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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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간 의의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실존했던 인물의 삶을 알고 본받아야 할 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짧은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세상이 변하고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탓에 여성에 대한 존중과 역할에 대한 비하가 많다. 합리적이지 않은 고정관념이 있기에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벽이 더 생긴 것이다.

 

 

실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역사 자체가 남성 위주이고 여성의 신분은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므로 존경할만한 인물의 활약상을 알기가 어렵다. 이이효재 선생님 뿐 아니라 다른 분들이 언론에 언급되거나 책으로 나오는 일이 많아진다면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기여가 될 것 같다.

 

나무위키 같은 새시대의 백과사전에 등재되어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따라서 이 책은 출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허술한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의 인격형성과정을 쫒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시대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으니,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한 역사가 된다.

 

 

2. 리뷰

 

성경을 읽고 민족해방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 나간 것. 둘째라는 환경적 요소. 동양인으로서 미국 유학생활을 견딘 것. 유학 중 한국전쟁, 귀국 이후 이화대학 사회학 교수, 이스라엘의 사례 연구, 미국 내 여성운동 목격, 박정희 정권하의 여성들의 인권운동에 대한 지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설 무렵 해직(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해직된 유일한 여자 교수), 부모의 성을 같이 쓰는 운동. 이 정도면 거의 살아있는 여성운동의 역사라 칭한 문구가 과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찾아보니 여성운동을 다룬 책도 상당수 있었다. 문제는 이를 잘 알지 못했다는 것. 책의 내용을 읽다보니 이이효재 선생님이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은 이런 사례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국내의 여성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여성운동과 병행해야 한다는 점과 실제로 사비를 들여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지원을 했다는 점. 역사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대해 놀라움을 느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기적의 도서관, 호주제 폐지에 대한 기여 부분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여성의 독립의 전제로서 경제적 독립의 의미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강조했다. 이러니 단순한 이론가에 그치지 않고 실천가로서 활동이 가능했던 듯 싶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생생한 현대사를 알고 싶다는 의미에서 읽어도 좋을 듯.

 

 

3. 인상깊은 구절

 

"한국 사회가 민주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가정에만 얽매여 살게 아니라, 직업을 갖거나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남편에 매여 살고, 심리적으로 의존해 사는 것은 진정한 혼인이 아니다. 독립해서 혼자 살 자신이 있는 여자다 진정 평등한 혼인을 할 수 있다."

88쪽. 무려 1958년도에 이화대학 사회학 수업에서 사회 민주화를 위한 여성의 의식변화와 역할을 역설하면서 한 말. 1958년도에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너희들은 신문이라도 읽고 있는 거니? 어떻게 지성인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 이렇게 무관심할 수가 있는 거니?"

93쪽.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났을 무렵. 수업시간에 한 말. 여성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강조.

 

 

"아이들이 저렇게 민주화를 외치며 탄압을 당하는데 선생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169쪽. 1984년 이화대학에 세 번째 임용 이후 가족법 개정 운동과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운동 지원에 대해 당시 총장의 항의를 받고 한 말.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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