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 동기부여 천재 개리 비숍이 던지는 지혜의 직격탄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갤리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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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부분



"자신의 삶을 구분 지어서 이해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것과 저것을 분리한다. 직장생활과 사생활, 가족 사이의 관계와 사회생활,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자. 다음이 중요하다.



"다 헛짓거리다. 어느 영역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언제나 당신이다. ....... 성격상의 결함이나 지긋지긋한 가족 문제 혹은 커리어 문제, 거듭하는 연애 실패나 친구 관계에서의 실패, 사업상의 위험 등을 늘어놓으며 이것 하나만 해결한다면 삶이 근사해질 거라고 말한다. 그만 좀 해라. 당신의 삶은 괜찮지 않다. 제발 기준을 계속 낮춰가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일을 그만둬라."



인터넷 게시판 베스트글 찬반좌 정도되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 그 앞장에는 이런 글도 등장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들에게 그만 좀 물어라. 따지고 보면 그렇게 조언에 목말라 하는 이유는 당신이 곤경에 빠져 있으며 지금까지 이렇게 대처해왔다는 점을 피력한 뒤 결국 잘하고 있다는 동의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 편을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뼈 마디 하나쯤 부러졌는가? 그렇다면 잠시 눈물을 닦고 하늘을 한번 쳐다보라. 심호흡은 필수이다. 자.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면 다시 페이지를 넘겨보자. 소중한 말들이다. 당신 지인들이 당신 앞에서는 하지 못할 말들이다. 완독 후에 달라질 자신을 생각하며 <자해>가 아닌 자의식 <해체>를 자신의 의지로 해보는 것이다.



■ "당신 인생의 모든 두려움은 전적으로 당신이 꾸며낸 것이다. 그렇기에 두려움은 맞서 싸울 대상도 아니다. 저항하려고 시도할 필요조차 없이 함께 공존하고, 살아갈 대상이다."



두려움은 극복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이다. 인정하면 나아갈 수 있다.



■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책임을 전적으로 본인의 어깨에 올려야 하고, 주변 상황의 희생양인 척하기를 집어치워야 한다."



이 부분은 시각화하며 상상했다. 책임을 마대 자루에 넣는다. 마대의 입구를 묶는다. 한쪽을 들어올린다. 반동을 준다. 어깨에 올린다. 그래. 목적지에 가기 전까지 어떻게든 내가 책임져야 한다.



■ "가치 있는 모든 것의 시작은 작은 행동 하나였다."



해보자. 그래야 시작된다.



■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이다."



이 당연한 말을 잊고 살았네.



■ "나는 혼돈의 상황을 겪어내며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백전노장이 전장을 떠나는 신입 병사에게 해주는 조언들 같다. 자신을 돌아보고 나아가게 하는 말들.



☆ 역시나 한 번 읽어서는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뭔가 아닌데, 잘 하고 있는 것 맞나 싶을 때 다시 펼쳐보자. 단언컨대, 최적의 답을 찾는 길을 알려줄 것이다. 물론 그 답 자체는 당신이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무르지 않다.



※ 이 글은 웅진서포터즈 웅답하라1기 자격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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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1990 - 상상과 우상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김학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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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팝의고고학 #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을유문화사 #한국팝의고고학1990 #상상과우상 #대중가요백서 #1990년대가요 #한국팝의고고학시리즈 #도서협찬

이동진 기자의 글과 인터뷰를 엮어낸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 그 영화의 시간)를 보면서 영화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고, 알게된 영화가 많을수록 깊이 이해해보고 싶어졌다.

대중음악을 이동진 기자처럼 전문적인 시각에서 풀고 그 시대 음악인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처럼 책으로 입문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텐데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말 그대로 선물처럼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그 감동. 두께만으로 이미 충분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이 책이 너무도 소중한 나머지 얼마동안은 펴보지도 못했다.

마침 오늘 90년대 출간되었던 만화 비트의 마지막권에 대한 감상을 피드에 올렸는데, 내게 있어 90년대를 음악만큼 추억하게 해주는 매체는 없을 것 같다.

