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의 거장들 - 매 순간 다시 일어서는 일에 관하여
데비 밀먼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게스트들의 본 모습과 그들의 성취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저자 데비 밀먼의 말입니다.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 데비의 질문이 당신을 향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책을 읽을 때는 이런 방식을 이용해도 될 것 같군요.

당신의 파트너에게 데비가 하는 질문을 읽게 하는거죠.


당신이 대답할 수 있는 문항에는 당신의 고유한 답을 말해도 좋아요.

혹은 인터뷰이가 했던 말을 읽는거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당신의 답변도 생각해보는 것.


질문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구요?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죠. 오른쪽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데비가 했던 질문을 하는거죠

왼쪽에서 오른쪽을 보고.

자 질문이 끝나면 오른쪽에서 왼쪽을 보고 대답을 읽는 것.

하루에 전부를 읽어야 할 책이 아니니까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아요.


상상해보죠.

당신의 어릴적 꿈을 이룬지 5년쯤 지났다고 해봐요.

당신이 그 꿈을 정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부모님? 혹은 어떤 사건? 미디어의 영향?

자, 당신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죠?

그 여정에서 당신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외적 요인인가요? 내적 갈등이었나요?

극복하기 위해 조력을 받았나요? 가족? 혹은 상담사?

당신이 추구하는 가치는?

혹시 변했다면요?

정치적인 의견이 있나요? 인종? 성별? 특정한 이슈?


하나씩 대답을 해나가다보면 당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은 적어도 어떻게 하고 싶다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눈 떠보니 이렇게 되었더라. 라는 재수 없는 답변을 하는 인터뷰이는 등장하지 않아요.

질문을 받은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한 사람의 말들이 실려있답니다.


멘탈의 거장들. 그들도 흔들렸어요. 왜 그럴까 고민도 하고, 뭔가에 집착하기도 하고.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라 우리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당신이 나만 그런가 의심하고 있다면 한번 읽어보실래요?


데비가 묻고, 다른이가 답하다. 그 사람의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데비

자신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메릴린

나에게 비전이 있다는 건 알았어요. 남들보다 똑똑하다는 것도요. 하지만 저는 마약에 취한채 태어났고, 모유를 먹어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 산수도 할 줄 모르죠. 뭐든 외우는 건 자신 있었는데 그게 저의 생존법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건 늘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나에게 그 어떤 격려의 말도 해주지 않았는데 말이죠. 어쨋든 저는 예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건 그냥

예술이 주는 기쁨이 너무 컸기 때문이에요. 보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데비

인생을 결정짓는 그런 초기의 상처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가족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아이가 기꺼이 그 이유를 들여다보고 마침내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브레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 이야기를 계속 부정하면 이야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요.

이야기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둘 중 하나예요.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굴거나 이야기의 주인이 되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데비

우리는 왜 그러는 걸까요? 왜 남의 시선을 의식해 이런 겉모습에 연연하는 거죠?

브레네

지위 때문이죠. 피곤하다는 것은 지위를 가리키는 상징이라 할 수 있어요. 주목받고 소속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죠. 우리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믿고 싶어 하고요. 연결되지 않으면 늘 고통이 따르니까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받고 싶어 하는 거예요.

데비

내가 잘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을 시도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해보지 않고 잘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 싶기는 한데 잘하지 못하는 것에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는, 일종의 정체 상태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린다

사실 잘해야 할 필요도 없어요. 그건 마치 랜스 암스트롱처럼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할 거면 아예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잖아요. 아니, 랜스 암스트롱조차도 랜스 암스트롱처럼 자전거를 타지는 못한다고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경험인데, 사람들은 그걸 평가해야 할 일처럼 여기고 있어요.

데비

신뢰가 왜 올바른 전략일까요?

말콤 ( 그 사람 맞아요)

타인을 신뢰함으로써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죠. 남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을 것이고 회사를 차릴 수도 있을 거예요. 편집증적이고 의심이 많은 사람은 회사를 차리거나 조직을 결성할 수 없어요. 사람을 넓고 깊게 사귈 수도 없죠.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으면 좋긴 하겠

지만 그러려면 남들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의 편집증과 의심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런 유전자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러바인의 결론입니다.

데비

그런 확실성과 불확실성의 사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시죠?

토머스

직감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에요. 2만 시간, 3만 시간 동안 생각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어떤 연출가가 되느냐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편집도 하고 제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리에 앉았다가 어떤

때는 일어나서 개입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공간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하죠. 매순간 일어나는 일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또는 앞으로 며칠간 하려는 일에 대해 말해주려고 합니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려주기 위해서죠.

