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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사 도베르만 1 - 윤현호 대본집
윤현호 지음 / 북캣(BOOKCAT) / 2022년 5월
평점 :
차우인 "나는 아버지를 잃고 모든 것을 잃었다."
도배만 "흔히 인생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 선택마저도 정해진 운명이니까. 운명을 따르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조차 운명이니까."
제목의 의미. 군검사 도베르만. 이름에서 오는 유희였을까? 궁금했다. 한번 물면 치명상을 입히기 전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 아니면 누군가의 사냥개의 역할을 하거나 혹은 차우인의 조련을 받아 군검사로서 자각을 하기 때문?
아마도 중의적인 의미가 맞을 것 같다. 1권의 표지 속 도배만. 목 줄이 달린 것은 도베르만인가 도배만인가?
한국 애견연맹 견종 표준서 요약을 보면 "도베르만은 독일에서 유래한 중형견으로 명칭은 맨 처음 사육한 사람인 프리드리히 루이 도베르만(1834.1.2~1894.6.9)의 이름에서 온 견종이다. 체구와 달리 우아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일을 수행하는 능력과 힘든 일도 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도배만을 설명하기에 마지막 줄 만큼 적확한 표현은 없다.
능력의 탁월성을 입증하는데 상당 부분이 할애되기는 하지 ㅎ
도배만의 부모 죽음의 전말에 대해 알고 있던 차우인은 도배만에게 쉽사리 알려주지 않는다. 그가 더 후회하지 않도록 넌지시 언급했을 뿐이다. 돌아온 탕아. 도배만은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으면서 달라진다.
주도권을 마냥 차우인에게 주지 않는다. 더이상 목줄을 주고 흔들게 놔두지 않으려 한다.
차우인 "역시 도 검사님을 선택한 건 탁월한 결정이었네요. 그런 결심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도배만 "나..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아...차 검이랑 사냥한 덕에 나도 두려움을 잊은 걸까? 아님 길들여...진 거?"
법정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 도배만. 법을 무시하고 법 위에 있는 자들을 법정 외에서 처단하는 차우인.
그리고 때론 속이면서까지 차우인을 지키려하는 조력자 강하준.
법정 안에서의 싸움. 도배만과 차우인의 창. 번번히 그들을 막아서는 방패 군검사 출신 변호사 용문구.
군대의 부조리에 맞서는 내부고발자들의 좌절. 그들에게 이번엔 다르다면서 온몸으로 설득해내는 도배만의 뜨거운 심장과 차우인의 공감.
신하사 "상대는 홍무섭 군단장입니다. 우리는 조약돌일 뿐이고... 조약돌이 바위를 깰 수 있습니까?"
도배만 "돌도끼도 돌을 깨지만 처음엔 돌이잖아? 우리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분명 이길 수 있어."
법정물의 미덕.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론 유력 증인의 증언번복, 증거조작, 전문가 매수 등으로 진실을 덮는데 성공하는 듯 보이지만 마지막엔 그 진실이 누군가의 양심고백이나 숨겨놓은 증거의 발견으로 인해 드러난다는 점.
악인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점.
이 작품은 법정물의 미덕에 충실하다. 정의. 그들을 법정에 세워 정해진 절차에 따라 그들이 실제 저지른 일에 대해 밝히고 그에 따른 적정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 믿음.
이번엔 정의가 실현되는 장소가 군대로 바뀌었다. 장소가 바뀐 것만으로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상명하복의 군대 내 위계질서 안에서 상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행되는 재판. 2권의 표지를 보면 악의 축 노화영 사단장이 군판사 위에 앉아 있다. 차우인의 도발로 시작되어 도배만의 각성과 노화영의 아들 노태남의 내려놓음으로 인해 노화영 사단장은 결국 영어의 몸이 된다.
노화영 사단장 역시 주인공. 그녀가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들의 면회를 거절한 그녀가 편지를 읽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는 장면. 군인 이전에 그녀 역시 사람이고 엄마였다. 이들의 화해는 상상의 영역으로.
마지막 장면. 차우인과 도배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키스. 군검사 도베르만 END.
영화 <나는 아빠다> 각본, 영화 <변호인> 각본, 드라마 <아들의 전쟁 - 리멤버> 극본, 영화 <공조> 각본, 드라마 <무법변호사> 극본. 모두 한 사람이 쓴 작품이다. 윤현호 작가님. 차기작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