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이웃
양혜영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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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영 작가님.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중 한 분입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의 이름을 보고 처음에는 눈에 익은 이름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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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본인 블로그에 출간 소식을 먼저 전하신 거였어요 ㅎ

댓글을 달고 바로 알라딘에서 구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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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에 대해 최근 관심이 생겼습니다. 분량이 적은데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서인지 장편소설처럼 친절한게

아니라 행간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도 작품을 다 읽고 해설을 읽었을 때 아! 그렇구나!라고

수긍한 부분이 여럿 나오더군요. 역시 평론가의 관점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평론가 분이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궁금하시죠? 직접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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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고요한 이웃'을 포함한 무려 9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단편의 장점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 소재가 다양해서 골라 읽는 재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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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작가님이 있다니 ㄷㄷ 뭔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뷰를 남기면 코멘트 달아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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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버 더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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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를 다룬 소설을 읽을 때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혹시라도 내 안에 있는 편견이 고개를 들까봐서요. 뭔가 훔쳐보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소수자를 칭하는 단어가 생소하던 학교 다닐 무렵에 어느 반에나 있을 법한 조용한 아이. 아마 그게 주인공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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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을 이겨낸 강한 심지를 가진 사람이라 여겨졌던 '리'는 소아성애자였을까요? 억압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어리고 연약한 상대를 억압하는 광경을 보고 '나'는 사랑(?)하는 사이였던 '리'에서 벗어나서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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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아이의 부모를 찾아줄까요? 아니면 둘이 의지하면서 또 다른 가족을 이루면서 살게 될까요?

너무 많은 선택지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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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펜테스"라는 식물이 등장하는데 해설을 달아주신 이정현 평론가 분의 코멘트를 보면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식충식물과 식충식물의 포충낭에 빠진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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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랩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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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작가님의 트렌디함에 놀랐습니다. 래퍼들의 디스전을 소재로 삼다니...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얼핏 영화 '변산'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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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주는 의미.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디스전. 어부지리를 취하는 제3자.

극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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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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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았던 의료사고 후 침대에 누워있는 날들. 이후 남편과의 이혼.

상실감.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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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서 나의 결여된 것을 찾으려고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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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올드 하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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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가버린 동업자. 그를 찾아오는 여인들.

여인들 중 타로점을 봐준다면서 일하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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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들려는 찰라. 동업자의 소식을 듣고는 떠나버린 그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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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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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

비밀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 비밀을 이용해서 착취하는 사람.

당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복수를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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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외국인인 '나', 외형까지 여자이고 픈 'N'

그 다음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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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킬힐을 좋아하시는군요!"

가게 주인이 내가 고른 신발들을 포장하며 물었다.

"죽이잖아요."

나는 주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킬, 힐,이겠죠!"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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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요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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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이웃. 평론가님 해설을 보고서 비로소 평론의 의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이건 이렇다. 아마 이 부분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한번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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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찾아온 옆집 여자. 여자에 대한 묘사.

남편을 기다리는 나. 언젠가 오지 않는 남편.

결말을 알게 된 이후 느껴지는 당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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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일어났을 법한 혼돈은 해설 부분을 읽어보면 와닿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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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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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과 질투.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과 처한 현실의 괴리를 춤을 추는 무대를 통해 보여줍니다.

내 것인데, 내가 먼저 가졌는데. 그래서 빼앗길 순 없는데.

다시 관심을 돌이키려고 무리했음에도 다시 가져올 수 없는 상실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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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는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누군가들처럼 왕년의 본인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살까요...

마지막 부분. 요나가 쓰는 '가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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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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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의 실패를 안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져 어느 철거 전 건물에 들어와 몸을 누인 남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자 하는 노인.

철거를 위해 노인을 찾는 공사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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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삼켜버린 건물과 노인.

모든 것이 담긴 배낭을 버리고, 열번째 물집이 잡힌 지금. 남자는 살아갈 의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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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외지인의 아들. 정체성에 대한 고민.

내가 속한 곳은 어느 곳일까. 살아 있게 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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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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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편의 단편들에 대한 짧은 생각을 남깁니다.

저는 온라인 독서모임의 일원이어서 작가님 사인이 담긴 책도 받았답니다.