81년생인 내가 겪은 90년대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아우른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VOD 서비스는 커녕 본방사수하지 않으면 영영 놓치고 마는 가요 순위프로그램을 보지 모하면 다음날 등교 후에 도무지 대화에 낄 수 없었던 시절. 짝퉁 테잎을 듣고 있다 있는 집 자식에게 놀림받던 시절. 늘어난 카세트 테잎을 냉장고에 넣어두던 시절.
친구가 듣던 음악 따라 듣다가 넥스트에 빠졌던 때.

그러니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다행히도 펼쳐본 내용은 그 시절 알지 못하고 지나갔던 일들의 전말을 기대이상으로 풀어내준다. 무한도전 토토가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90년대 가수들의 근황이나 뒷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지만 백과사전류의 책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인물의 생전 인터뷰를 지면으로나마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뮤지션 뿐 아니라 기획자, 작곡자들의 꼭지도 여럿 등장한다(음악의 신. 이상민 꼭지도 있다.).

특별히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90년대에 등장한 가수들과 관련된 것들은 이 책에서 다루는 것 이상으로 자세하게 서술하기는 어려울 듯. 기대없이 펼쳐본 페이지에서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인상에 남았던 부분 중 디제이 디오씨에 대한 평가 부분.
"디제이 디오씨는 나중에 발표된 앨범이 예전에 발표된 앨범을 역규정하는 존재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화하는 과정을 서술하는 글쓰기의 관습을 넘어서기 힘들지만, 실제의 평가는 현재부터 과거로 역추적하며 수행하는 것이 '진짜' 순서다. 디제이 디오씨가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리는 반면, 룰라는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이유를 함축적으로 말한다면 '5집의 차이' 때문이다."
_ 제5장 땐쓰, 땐스, 댄스 : 과속과 통속 369쪽 중에서

모아놓은 자료도 자료지만 이런 글을 쓰고 싶어진다.

영화 평론집은 이동진 기자의 책을 추천하듯, 음악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를 추천!!!!

※ 이 글은 @eulyoo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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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서 드라마 파는 여자 - 하이퍼리얼리즘 협상 에세이
송효지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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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해보이는 얼굴에 속지 마시라.

사적으로 만날 때와 공적으로 만날 때의 자세가 다름을 명심하라.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은 전에 저자와 협상을 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이다.

어쩌면 본인들의 흑역사를 상기하게 될 지도 모르니.


저자가 현업에 있을 때 이 책이 나온 것을 감사해야 할 분들이 있다. 바로 경쟁사에서 같은 포지션에 근무하고 있는 분들. 덕분에 협상력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질지도.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책은 아마도 번역되어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내에서 소비되어야 하는 책.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작가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협상이란 한마디로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다시 말해 제품을 바탕으로 상대의 감정을 건드려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이 협상이다.

당연히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보 수집, 계획 수립, 목표 설정이 반드시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협상에서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하는 의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상당 부분 노출한다. 본게임 전에 이미 선수 분석, 판세 분석, 퇴로 분석, 그리고 기본적으로 본인 컨디션 분석까지 마쳐야 한다. 협상이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 승패를 거의 확정 짓고 본게임에 임한다.


저자는 틈틈히 김언수 소설가의 <설계자들>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설명하는데(덕분에 조만간 읽어볼 생각), 나는 저자의 책을 영화 <타짜>에 빗대고자 한다.


백윤식 배우가 분한 '평경장'은 노름판에서 판돈을 싹쓰리하지 않는다. 자신이 판에서 빠져도 남은 사람들이 게임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남겨둔다. 영화 초반부 '고니(조승우 배우)'와 '고광렬'(유해진 배우)이 쫓기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협상의 고수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러면 같은 상대하고는 두번 다시 거래할 수 없다. 저자는 재계약의 고수이다. '윈윈'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지만 적어도 각자의 입장에서 '승리했다', 혹은 '이 사람이라면 다시 협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혹시 '혼을 담은 구라'라고 아는가? 백윤식 배우님의 대사 중에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저자의 장기. '구라'의 의미는 '속여서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거래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기술'로 바꾸면 맞을 듯 하다. '혼을 담은'의 의미는 저자가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는 의미이다.


