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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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 이름을 내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소설 뿐 아니라 요리에도 조예가 깊다는 것에 놀랐던 때도 있다.

이번에는 미술일 줄이야....

 

 

"이런 미술 에세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반스뿐이다."라는 앞 표지 하단에 적힌 문구는 굳이 누가 말했는지

찾을 필요가 없다. 이 책을 읽은 이는 누구나 다 그렇게 말을 할 것이기 때문.

 

 

그런데 이 책 표지부터 잘 빠졌다. 이런 고급스런 표지라니...

북딩3기 시작한 이후 받은 책 중에 단연 돋보인다.

 

바로 전에 읽었던 산책자의 인문학에도 미술작품에 얽힌 일화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일화를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반스의 사적인 관점을 접할 수 있다. 문제는 다루고 있는 작품과 작가가 나에게 생소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에세이가 아닌 소설 읽는 기분도 들었던 것 같다.

 

 

서평을 쓰는데 있어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두 가지 정도로 크게 나뉘는데(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이해가 안되는 경우와 책이 너무 훌륭해서 어떻게 리뷰를 남겨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경우이다.

이 책의 경우는 단연코 후자이다.

 

사실 그의 글빨에 너무 압도되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은 그가 그림을 보는 관점을 갖게 된 시점에서의 심경을 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어쨋근 확실한 것은, 내가 기억하는 한 바로 거기서 생전 처음으로, 내가 그림 앞에 소극적이고 순종적으로 서 있지 않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1쪽 서문 중에서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18쪽 서문 중에서

 

리뷰가 모호하다면 그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정답'이다. 자.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어떠 리뷰를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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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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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워낙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침 리뷰대회를 연다기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주말 동안에 읽을 수 있다는 위즈덤하우스 홍보글을 읽고 속는 셈치고 도전!!했다.

 

(전자책 구매했고, 도서관에 신청해서 종이책으로도 읽었다. 이 글 작성 중인 14일 오전에 위즈덤하우스 블로그에 남긴 문의글에 '전자책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댓글도 받았다. 어찌되었든 리뷰 마감일자가 다가온다는 것은 이 책을 완독할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루거 총'이란 단어가 생소했는데, 나치가 사용하던 총이었다. 할머니, 그리고 루거총.

아. 상당한 세월 동안 벌어진 이야기겠구나 싶다. 할머니 연세가 무려 일백 하고도 두 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소설의 각 챕터에 쓰여진 일자를 보면 1914년부터 2016년.....

무대가 우리나라였다면 무려 일제강점기부터 탄핵까지 아우를 법한 구성이다.

 

일찍부터 깨인 사고방식을 가진 소유자가 살아남기에 세상은 녹녹치 않았다. 할머니에게도 할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게도 다가온다. 엄마가 아닌 할머니의 영향을 받고 자난 '베르트'는 독립적인 여성이고 스스로 잡화점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잡화점을 독립해 운영하기 전까지 그녀가 선택한 남자들은 과오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았다.).

 

줄거리의 대부분은 함께 살게 되었던 남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인데, 이 부분을 언급하게 되면 결국 내용의 상당부분을 노출시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줄거리는 다소 모호하게 쓰고자 한다.

 

자고로 오랜세월을 견뎌 낸 어르신의 말을 무시해서는 안 될 듯 싶다. 설사 그것이 이웃과 경찰에 총을 난사하고 범인을 숨겨준 혐의를 받는 102살의 어른이라 해도 말이다.

 

할머니를 그 오랜 세월 동안 붙들고 있었던 것은 마지막으로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이 했을 법한 말이었다.

복수를 감행한 이후 공허한 세월을 그토록 버틸 수 있었던 그 말. 40년이란 세월을 버티게 해 준 그 말.

 

그리고 많은 시간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믿었던 사람의 호의였다.

뒷수습은 그에게 하루동안 인생의 대부분을 들려주었던 값을 치루게 한 듯.

 

 

사람좋은(영화배우와 같은 이름을 써서 놀림받았던) 그가 깨어난 후 치르게 될 결과가 어떻지 궁금해진다.