그 방향으로 가는 길이 한 개만 있는 아니겠지만요.

모두를 성인처럼 대하려고 해요. 우리는 모두 자신의 선택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니까요.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에 귀 기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론도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핸드 드립으로 한 잔씩 커피를 내린다. 카페 사장 마쓰다의 방침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쓰다가 어떤 대단한 장인 정신을 품고 커피를 파는 것은 아니다. 그저 커피는 한 잔씩 내려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뿐이란다.

-알라딘 eBook <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었다.



떠올랐다.

이외수 선생님의 <벽오금학도>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것은 구도에 대한 이야기인가.



눈(내리는 눈, 쌓이는 그 눈이다).

눈에 빠진 남자가 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승려 혹은 무사로 이름을 날렸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아버지. 저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시는 아름다웠다.

눈처럼 새하얗다.



어느날. 그의 이름을 듣고 궁중시인이 찾아왔다.

그의 작품을 읽고 감탄한다.

당신에게 나의 자리를 물려주겠소.

다만, 당신의 시에는 너무도 하얀 나머지 다른 색채가 들어올 여지가 없소.

그것 외에는 완벽하오.

색채를 시에 싣는 것.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궁중시인이 다시 찾아왔다. 한 여인과 함께.

여인을 보는 순간. 그는 흔들린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아픔을 함께 느끼는 그.

궁중시인과 그녀는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색채의 대가 '소세키' 선생의 이름을 알려주고.



그는 선생을 찾아 떠났다.

가는 길에 호수에 빠져 크레바스에 갇힌 한 여인을 발견한다. 아름답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가 갈 길을 간다.



드디어 선생을 만났다.

하인에게 묻는다. 저분이 색채의 대가가 맞습니까.

선생은 장님이었다.



선생님. 시에 색채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먼저 내게 눈의 색을 알려주게.



선문답이 이어진다.

선생님은 어떤 것이 보이십니까.

이어지는 선생의 말.

사리에 맞지 않아 미심쩍었으나 따라해본다.

그리고 역시나 혼이 난다.



그러다 깨닫는다.

보인다. 



선생은 과거 무사였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

어떻게 된 것입니까.

선생에게는 부인과 딸이 있었다.

외부인이었다. 공중곡예사이던 여인을 만나 공중에서 땅으로 내려오게 했다.



간과했던 것은 부인의 노스탤지어.

공중에서 줄을 타는 그 감각이 현실에서 맛볼 수 있는 행복을 이긴 순간.

딱 한번만 타보겠다 허락을 구한다.



선생이 허락하자 부인은 줄을 탄다. 

그리고 추락했다.

선생은 눈이 멀었다.



그가 선생을 만나러 오던 중에 발견한 여인이 바로 선생의 부인이었던 것.

그가 고하자 선생은 찾기를 거절한다.

이미 눈에 담았다.



시간이 흘렀다.

선생이 가자 한다. 그가 부인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상당부분 녹아있던 얼음을 파내어 부인의 얼굴을 드러내어 선생의 손을 이끈다.

선생은 그곳에 누웠다. 이내 잠든 듯 하다.



그는 선생의 거처로 가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어느순간 그의 시에, 글에 색채가 묻어난다.

그의 시가 완성된 순간은 그녀가 궁중시인과 다시 찾아온 때였다.

그녀의 이름은 '봄눈송이',

선생과 부인의 딸이었다.



배우(알지 못하나 흉내에 능한).

공중곡예사(현실에 순응하지 못하고 잡을 수 없는 이상만을 쫓는).



저자는 둘 중 어느쪽인지 묻는다.

그와 봄눈송이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궁금해졌다.

프랑스인 저자는 어떻게 일본문화를 배경으로 수묵화같은 작품을 그려냈을까.

기회가 된다면 영화 <왕의 남자>를 알려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서점 주인이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포르투갈어로 쓰인 책의 일부를 낭독하자 그레고리우스가 말했다.

"사겠습니다."

그걸로 결정되었다. 책 안에 적힌 주소를 따라 그는 리스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꾸어놓은 그날. 다리 중간 난간에 팔꿈치를 대고 있던 여자가 난간 위로 팔을 뻗치는 그 순간에 그레고리우스는 '뛰어내리겠구나'라고 생각한 나머지 몸이 먼저 움직였다. 여자는 뛰어내리지 않았다. 가방이 열리고 아스팔트에 쏟아진 책들을 수습하는 그의 이마에 여자가 사인펜을 꺼내 숫자를 몇 개 적었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그래서 였을까? "조금만 함께 걸어도 될까요?"라고 묻는 여자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그가 수업을 하던 중 그녀는 사라진다.


