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감독들이 룸살롱에 가는 걸 싫어하고, 술 마시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영화 산업에서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단다. 룸살롱에서 영업하는 관행이 줄어들면서 여성들이 움직일 공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산업에서 우연히 룸살롱 비지니스가 퇴조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 사회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접대를 제한하는 김영란법이란다.
사회적인 변화는 우연한 것에서 출발하고 제도에 의해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예전 법학개론 수업을 들을 때,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가 있었다.
교과서적인 답변은 "깨어 있는 시민의 양심"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추상적이라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공허한 답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결국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선후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듯 하다.
결국 제도란 사회적인 합의의 산물이고, 제도가 만들어지면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
기업(민간)에서의 복지 문제.
저자가 직장생활하면서 보았던 낙하산에 대한 경험. 갑질 문제.
취업때 발생하는 비리를 막는 법에 대한 간단한 해결방법 - 면접볼 때 감사실 직원을 대동하면 해결된다고 하니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나는 늘 작아진다. 가끔은 불의와 타협하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늘어날수록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적폐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고 말을 하면서 살자. 그래야 언젠가는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고, 어렵지 않은 용어와 설명을 사용하려는 저자의 의도에 맞게 쉽게 읽힌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