정년이 아직 15년이나 남았다는데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른지.

세번째 부인과 잠시 '브레키'를 가졌는데, 이후 그녀를 찾아갈른지,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베르트 할머니가 시간끌기를 하면서까지 지켜주고 싶어했던 두연인.

나중에 뉴스를 접하면서 베르트 할머니를 어던 사람으로 기억할 것인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날 수 있도록 서로를 아껴주며 살고 있기를 바래본다.

 

 

베르트 할머니의 마지막을 지켜 본 고양이의 실제 나이 역시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 고양이가 혹시 지하실에 묻혀있던 동물들의 사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역시.

 

이 책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역시 작가의 전작에 베르트 할머니가 잠시 등장했던 적이 있었다니.

작가님이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이 책에서 파생된 인물들의 후일담도 들려주시기를 기대해본다.

 

 

위즈덤하우스의 리뷰 이벤트에 영업당해 읽은 책인데, 전자책 구입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덕분에 자세히 읽었고, 다른 형태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옅볼 수 있었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힘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의해 여성을 짓밟을 수 없다는 것.

만약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 존중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

여성 뿐 아니라 인종. 즉 외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짐승 취급할 수는 없다는 점. 언젠가는 그 과오에 대한 처벌이 따른다는 점.

 

 

마지막으로. 베르트와 함께 병실을 사용했던 어린 죄수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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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인문학 - 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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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도 르네상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났다는 저자.



동행이 있어 여정이 외롭지 않았을 듯하다.



유럽이 가까워진다.

예술이 친근해진다.

내 삶에 다시 낭만이 깃든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는 버릇 중 하나가 여행하는 곳과 관련있는 예술가와 작품을 찾아보는 것이라는 저자.



덕분에 이 책의 독자 중 1인인 나는 책의 내용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엿보게 됐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데, 기자 라는 직업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의 스타일에도 반영되어 있다.



무수히 많은 예술가들과 작품들이 탄생한터라 이에 부합하는 세계사 문제를 맞히느라 잔머리 깨나 돌렸던 기억이 난다. 무턱대고 외우려고만 했던 내 학습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만 그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 볼 생각을 했거나 흥미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던 것도 다른 원인이 되었지 않을까?


단테가 쓴 신곡의 제목이 붙여진 경위.

페트라르카의 역사적 위상.

보티첼리와 메디치 가문의 관계.

데카메론의 뜻.

랭보의 외모.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장미의 롤모델.

카사노바의 특이한 이력.

톨킨과 루이스의 관계.

노스트라다무스의 직업.

모르고 지나갔을 법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

14개 장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과 지명.

역사와 지리. 둘 다 접할 수 있는 책.

더구나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여러 번 등장해서 환기시키니 기억에 남는다.

암튼 인물, 지리, 역사. 거기에 사진까지 곁들여 있으니 잘 읽히더란 말씀.

궁금한게 하나 더 생겼는데 글을 쓰신 분과 사진을 담당하신 분의 관계.

시작하는 글과 마치는 글을 읽다보니 혼란스러웠다. 혹시 두 분 부부이신가요? ㅎ

두 분이 같이 쓰신 또 다른 책.

여행자의 인문학 (21명의 예술가와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도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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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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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간 의의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실존했던 인물의 삶을 알고 본받아야 할 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짧은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세상이 변하고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탓에 여성에 대한 존중과 역할에 대한 비하가 많다. 합리적이지 않은 고정관념이 있기에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벽이 더 생긴 것이다.

 

 

실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역사 자체가 남성 위주이고 여성의 신분은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므로 존경할만한 인물의 활약상을 알기가 어렵다. 이이효재 선생님 뿐 아니라 다른 분들이 언론에 언급되거나 책으로 나오는 일이 많아진다면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기여가 될 것 같다.

 

나무위키 같은 새시대의 백과사전에 등재되어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따라서 이 책은 출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허술한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의 인격형성과정을 쫒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시대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으니,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한 역사가 된다.

