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의 철학 - 동네 헬스장 형 구진완은 어떻게 252억을 투자받았을까
정영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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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의 철학'은 동네 헬스장을 운영하던 구진완씨가 252억원의 투자를 받아 국내 굴지의 기업형 피트니스 GOTO를 일구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과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왜 제목이 '2만원의 철학'인가 궁금했는데 그가 초창기 새마을휘트니스를 운영하던 시절 월 2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이용료를 책정한 구대표의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피트니스 센터, 헬스장, 짐(GYM) 이름을 무엇으로 부르던 간에 소비자가 느끼는 사설 운동시설 이용료는 비싼 편이다. 월수입이 평균 이상인 사람은 부담이 안 되겠지만 평균 이하에게는 특히 그렇다. 한 때 피트니스 센터에 다녀보고자 아파트 현관에 붙던 전단지를 들고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월3만원이라고 써있기에 진짜 3만원이냐고 했더니 접수하는 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6개월 이상 이용료를 끊어야 가능한 금액이고 중간에 해약하면 정상가가 아니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한 것이니 정상가에 맞춘 환불 수수료를 뗀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한달쯤 다니다가 그만두면 해약 수수료로 다 나갈 판이었다. 불공정 계약이 의심되는 순간이다. 또한 입회도 하기 전에 값비싼 PT 설명만 열심히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 일반적인 동네 피트니스 센터는 이런 식으로 길고 긴 이용권을 끊게 만드는데 그렇게 목돈을 내도 그 기간 내내 나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또한 먹튀로 불리는 소위 헬스장 망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도대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이런 소비자의 불신과 불만을 구진완 대표는 정확히 꿰뚫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무수한 경쟁자가 있을 것이고 그의 매장이 하나 차려지면 근처 중소 헬스장은 망하거나 경영이 크게 위태로워질 게 뻔하다. 신문을 보니 동네에 다이소 한 곳 들어오면 문구점, 잡화점, 수퍼까지 매출이 확 떨어진다고 한다. 하물려 한 달 회원권 2만원에 시설도 괜찮고 최선을 다해 지도하는데 누가 안 가겠나 싶다. 구 대표는 252억 투자받기 전에 이미 스스로 새마을 휘트니스라는 센터를 27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동네 피트니스 센터도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소비자가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전에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사실 성공한 기업인 구진완에 대해 칭찬 일색이다.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처음에는 대필작가를 사서 성공한 CEO가 자서전처럼 쓴 글인가 의심했는데 저자를 보니 스포츠 기자네? 일단 피트니스 센터 성공신화가 흔치 않고 진짜 월이용료 2만원으로도 이런 고급 시설이 운영되는 건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주민센터 헬스장 월회비가 3만원이다. 운동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샤워시설은 샤워꼭지 하나씩 다닥다닥 달려있는 게 전부이다.

그는 고졸에 기존에 하던 발레, 댄스 학원이 망해서 신용불량자였고 그 후 명함제작으로도 오랫동안 고생했다. 새마을휘트니스를 창업하고 나서야 그동안 쌓아온 디자인, 고객관리, 인테리어, 홍보 노하우가 전부 합쳐져서 힘을 발했고 4년만에 신용불량자를 털 수 있었다. 구대표는 책을 많이 읽고 끝없이 시장조사를 하는 타입인데 그가 조사를 해보니 피트니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도 월이용료가 20~30달러 수준을 유지하더란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보다 시설도 좋고 운영에 무리가 없었다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2만원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판단, 그 결심을 밀고 나갔다. 댄스학원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룹수업 GX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고 2만원에 GX도 무료로 제공했다. 이러니 회원들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피트니스 센터를 도심, 역세권에 세운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동선을 타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강사진 역시 최선으로 신경을 써서 배치, 순식간에 여세를 몰아 10호점까지 내게 된다.

 

 

그 후 동종업계의 비난은 쏟아지고 구대표에게 업계의 불만과 우려를 전하기 위해 대한피트니스 전문가 협회 이사장까지 찾아오지만 이 분은 오히려 구대표의 비전과 논리에 설득당했고 나중에는 구대표에게 새마을휘트니스의 철학을 전해달라고 제안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구대표가 제시한 2만원은 충분한 시장조사와 한국 피트니스 산업이 가야 할 방향을 고려한, 명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구대표는 휘트니스 센터의 가격장벽을 낮추고 수익은 월이용료보다는 다른 곳에서 창출하고 있었다. PT는 물론이고 사물함과 런닝머신에 광고유치, 피트니스 관련 기업과 제휴해서 제품 팔기, 기업에 단체 이용권 팔기, 지하철 역사 내에 소규모 피트니스 센터를 세우는 등 남들은 생각도 못한 콜라보(제휴)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구대표는 어떻게 보면 운동계의 백종원 같은 인물이다. GOTO라는 애초부터 확장을 염두에 둔 브랜드 아래에 연관이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배열하는 식이다. GOTO에서는 영어회화 교재인 시원스쿨 상품도 팔아봤다고 한다. 앞으로는 스마트 팜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채소를 센터 안에서 제공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지점을 수도권을 넘어 GOTO부산으로 확장하고 이후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 매장을 300개 이상 내면 더이상 자리도 없기에.

 

 개인적으로 이런 사업가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 분은 정직원 개념이 없는 피트니스계에서 전직원 정직원, 4대보험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 점점 질좋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에 대졸자가 갈 곳이 없다. 누군가는 혁신을 들고 온다. 구진완 씨가 없어도 어느날 외국기업이 월 이용료 2만원을 들고 와서 한국 동네 피트니스 센터 다 망해도 할 말 없다. 이미 세계화는 현실이다. 네이버가 안 나타났으면 구글이 먹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구진완씨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직원 관리 잘해서 국내 피트니스 토종기업이 아시아로, 유럽으로, 미국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갈 때 국내기업들과 제휴해서 함께 made in Korea로 간다니 더욱 멋진 일이다.

모든 고생에는 참고 견딜만한 이유와 보람이 있다. 구대표가 신용불량자가 되었을 때 거기서 좌절했다면 오늘의 GOTO는 없었을 것이다. 전단지 돌려본 경험도, 명함 만들면서 디자인 공부한 것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과 일해본 것도 전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자기 철학이 있기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메모광, 독서광에 발바닥으로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다. 조그만한 사업체라도 운영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경제/경영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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