'협상'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듯 한데, 저자는 보란 듯 해낸다. 내용 역시 충실하다. 이유는 경륜에서 찾을 수 있겠다.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 플러스. 사적인 관계에서는 '유능한 협상가'의 부캐를 내려놓으시는 듯. 초반부에 등장하는 '자전거 구입 에피소드'에서 허당 매력을 뿜어내신다. 가만. 그러고보면 '자전거 매장 사장님'이 더 협상의 고수이신 것 아닌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놓고 편안한 자리에서 충실한 강의를 들은 느낌. 잘 읽었습니다. 너무 멋지세요!!


덧) '환불원정대' 멤버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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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사 도베르만 1 - 윤현호 대본집
윤현호 지음 / 북캣(BOOKCAT)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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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인 "나는 아버지를 잃고 모든 것을 잃었다."


도배만 "흔히 인생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 선택마저도 정해진 운명이니까. 운명을 따르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조차 운명이니까."



제목의 의미. 군검사 도베르만. 이름에서 오는 유희였을까? 궁금했다. 한번 물면 치명상을 입히기 전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 아니면 누군가의 사냥개의 역할을 하거나 혹은 차우인의 조련을 받아 군검사로서 자각을 하기 때문?



아마도 중의적인 의미가 맞을 것 같다. 1권의 표지 속 도배만. 목 줄이 달린 것은 도베르만인가 도배만인가?



한국 애견연맹 견종 표준서 요약을 보면 "도베르만은 독일에서 유래한 중형견으로 명칭은 맨 처음 사육한 사람인 프리드리히 루이 도베르만(1834.1.2~1894.6.9)의 이름에서 온 견종이다. 체구와 달리 우아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일을 수행하는 능력과 힘든 일도 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도배만을 설명하기에 마지막 줄 만큼 적확한 표현은 없다. 

능력의 탁월성을 입증하는데 상당 부분이 할애되기는 하지 ㅎ



도배만의 부모 죽음의 전말에 대해 알고 있던 차우인은 도배만에게 쉽사리 알려주지 않는다. 그가 더 후회하지 않도록 넌지시 언급했을 뿐이다. 돌아온 탕아. 도배만은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으면서 달라진다. 



주도권을 마냥 차우인에게 주지 않는다. 더이상 목줄을 주고 흔들게 놔두지 않으려 한다. 



차우인 "역시 도 검사님을 선택한 건 탁월한 결정이었네요. 그런 결심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도배만 "나..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아...차 검이랑 사냥한 덕에 나도 두려움을 잊은 걸까? 아님 길들여...진 거?"



법정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 도배만. 법을 무시하고 법 위에 있는 자들을 법정 외에서 처단하는 차우인.


그리고 때론 속이면서까지 차우인을 지키려하는 조력자 강하준.



법정 안에서의 싸움. 도배만과 차우인의 창. 번번히 그들을 막아서는 방패 군검사 출신 변호사 용문구. 



군대의 부조리에 맞서는 내부고발자들의 좌절. 그들에게 이번엔 다르다면서 온몸으로 설득해내는 도배만의 뜨거운 심장과 차우인의 공감.



신하사 "상대는 홍무섭 군단장입니다. 우리는 조약돌일 뿐이고... 조약돌이 바위를 깰 수 있습니까?"


도배만 "돌도끼도 돌을 깨지만 처음엔 돌이잖아? 우리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분명 이길 수 있어."



법정물의 미덕.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론 유력 증인의 증언번복, 증거조작, 전문가 매수 등으로 진실을 덮는데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마지막엔 그 진실이 누군가의 양심고백이나 숨겨놓은 증거의 발견으로 인해 드러난다는 점.

악인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점.