 

 

2. 리뷰

 

성경을 읽고 민족해방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 나간 것. 둘째라는 환경적 요소. 동양인으로서 미국 유학생활을 견딘 것. 유학 중 한국전쟁, 귀국 이후 이화대학 사회학 교수, 이스라엘의 사례 연구, 미국 내 여성운동 목격, 박정희 정권하의 여성들의 인권운동에 대한 지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설 무렵 해직(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해직된 유일한 여자 교수), 부모의 성을 같이 쓰는 운동. 이 정도면 거의 살아있는 여성운동의 역사라 칭한 문구가 과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찾아보니 여성운동을 다룬 책도 상당수 있었다. 문제는 이를 잘 알지 못했다는 것. 책의 내용을 읽다보니 이이효재 선생님이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은 이런 사례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국내의 여성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여성운동과 병행해야 한다는 점과 실제로 사비를 들여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지원을 했다는 점. 역사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대해 놀라움을 느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기적의 도서관, 호주제 폐지에 대한 기여 부분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여성의 독립의 전제로서 경제적 독립의 의미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강조했다. 이러니 단순한 이론가에 그치지 않고 실천가로서 활동이 가능했던 듯 싶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생생한 현대사를 알고 싶다는 의미에서 읽어도 좋을 듯.

 

 

3. 인상깊은 구절

 

"한국 사회가 민주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가정에만 얽매여 살게 아니라, 직업을 갖거나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남편에 매여 살고, 심리적으로 의존해 사는 것은 진정한 혼인이 아니다. 독립해서 혼자 살 자신이 있는 여자다 진정 평등한 혼인을 할 수 있다."

88쪽. 무려 1958년도에 이화대학 사회학 수업에서 사회 민주화를 위한 여성의 의식변화와 역할을 역설하면서 한 말. 1958년도에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너희들은 신문이라도 읽고 있는 거니? 어떻게 지성인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 이렇게 무관심할 수가 있는 거니?"

93쪽.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났을 무렵. 수업시간에 한 말. 여성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강조.

 

 

"아이들이 저렇게 민주화를 외치며 탄압을 당하는데 선생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169쪽. 1984년 이화대학에 세 번째 임용 이후 가족법 개정 운동과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운동 지원에 대해 당시 총장의 항의를 받고 한 말.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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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 얀다르크 -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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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페이지를 넘기는 맛이 난다.

문학상 수상작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어 어려운 내용일 듯 하지만,

딱 주인공과 한살 차이나는 내가 읽었을 땐 마치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끔 현실이 드라마같다는 생각을 한다. 세월이 쌓이다보니 하루하루 의미 없이 지나가던, 아니 살아지던 시간들이 돌아보니 굴곡져 있더라.

 

마냥 굽이치지만은 않고,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지만 때론 일직선처럼 곧게 펼쳐진 때도 있었더라.

 

구디 얀다르크라는 제목에 지레 어려운 내용일거라 짐작했지만 또래라면 익히 경험해봤을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체 조건(?)으로 인한 선입견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거치고 좋은 기억으로 간직될 연애의 경험도 있고, 현실의 무게와 가정사 때문에 주저앉았던 경험이 있는 어찌보면 흔한 이야기지만, 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주인공 사이안(이름 '이안'을 줄인 '얀'과 다니던 직장이 있던 구로디지털단지의 줄임말 '구디', 잔다르크가 결합하여 '구디 얀다르크'가 되었다)은 본인의 노력으로 전세자금을 마련해 본 성공의 경험이 있다는 것 정도. 성실하게 살아왔고 시대를 편승해서 약간의 성공을 맛보았지만, 그 시대를 잘못 편승해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으로 이제 막 40대를 바라보는 주인공을 '노회한 어른'으로 만들었다.

 

 

남들이 보기엔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인생일지라도, 만년 후보군에 속해있어 성공의 기약이 없지만 대책 없이 낙관적인 연하의 연인과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주인공!!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점점 더 변화가 없는 일상 속을 살아가는 내게 있어, 이 책은 '위인전기'처럼 읽혔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를 보고 감정이입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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