그는 학생들로부터 '문두스'(세계, 우주, 하늘 등의 뜻을 지닌 라틴어)라 불리웠다. 교장은 그를 소개할 때마다 "진짜 학자를 보고 싶다면, 바로 여기 있는 이분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즉흥적인 결정이라니, 그것도 스위스 베른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떠나다니.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는 아마데우 프라두. 그의 여동생을 만났다. 그녀는 그레고리우스로부터 책을 받아들고 회상에 잠긴다. 100권 중 6권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94권의 행방이 궁금했는데 당신이 가져왔구나. 오빠를 떠올린다.


아마데우는 의사였다. 묘비를 찾는다.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생전의 그는 저항운동가였는가. 프라두를 아는 이들을 찾아다니면서 그의 생전과 동지들의 정보를 얻는 그레고리우스.


깨진 안경 대신 새안경을 맞추면서 그는 새삼 놀라게 된다. 안경 하나 바뀐 것 뿐인데 다른 세상을 보는 듯 하다. 변화하는 그의 심경을 드러내주는 장치인 것일까? 프라두의 생애 추적은 계속된다.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의 동료 주앙 에사의 거처를 찾게 된다. 한때 슈베르트를 연주하던 주앙 에사의 손은 악명높던 비밀경찰 멘드스로부터 고문을 받아 망가졌다. 그리고 그 멘드스는 사경을 헤메던 중 프라두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아 목숨을 건진 이후에 주앙 에사를 찾아온 것이다.


명망 높은 의사였던 프라두는 멘드스를 살린 후 '배신자'로 낙인 찍힌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참지 못했다. 자신은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임에도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했어야 옳은 것인가. 그가 저항운동에 열심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증명.


프라두에게 영향을 미친 두 명의 인물이 있다. 조르즈. 그의 오랜 친구. 그 오랜 친구도 멘드스를 살린 이후 자신을 찾지 않는다. 너도 나를 피하는 것인가? 물으러 온 프라두. 조르즈와 함께 있던 에스테파니아(일명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


저항운동에 깊숙히 개입해있던 조르즈는 점차 에스테파니아를 양날의 검으로 인식한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 문서를 기억하게 하고 소각한다. 점차 그녀의 기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만약 그녀가 상대편에 포섭된다면?

조르즈는 에스테파니아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는다.


한편 프라두와 에스테파니아는 서로에게 끌리는데. 조르즈에게 둘이 키스하는 모습을 들켰다. 아무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던 그와 그녀. 그러나 질투의 힘은 세다. 명분이 있는 제거. 조르즈는 주앙 에사에게 에스테파니아를 찾게 한다.

프라두를 찾은 주앙 에사는 에스테파니아를 찾는 목적을 이야기하고, 에스테파니아는 이를 듣고 경악한다.


프라두의 선택은? 에스테파니아와 떠나기로 한다. 그들에게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까?

에스테파니아는 프라두와 도피를 하던 중 프라두의 미래에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둘은 헤어진다.


얼마 후 프라두는 목숨을 잃었고, 에스테파니아는 프라두가 자신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으로 오해한 채로 살고 있었다. 그레고리우스가 프라두가 남긴 책을 읽고 그가 동맥류를 앓고 있었음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시작된 여행.

정적인 삶과 규칙적인 일과가 정체성이던 중년의 남자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얻게 된다.

한 남자의 생애를 쫓으면서 그는 한 인물(프라두)을 존경하는 사람(프라두의 동생), 연인이었던 사람(에스테파니아), 서로에게 절친이자 질투심을 안겨주었던 자(조르즈), 한때 원망했던 사람(주앙 에사) 등 다양한 주변인물을 만나게 된다. 가족사.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 프라두와 아버지 그 둘은 끝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프라두의 문장은 그레고리우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지만, 프라두를 매개로 만난 사람들은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흔들어놓았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그는 언제나 마지막 문장을 두려워했다. 책을 중간쯤 읽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문장과 맞닥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늘 고통스러웠다." 419쪽


이야기의 마지막. 그는 베른으로 가는 열차를 탄 것인가. 새로운 연인과 만남을 이어갈 것을 선택할 것인가.