 

 

 

마지막으로 와닿는 부분이 있어 인용합니다 ㅎ

힘센 사람들은 어디서든 할 말 다 하고 하지 않은 일을 부풀려 표현하기도 하지만 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겪은 일마저 말 못 하고 소리 내 울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자신보다 작은 사람을 품으려 애쓴다. 온몸으로 사람이 사람을 품고 안는 세상. 나는 그것이 '소설'이고,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말 中.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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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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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결국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이다.

전전 정권 시절에 들었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역시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구독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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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다른 팟캐스트를 듣게 되면서 이 책의 저자도 알게 되었다. "나는 꼽사리다". 팟캐스트 대화 내용을 묶어 펴낸 노란 색 표지의 책도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읽은 책의 표지도 노란색이다.

생각해보니 나름 저자의 책을 좀 읽었더랬다. 그 중 가장 대중적인 책의 이름이 '88만원 세대'일 것이다.

태엽이 달린 인형의 모습이 깊이 각인되어 있는 표지. 내용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표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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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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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은 누군가 말을 꺼내고 그 말이 여기저기로 전해지지 않았는데도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변화 특히 좋은 변화는 말로부터 온다. 그게 우리가 계속해서 얘기하고 떠들고 수다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저자의 말' 중에서

'저자의 말'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하여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조금은 있을 것이고, 직접적인 비판을 피해가는 것은 아마도 애정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고, 남은 기간 동안 더 잘해주기를 바라면서 평가를 유보한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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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특히 더 할 말이 있어보이나, 여기서는 더 나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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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정권 비판이 아니다. 변화에 대한 열망과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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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덜 괴로운 직장'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저자의 말' 중에서

직장 내 조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약자의 조건이 나아지면 결국 차상위의 조건도 나아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성의 조건이 나아지면 남성의 조건이 불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성 중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던 사람들의 조건도 어느 정도 개선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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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덜 괴로운 직장이 되려면 자주 부딪히는 조직 실무라인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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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권력은 무섭지만, 작은 권력은 끈적끈적하다.

2장 팀장 민주주의 중 팀장님 나빠요 82쪽 참조

일상적으로 접하는 갑질이 있다. 회장님이나 사장님은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대면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TV에서 접하는 것만이 갑질이 아니다. 세상이 변하니 일상적으로 행해졌던 일들이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할 일들로 변화를 하는 것이다. 변화에 뒤쳐지면 단지 불편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곧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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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정말로 신선한 분석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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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짜 산업 차원의 변화는, 룸살롱 가지 않는 감독들이 집단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젠더민주주의 중 김영란 법과 주 52시간 근무, 여성들의 경제 시대 110쪽

중요한 감독들이 룸살롱에 가는 걸 싫어하고, 술 마시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영화 산업에서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단다. 룸살롱에서 영업하는 관행이 줄어들면서 여성들이 움직일 공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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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에서 우연히 룸살롱 비지니스가 퇴조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 사회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접대를 제한하는 김영란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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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변화는 우연한 것에서 출발하고 제도에 의해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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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법학개론 수업을 들을 때,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가 있었다.

교과서적인 답변은 "깨어 있는 시민의 양심"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추상적이라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공허한 답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결국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선후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듯 하다.

결국 제도란 사회적인 합의의 산물이고, 제도가 만들어지면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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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

기업(민간)에서의 복지 문제.

저자가 직장생활하면서 보았던 낙하산에 대한 경험. 갑질 문제.

취업때 발생하는 비리를 막는 법에 대한 간단한 해결방법 - 면접볼 때 감사실 직원을 대동하면 해결된다고 하니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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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나는 늘 작아진다. 가끔은 불의와 타협하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늘어날수록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적폐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고 말을 하면서 살자. 그래야 언젠가는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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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고, 어렵지 않은 용어와 설명을 사용하려는 저자의 의도에 맞게 쉽게 읽힌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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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ㅣ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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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작 소설 중 최신작입니다.

전작을 읽어보진 않았는데, 책장 넘기던 중간중간 검색까지 해보았습니다. 조만간 찾아서 읽어볼 예정입니다.

이용 중인 리디셀렉트에 '지옥이 새겨진 소녀'가 있더라구요. 주인공 자비네와 슈나이더가 연방범죄수사국의 학생과 교수로 만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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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궁금해져 같이 읽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먼저 흥미로운 캐릭터들.

20년 전 사건. 아내와 아이를 방화 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과거 동료들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하디(영화 매드맥스에 출연하고 최근 베놈으로 등장했던 상남자 "톰 하디"가 그려지는 인물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복수일까요. 진실일까요.

