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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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



떠올랐다.

이외수 선생님의 <벽오금학도>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것은 구도에 대한 이야기인가.



눈(내리는 눈, 쌓이는 그 눈이다).

눈에 빠진 남자가 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승려 혹은 무사로 이름을 날렸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아버지. 저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시는 아름다웠다.

눈처럼 새하얗다.



어느날. 그의 이름을 듣고 궁중시인이 찾아왔다.

그의 작품을 읽고 감탄한다.

당신에게 나의 자리를 물려주겠소.

다만, 당신의 시에는 너무도 하얀 나머지 다른 색채가 들어올 여지가 없소.

그것 외에는 완벽하오.

색채를 시에 싣는 것.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궁중시인이 다시 찾아왔다. 한 여인과 함께.

여인을 보는 순간. 그는 흔들린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아픔을 함께 느끼는 그.

궁중시인과 그녀는 숙제를 남기고 떠났다.

색채의 대가 '소세키' 선생의 이름을 알려주고.



그는 선생을 찾아 떠났다.

가는 길에 호수에 빠져 크레바스에 갇힌 한 여인을 발견한다. 아름답다.

한참을 바라보던 그가 갈 길을 간다.



드디어 선생을 만났다.

하인에게 묻는다. 저분이 색채의 대가가 맞습니까.

선생은 장님이었다.



선생님. 시에 색채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먼저 내게 눈의 색을 알려주게.



선문답이 이어진다.

선생님은 어떤 것이 보이십니까.

이어지는 선생의 말.

사리에 맞지 않아 미심쩍었으나 따라해본다.

그리고 역시나 혼이 난다.



그러다 깨닫는다.

보인다. 



선생은 과거 무사였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

어떻게 된 것입니까.

선생에게는 부인과 딸이 있었다.

외부인이었다. 공중곡예사이던 여인을 만나 공중에서 땅으로 내려오게 했다.



간과했던 것은 부인의 노스탤지어.

공중에서 줄을 타는 그 감각이 현실에서 맛볼 수 있는 행복을 이긴 순간.

딱 한번만 타보겠다 허락을 구한다.



선생이 허락하자 부인은 줄을 탄다. 

그리고 추락했다.

선생은 눈이 멀었다.



그가 선생을 만나러 오던 중에 발견한 여인이 바로 선생의 부인이었던 것.

그가 고하자 선생은 찾기를 거절한다.

이미 눈에 담았다.



시간이 흘렀다.

선생이 가자 한다. 그가 부인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상당부분 녹아있던 얼음을 파내어 부인의 얼굴을 드러내어 선생의 손을 이끈다.

선생은 그곳에 누웠다. 이내 잠든 듯 하다.



그는 선생의 거처로 가지 않고 집으로 향한다.



어느순간 그의 시에, 글에 색채가 묻어난다.

그의 시가 완성된 순간은 그녀가 궁중시인과 다시 찾아온 때였다.

그녀의 이름은 '봄눈송이',

선생과 부인의 딸이었다.



배우(알지 못하나 흉내에 능한).

공중곡예사(현실에 순응하지 못하고 잡을 수 없는 이상만을 쫓는).



저자는 둘 중 어느쪽인지 묻는다.

그와 봄눈송이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궁금해졌다.

프랑스인 저자는 어떻게 일본문화를 배경으로 수묵화같은 작품을 그려냈을까.

기회가 된다면 영화 <왕의 남자>를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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