기초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었다. 아무래도 문법은 동영상 강의를 지루함을 참고라도 몇 번 들어야 알 것 같지만 단어는 출판사가 제공하는 mp3만으로도 많이 외울 수 있다. 나의 노력이 문제이지 상당한 학습분량을 제공하고 있어서 놀랄 정도이다. 굳이 학원에 가지 않고도 여행 스페인어 정도는 마스터할 수 있을 거 같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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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의 철학 - 동네 헬스장 형 구진완은 어떻게 252억을 투자받았을까
정영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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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의 철학'은 동네 헬스장을 운영하던 구진완씨가 252억원의 투자를 받아 국내 굴지의 기업형 피트니스 GOTO를 일구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과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왜 제목이 '2만원의 철학'인가 궁금했는데 그가 초창기 새마을휘트니스를 운영하던 시절 월 2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이용료를 책정한 구대표의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피트니스 센터, 헬스장, 짐(GYM) 이름을 무엇으로 부르던 간에 소비자가 느끼는 사설 운동시설 이용료는 비싼 편이다. 월수입이 평균 이상인 사람은 부담이 안 되겠지만 평균 이하에게는 특히 그렇다. 한 때 피트니스 센터에 다녀보고자 아파트 현관에 붙던 전단지를 들고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월3만원이라고 써있기에 진짜 3만원이냐고 했더니 접수하는 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6개월 이상 이용료를 끊어야 가능한 금액이고 중간에 해약하면 정상가가 아니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한 것이니 정상가에 맞춘 환불 수수료를 뗀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한달쯤 다니다가 그만두면 해약 수수료로 다 나갈 판이었다. 불공정 계약이 의심되는 순간이다. 또한 입회도 하기 전에 값비싼 PT 설명만 열심히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 일반적인 동네 피트니스 센터는 이런 식으로 길고 긴 이용권을 끊게 만드는데 그렇게 목돈을 내도 그 기간 내내 나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또한 먹튀로 불리는 소위 헬스장 망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도대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이런 소비자의 불신과 불만을 구진완 대표는 정확히 꿰뚫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무수한 경쟁자가 있을 것이고 그의 매장이 하나 차려지면 근처 중소 헬스장은 망하거나 경영이 크게 위태로워질 게 뻔하다. 신문을 보니 동네에 다이소 한 곳 들어오면 문구점, 잡화점, 수퍼까지 매출이 확 떨어진다고 한다. 하물려 한 달 회원권 2만원에 시설도 괜찮고 최선을 다해 지도하는데 누가 안 가겠나 싶다. 구 대표는 252억 투자받기 전에 이미 스스로 새마을 휘트니스라는 센터를 27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동네 피트니스 센터도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소비자가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전에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사실 성공한 기업인 구진완에 대해 칭찬 일색이다.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처음에는 대필작가를 사서 성공한 CEO가 자서전처럼 쓴 글인가 의심했는데 저자를 보니 스포츠 기자네? 일단 피트니스 센터 성공신화가 흔치 않고 진짜 월이용료 2만원으로도 이런 고급 시설이 운영되는 건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주민센터 헬스장 월회비가 3만원이다. 운동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샤워시설은 샤워꼭지 하나씩 다닥다닥 달려있는 게 전부이다.

그는 고졸에 기존에 하던 발레, 댄스 학원이 망해서 신용불량자였고 그 후 명함제작으로도 오랫동안 고생했다. 새마을휘트니스를 창업하고 나서야 그동안 쌓아온 디자인, 고객관리, 인테리어, 홍보 노하우가 전부 합쳐져서 힘을 발했고 4년만에 신용불량자를 털 수 있었다. 구대표는 책을 많이 읽고 끝없이 시장조사를 하는 타입인데 그가 조사를 해보니 피트니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도 월이용료가 20~30달러 수준을 유지하더란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보다 시설도 좋고 운영에 무리가 없었다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2만원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판단, 그 결심을 밀고 나갔다. 댄스학원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룹수업 GX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2만원에 GX도 무료로 제공했다. 이러니 회원들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피트니스 센터를 도심, 역세권에 세운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동선을 타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강사진 역시 최선으로 신경을 써서 배치, 순식간에 여세를 몰아 10호점까지 내게 된다.

 

 

그 후 동종업계의 비난은 쏟아지고 구대표에게 업계의 불만과 우려를 전하기 위해 대한피트니스 전문가 협회 이사장까지 찾아오지만 이 분은 오히려 구대표의 비전과 논리에 설득당했고 나중에는 구대표에게 새마을휘트니스의 철학을 전해달라고 제안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구대표가 제시한 2만원은 충분한 시장조사와 한국 피트니스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고려한, 명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구대표는 휘트니스 센터의 가격장벽을 낮추고 수익은 월이용료보다는 다른 곳에서 창출하고 있었다. PT는 물론이고 사물함과 런닝머신에 광고유치, 피트니스 관련 기업과 제휴해서 제품 팔기, 기업에 단체 이용권 팔기, 지하철 역사 내에 소규모 피트니스 센터를 세우는 등 남들은 생각도 못한 콜라보(제휴)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구대표는 어떻게 보면 운동계의 백종원 같은 인물이다. GOTO라는 애초부터 확장을 염두에 둔 브랜드 아래에 연관이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배열하는 식이다. GOTO에서는 영어회화 교재인 시원스쿨 상품도 팔아봤다고 한다. 앞으로는 스마트 팜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채소를 센터 안에서 제공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지점을 수도권을 넘어 GOTO부산으로 확장하고 이후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 매장을 300개 이상 내면 더이상 자리도 없기에.

 

 개인적으로 이런 사업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 분은 정직원 개념이 없는 피트니스계에서 전직원 정직원, 4대보험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 점점 질좋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에 대졸자가 갈 곳이 없다. 누군가는 혁신을 들고 온다. 구진완 씨가 없어도 어느날 외국기업이 월 이용료 2만원을 들고 와서 한국 동네 피트니스 센터 다 망해도 할 말 없다. 이미 세계화는 현실이다. 네이버가 안 나타났으면 구글이 먹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구진완씨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직원 관리 잘해서 국내 피트니스 토종기업이 아시아로, 유럽으로, 미국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갈 때 국내기업들과 제휴해서 함께 made in Korea로 간다니 더욱 멋진 일이다.

모든 고생에는 참고 견딜만한 이유와 보람이 있다. 구대표가 신용불량자가 되었을 때 거기서 좌절했다면 오늘의 GOTO는 없었을 것이다. 전단지 돌려본 경험도, 명함 만들면서 디자인 공부한 것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과 일해본 것도 전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자기 철학이 있기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메모광, 독서광에 발바닥으로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다. 조그만한 사업체라도 운영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경제/경영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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