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니 본인 블로그에 출간 소식을 먼저 전하신 거였어요 ㅎ
댓글을 달고 바로 알라딘에서 구매했습니다.
단편집에 대해 최근 관심이 생겼습니다. 분량이 적은데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서인지 장편소설처럼 친절한게
아니라 행간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도 작품을 다 읽고 해설을 읽었을 때 아! 그렇구나!라고
수긍한 부분이 여럿 나오더군요. 역시 평론가의 관점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평론가 분이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궁금하시죠? 직접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제목인 '고요한 이웃'을 포함한 무려 9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단편의 장점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 소재가 다양해서 골라 읽는 재미도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작가님이 있다니 ㄷㄷ 뭔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뷰를 남기면 코멘트 달아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ㅎ
1. 오버 더 레인보우
소수자를 다룬 소설을 읽을 때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혹시라도 내 안에 있는 편견이 고개를 들까봐서요. 뭔가 훔쳐보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소수자를 칭하는 단어가 생소하던 학교 다닐 무렵에 어느 반에나 있을 법한 조용한 아이. 아마 그게 주인공일 듯 합니다.
억압을 이겨낸 강한 심지를 가진 사람이라 여겨졌던 '리'는 소아성애자였을까요? 억압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어리고 연약한 상대를 억압하는 광경을 보고 '나'는 사랑(?)하는 사이였던 '리'에서 벗어나서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옵니다.
주인공은 아이의 부모를 찾아줄까요? 아니면 둘이 의지하면서 또 다른 가족을 이루면서 살게 될까요?
너무 많은 선택지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것 같은데.
"네펜테스"라는 식물이 등장하는데 해설을 달아주신 이정현 평론가 분의 코멘트를 보면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식충식물과 식충식물의 포충낭에 빠진 벌레.
2. 랩의 제왕
읽으면서 작가님의 트렌디함에 놀랐습니다. 래퍼들의 디스전을 소재로 삼다니...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얼핏 영화 '변산'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무대가 주는 의미.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디스전. 어부지리를 취하는 제3자.
극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3. 틈
원하지 않았던 의료사고 후 침대에 누워있는 날들. 이후 남편과의 이혼.
상실감.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타인에게서 나의 결여된 것을 찾으려고 하는 것.
4. 올드 하바나
어디론가 가버린 동업자. 그를 찾아오는 여인들.
여인들 중 타로점을 봐준다면서 일하는 여인.
정이 들려는 찰라. 동업자의 소식을 듣고는 떠나버린 그 여인.
5. 구두
단편영화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
비밀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 비밀을 이용해서 착취하는 사람.
당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복수를 하는 순간.
외형은 외국인인 '나', 외형까지 여자이고 픈 'N'
그 다음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킬힐을 좋아하시는군요!"
가게 주인이 내가 고른 신발들을 포장하며 물었다.
"죽이잖아요."
나는 주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킬, 힐,이겠죠!" -132쪽
6. 고요한 이웃
고요한 이웃. 평론가님 해설을 보고서 비로소 평론의 의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이건 이렇다. 아마 이 부분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한번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었던 작품.
뜬금없이 찾아온 옆집 여자. 여자에 대한 묘사.
남편을 기다리는 나. 언젠가 오지 않는 남편.
결말을 알게 된 이후 느껴지는 당혹감.
뭔가 일어났을 법한 혼돈은 해설 부분을 읽어보면 와닿게 됩니다.
7. 요나
동경과 질투.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과 처한 현실의 괴리를 춤을 추는 무대를 통해 보여줍니다.
내 것인데, 내가 먼저 가졌는데. 그래서 빼앗길 순 없는데.
다시 관심을 돌이키려고 무리했음에도 다시 가져올 수 없는 상실감. 분노.
요나는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 누군가들처럼 왕년의 본인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살까요...
마지막 부분. 요나가 쓰는 '가면'의 의미.
8. 물집
여러번의 실패를 안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져 어느 철거 전 건물에 들어와 몸을 누인 남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자 하는 노인.
철거를 위해 노인을 찾는 공사관계자.
물이 삼켜버린 건물과 노인.
모든 것이 담긴 배낭을 버리고, 열번째 물집이 잡힌 지금. 남자는 살아갈 의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9. 아웃 오브 아프리카
외지인의 아들. 정체성에 대한 고민.
내가 속한 곳은 어느 곳일까. 살아 있게 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홉 편의 단편들에 대한 짧은 생각을 남깁니다.
저는 온라인 독서모임의 일원이어서 작가님 사인이 담긴 책도 받았답니다.
마지막으로 와닿는 부분이 있어 인용합니다 ㅎ
힘센 사람들은 어디서든 할 말 다 하고 하지 않은 일을 부풀려 표현하기도 하지만 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겪은 일마저 말 못 하고 소리 내 울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자신보다 작은 사람을 품으려 애쓴다. 온몸으로 사람이 사람을 품고 안는 세상. 나는 그것이 '소설'이고,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