책의 표지 기차역 플랫폼. 그레고리우스로 추정되는 남자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만나고 책방에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찾은 그날을 기점으로 그레고리우스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점.

독자의 선택이 궁금하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프라두가 썼던 글입니다. 607쪽


추리 미스테리 탐정소설로도 철학입문서로도 읽힐 수 있는 책.

저자의 흔적을 쫓아 행간의 의미를 짚어내고 관계자에게 이를 전달해 오해를 풀어내고 저자의 인생을 완성시켜주는 독자라니. 저도 그런 독자가 될 수 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숲의 아이들
손보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재 안 서랍은 늘 잠겨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잠그는 것을 잊었나보다. 채유형은 하필 그날, 서랍을 열고 만다.

부모님은 알고 있을까? 유형이 발견한 사진에 대해. 처음 보는 사람들 속 유형의 모습. 유형은 입양된 것이다.


세 번. 딱 세 번이었다. 발신인이 표시되지 않은 우편을 받은 때. 기사 그리고 물음.

전장 속 남자의 사진, 시위방화 사건의 기사, "넌 어때?". 마지막 "넌 어때?"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누가 보낸 것일까? 사진 속 남자아이. 아마도 유형의 오빠가 보낸 것일까?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미성년자인 사건.

유형은 최영인 팀장으로부터 사건의 변호사를 만나보라 소개를 받았다.

팀장은 자기비하에 능한 사람이었다. 능력이 출중한 반면,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었고 유형은 그를 견디기 힘들어했다.


변호사 윤종. 그와 함께 가해자인 소년을 만났다. 네가 한 일이니? 어쩌면 누명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소년.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자꾸만 감이 말을 걸어온다. 뭔가가 있다고.

숲에 가본다. 오토바이를 타던 아이들이 있는 곳. 그곳에서 유형은 아이들에게 테러를 당한다. 한쪽 귀에 뚫린 구멍.

피어싱. 아이들은 마음을 주지 않는다. 가까스로 힌트를 하나 얻었다. 숲. 을지로의 숲.


최영인 팀장이 연락을 해온다. 사건의 진실이 아니라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아오라고.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라고.

유형은 줄곧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본인이 스스로 그만 두었다고 생각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사직서 제출)를 거치지 않았다. 가지 않는다. 그것으로 된 것일까? 유형은 사건을 놓지 않았다. 경찰서에 가본다. 그곳에서 진 형사를 만났다.


홀로 경찰서를 지키고 있던 그녀. 진 형사.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이 실수일까?

유형이 경찰서를 방문할 때 사들고 간 빵. 어쩌면 그 빵 덕분에 진 형사는 유형에게 협조할 마음이 들었나보다.

진 형사는 스스로 유배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그 사건'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그저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내다 그만 두는 것. 그녀의 지금 목표이다.

하지만. 진 형사는 수많은 '하지만'을 놓고 고민한다. 지금 이 사건에 내가 뛰어들어야 하는 명분이 무엇일까?

유형 때문이다. 명분 다음엔? 다시 수많은 물음표가 그녀를 괴롭힌다.


사건에 다가갈수록 유형은 자신의 친오빠가 윤종이라 착각한다. 그가 자신을 안았을 때의 느낌. 밀고 싶지만 놓지 않고 싶은 그 느낌 덕에 혈육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아마도 친오빠와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었던 것만은 비슷하지만. 그는 유형의 친오빠가 아니었다.


숲. 을지로의 숲. 진 형사가 먼저 도달했다. 아이들을 보호하던 어른의 존재.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있어주던 어른의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소년들의 비극은 유형이 관심을 갖게 된 이 사건 전에도 존재했다. 아이들은 누구의 존재를 숨겨준 것일까?


마침내 그 어른의 존재가 드러난다. 유형이 알고 있던 사람. 그는 유형에게 무엇을 묻고 싶었던 것일까?

오래 전 보낸 우편에 적힌 "넌 어때?"라는 말.

아이들에게 그는 어떤 어른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일까?


"다시 그 문장이 떠올랐다. ‘넌 어때?’ 그는 무엇을 묻고 싶었던 것일까?

넌 어때? 나 대신 행복해?

넌 어때? 나만큼 불행해?

채유형은 행복했었나? 불행했었나? 그 어느 쪽도 아닌 삶도 있다."


덧) 작가님이 이 소설을 구상한 장소 덕분에 당신은 허기를 달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빵집을 들릴 것.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빵을 사들고 올 것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