출소한 이후 그가 찾아간 사람들 중 여러 사람이 자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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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에 등장하는 특이한 방식의 자살(무려 고속도로 역주행입니다). 슈나이더에게 보낸 문자의 의미.

과거 어느 시점의 6월 1일 이라는 단서.

20년 전 사건. 6인그룹.

진실. 도청. 조력자. 자살로 위장된 연쇄살인.

감각적인 수사기법. 기밀로 분류된 과거의 기록을 찾아내게 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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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시각을 달리하며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

자비네. 티나. 슈나이더는 저마다의 수사방식을 보여줍니다. 특히 슈나이더가 자비네를 찾기위해 움직이는 부분은 그 특이한 성격에 비추어봤을 때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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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가 과거의 동료들을 하나 둘 찾아갔을때 그들의 반응과 단서들을 따라가며 다가가는 진실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요?

6인그룹 관련자들의 죽음은 누구의 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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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나 아내와 아이를 죽인 살인자가 되어야 했던 남자와 그를 유죄로 만들고 모든 기록을 기밀로 만들고 주변지인들을 감시해야만 했던 자들의 이유는 무엇이고, 하디가 출소하는 것을 막으려고 그토록 애를 썼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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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흥미로워 책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 소설.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죽음의 론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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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의 특성상 다음 권을 기대하도록 만든 마지막 장면까지. 버릴 게 하나 없습니다. 슈나이더는 츤데레 매력이 있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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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
데스피나 스트라티가코스 지음, 김다은 옮김 / 눌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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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존재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여성 건축가는 어디에 있을까?
혹은 어디로 갔을까(사라졌을까)?

수많은 TV 프로그램과 영화, 소설에서 여성 의사나 변호사 혹은 검사 같은 강인한 여성들로 묘사되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건축가라는 직업을 가진 히로인이 등장하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영화나 소설이 아닌 뉴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간 이름 있는 건축상 수상자를 찾아보아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인 듯 하다.

역사란 단지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를 저술하는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과거의 기록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성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클레오 파트라 혹은 대처 정도일까? 그마저도 남성성이 강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름 난 여성건축가를 떠올리기 어려운 것은 일응 당연한 것 같다.
굳이 건축가가 아니더라도 근대 이전의 역사속 인물들 중 여성은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배우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되었으므로 대외적인 활동을 자신의 이름으로 하는 주체적인 인물보다는 주변인물로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유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여성의 역할과 기록에서의 부재가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건축가 바비"가 끼친 영향과 "위키피디아" 편집자로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이었다.

1. 직업으로서 가능하다는 인식의 확장과 영역 확장 - 건축가 바비, 연대의 확장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을 적어낼 때 '건축가'라고 적은 친구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특히나 여자인 친구들의 경우는 "현모양처"가 장래희망인 경우도 있었으므로 더더욱 찾기가 힘든 직업군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창의적인 능력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기질을 고려했을 때, 여성에게는 동시대 여성들이 경악할 정도의 "엄청난 열의"로 질병을 공부하고 해부 실습을 하는 의료계보다 건축계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에 롤모델이 될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고 언론에 노출되는 여성건축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기조차 어려웠을 것 같다.
"건축가 바비"의 역할은 건축가라는 직업이 "나도 될 수 있"는 직업으로 인식하게 만든 점이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대기업 임원이나 정치인 등)를 살펴보면, 조직생활을 함에 있어 남자 보다 더 남성성을 강조하고 가정에서 어머니나 배우자로서의 역할에 시간을 덜 할애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보니 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여성인 후배나 후임을 끌어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결국 특출된 1인자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여성 건축가들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종합적인 사실임을 인정한다.
다만 그 원인은 기존 남성적 시각에서 설명한 원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남성의 시각에서 보기에(마르셀 브로이어라는 남성건축가의 인터뷰 中 인용. 본인이 운영하는 사무실에 여성건축가들을 고용하였고, "아주 훌륭한 제도공"이라 인정하면서도 여성이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한계지었다) '성장하지 목한 근본적인 문제는 남편과 아이들, 가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생물학적 차이에 있어요. 결혼하고 엄마가 되면 다른 일은 할 수 없죠. 해방운동을 하는 여성들은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29쪽
-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건축가의 한계 지움 : 인터뷰 당사자는 스스로가 하는 말들이 모순됨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하다.