이 작품은 법정물의 미덕에 충실하다. 정의. 그들을 법정에 세워 정해진 절차에 따라 그들이 실제 저지른 일에 대해 밝히고 그에 따른 적정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 믿음. 



​이번엔 정의가 실현되는 장소가 군대로 바뀌었다. 장소가 바뀐 것만으로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상명하복의 군대 내 위계질서 안에서 상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행되는 재판. 2권의 표지를 보면 악의 축 노화영 사단장이 군판사 위에 앉아 있다. 차우인의 도발로 시작되어 도배만의 각성과 노화영의 아들 노태남의 내려놓음으로 인해 노화영 사단장은 결국 영어의 몸이 된다. 



​노화영 사단장 역시 주인공. 그녀가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들의 면회를 거절한 그녀가 편지를 읽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는 장면. 군인 이전에 그녀 역시 사람이고 엄마였다. 이들의 화해는 상상의 영역으로.



마지막 장면. 차우인과 도배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키스. 군검사 도베르만 END.



​영화 <나는 아빠다> 각본, 영화 <변호인> 각본, 드라마 <아들의 전쟁 - 리멤버> 극본, 영화 <공조> 각본, 드라마 <무법변호사> 극본. 모두 한 사람이 쓴 작품이다. 윤현호 작가님. 차기작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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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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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뭐지? 윤기나는 구슬? 뭔가 간지러운 느낌을 주는 이 단어의 뜻. 혹시 알고 계셨나요?


저는 이번에 알았어요. 바로 이 책의 제목을 통해서.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네요. 늘상 파고가 높지는 않을테지만 마냥 잔잔하지만은 않은

내 안의 윤슬. 작가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까요?


잘 발효된 사연. 추천사의 첫 줄에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님이 남기신 문구예요. 잘 발효되었다니.

책을 읽는 중에 특히 와닿은 문구. 그래요. 잘 발효된 사연 이보다 적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아요.


여러 이야기들이 실려있지만 제가 특히 마음이 기울었던 편은 "흑과 백"이랍니다.


작가님 집 다용도실에 몇십 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바둑판에 얽힌 이야기. <고스트 바둑왕>의 독자라면 혹시나 바둑판을 떠나지 못하고 유지를 이어 신의 한수를 완성시키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이'의 영혼이라도 깃들어 있나?하는 기대를 하겠지만. 이것은 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


30여년 전 작가님의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열린 아마추어 바둑 토너먼트 대회.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고 귀가한 남편이 들고온 바둑판. 토너먼트 답게 난다긴다 하는 고수들의 초식들을 무찌르고 타낸 부상인지라 얼마나 아꼈을지는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가지 않나요? 그런 바둑판이 집 다용도실에 방치되어 있다니.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제 막 돌을 지난 아들이 거실 한쪽을 차지하던 바둑판 위로 넘어지고 맙니다. 아이의 이마에 흐르는 피. 하필 바둑판 모서리에 넘어진 것. 퇴근한 후 아이가 자신의 이마와 바둑판을 보면서 울기 시작하는데. 작가님의 남편은 아이를 꼭 안아주고는 말 없이 바둑판을 다용도실에 옮겨둡니다.

그렇게 지금의 자리에 방치되고 말지요. 사족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려집니다. 그날의 분위기. 그리고 그 마음이.


바둑에 엃힌 이야기는 또 있습니다. 바둑광이던 작가님의 오빠가 암 선고를 받아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작가님의 남편은 휴대용 바둑판을 가지고 가 서로 말 없이 바둑 삼매에 빠져듭니다. 흑과 백의 돌을 두면서 그들은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요...


작가님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바둑에서는 신의와 절개는 있어도 배신이나 변절은 없다고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자신에게 주어진 바둑돌을 놓아야 하듯 우리는 매 순간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지 않았을까."

"지난날들을 복기한다면 성공을 백으로, 실패를 흑으로 봤을 때 우리네 인생은 흑일까 백일까?"


신기합니다. 몇 페이지 안되는 분량임에도 각 사연들을 덮고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묻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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