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이와 오니기리의 말랑한 하루 - 두 고양이와 집사의 공감 일상툰
배현선 지음 / 이덴슬리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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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오랜만이다. 사실 내가 스노우캣의 오랜 팬이고 나 자신도 고양이를 20년째 키우는 집사라서 고양이 주제의 웹툰이기에 본 것이다. 일본 만화가가 그린 여타 고양이 만화와는 달리 이 웹툰은 줄거리가 따로 있지 않다. 표제처럼 일상툰이다. 고양이랑 살면서 매일 벌어지는 사소하고 소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잔잔하게 2~4페이지로 그렸고 딱히 구성에 어떤 구애도 없이 그림이 들어갔다가 글이 들어갔다가 사진도 넣고 그런 식이다. 저자가 키우는 고양이 우엉이와 오니기리 이야기를 일기처럼 꾸준히 그려서 2년전 독립출판물을 냈는데 그걸 계기로 이번 책이 탄생했다고 한다.

 

저자는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는데 지인의 집에서 입양한 우엉이라는 얼굴 크고 둥글넙적한 회색 고양이 한 마리와 길에서 데려온 오니기리라는 까만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우리집 고양이를 닮은 까만 냥이가 아닌 얼굴 넙적하고 순한 우엉이다! 쳐음에는 아껴보려고 몇 페이지 보다말려고 했는데 우엉이 사진을 보는 순간 너무 귀여워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으흑.. 아깝다. 책장이 줄어드는게 아까운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고양이들은 영역 개념도 세고 서열의식도 있어서 둘째가 들어오면 경계하거나 싸움을 거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이 녀석 우엉이는 주인 부부가 둘째를 길에서 데려와도 순한 성격으로 잘 받아주었다. 조그만 까만 고양이가 자기 옆에서 자기도 하고 졸졸 따라다녀도 다 받아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다. 게다가 옷도 입는 고양이다. 사진에 찍힌 각종 귀요미 옷들은 가뜩이나 귀여운 우엉이의 매력을 증폭시킨다. 나도 그 뱃살 한 번 쓰다듬고 싶은데 생긴 것과 달리 만지는 건 싫어하는 것 같네. 할퀼 수 있다고 한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실 고양이는 이렇게 겉보기와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행동도 다 다르다. 하지만 고양이도 사람도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적응한다. 남에게는 다소 사납게 굴 때도 주인에게는 싫어도 꿍얼거리다가 말기도 한다. 얼마나 행동이 사람같은지 키우다보면 놀란다. 아마 개만 키우던 사람은 고양이의 매력을 모를 것이다.

공감가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좋았다. 옷이 들어있는 서랍에서 몰래 낮잠을 즐기는 오니기리를 보자 우리 고양이 젊을 때가 생각났다. 우리집 고양이도 장농을 좋아해서 어떻게든 문을 열고 풀쩍 뛰어서 새로 빨아놓은 옷 사이에서 포근한 낮잠을 즐기곤 했다. 나중에는 어떻게 해도 말릴 수가 없어서 따로 장농 안에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높은 곳에 오르내릴 수 없기에 딴세상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 에피소드를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 남들이 볼 때에는 애교가 없어보여도 우리 고양이도 우엉이처럼 나만 쳐다본다. 저자가 그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기분을 나도 항상 느끼고 있다. 늘 전방 10미터 안에 고양이가 있다. 멀리 떨어져있어도 소파에 누워서 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 아이다. 물론 부르면 곧 쪼르르 달려온다. 그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이다. 동물을 오래 키우면 그 얼굴이 사람으로 보인다. 모든 표정과 마음이 느껴진다. 사람과 분명 다른 존재인데 달라서 너무나 좋다. 고양이의 한없는 순수함이 잘 드러난 따뜻한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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