즉, 여성 개인에게 책임을 찾는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여성이 건축업을 떠나게 되는 핵심 원인"은 "업계 전반에 깊게 남아 있는 기회와 처우에서의 성 불평등과 남성 중심적 업계 문화"이다. 그 원인은 어떤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다양하고 반복적이며 복합적인 일련의 상황이다- 45쪽 말미에서 46쪽 세번째 줄까지

저자는 여성 개인사정이 아니라 외부에 있고,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여성인 직장인에게 강요되는 역할은 가정에 충실하고 사회생활도 똑부러지게 하는 원더우먼이다. 결국 제 풀에 나가떨어지고 만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업계 내 여성들과 연대하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것이다. 유별난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임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2. 기록 - 위키피디아 편집자로서 참여

또 한가지 방법은 여성 건축가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기 홍보가 여성으로서 매력적인 자질이 아니라고 배워온 여성들은 소리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크게 노력하지 않았으므로 기록에서 배제되어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또한 단체구성원 중 1인인 경우 대표격인 한사람의 이름이 강조됨으로써 보조격인 여성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까닭도 있었다.

"위키피디아가 진정한 '인간 지식의 총체'로 유지되려면 편집에 참여하는 이용자가 실제 인구만큼 다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해야 하죠. 이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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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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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할 수 있는 직업.
어느 투수는 1이닝을 책임질 수 없을 때. 그만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본인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다.
정신만이 아니라 그에 부합하는 신체적인 능력, 외형이 뒷받침되어야 유지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 대한 자긍심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정해진 답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시점에서 내려와야 하는지 숱하게 했을 고민.

'남아 있는 나날'이란 책은 노벨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다. 우연하게도 노벨상 수상 이전에 종이책을 샀더랬다.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던 그 책은 고향 집의 책장에 얌전히 모셔져 있고, 그 책을 처음 완독한 사람은 아버지일 것이다(아들이 아버지의 은퇴시점을 바라보는 내용이 등장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번에 독서모임에서 첫번째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읽었는데 한 인물과 그 사람을 둘러싼 지인들과 환경으로 채워진 긴 세월을 읽어나간다는 것. 그 자체로 책의 남은 분량이 나에게 있어 '남아 있는 나날'이 되었다.

전자책의 무수히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긴호흡이 필요한 책은 역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어야 맛인데 그러지 못해서인지 참 오래도록 읽었다. 그럼에도 긴호흡으로 한번에 읽지 못하고 다시 앞을 읽었다가 다시 돌아나가는 일을 반복했다. 역시 '상'을 받은 책들과 나는 친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친하지 않은 종류의 책이라도 일단 완독하게 되면, 그 끝엔 무언가 '성취감'이 생기기에 포기만은 하지말자는 심정으로 읽었다.

특이한 직업이 등장한다. 여타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변인물로 그려지는 '집사'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랄까? 과묵. 능력. 무표정. 엄격함. 통제. 상황파악.
주인공(스티븐스)의 입을 빌려 말하면 '품위' (저는 '소명의식이 외부로 발현된 이상적인 형태'로 표현하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집사들 대다수가 스스로 그런 역량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지만, 그러나 나는 우리가 말하는 '품위'란 것은 이 업에 몸담고 있는 한 끊임없이 의미 있게 추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본인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업에 충실하고자 한눈 팔지 않고 살아온 결과 본인의 사적인 감정을 숨기고, 아들로서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연을 놓치고 맙니다.

책의 도입부가 영국인 주인이 아닌 미국인 주인으로 바뀐 후, 북적이던 식솔들이 줄어 4인체제로 남고 본인이 언젠가 본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들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한번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휴가를 받아 오래 전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인연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된 것은 여정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주인공의 남은 날은 어떤 날들일까요?
휴가를 받았음에도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때 연인이 되었을 여인의 편지 어느 문구에 묻은 감정을 쫒아 떠난 여행을 통해서 주인공은 살아갈 힘을 얻었을까요?

중간에 나오는 젊은 시절 아버지의 일화와 육체의 노쇠화에 따른 실수. 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이 반복될 것인지.

한사람의 세월을 다루고,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이후 모시는 주인의 교체와 지위 변화를 통해 남은 날을 떠올리게 하기 보다 살아온 날을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반추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5년 후, 10년 후에 읽었을 때. 느낄 감정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책. '남아 있는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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