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서 드라마 파는 여자 - 하이퍼리얼리즘 협상 에세이
송효지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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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해보이는 얼굴에 속지 마시라.

사적으로 만날 때와 공적으로 만날 때의 자세가 다름을 명심하라.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은 전에 저자와 협상을 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이다.

어쩌면 본인들의 흑역사를 상기하게 될 지도 모르니.


저자가 현업에 있을 때 이 책이 나온 것을 감사해야 할 분들이 있다. 바로 경쟁사에서 같은 포지션에 근무하고 있는 분들. 덕분에 협상력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질지도.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책은 아마도 번역되어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내에서 소비되어야 하는 책.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작가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협상이란 한마디로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다시 말해 제품을 바탕으로 상대의 감정을 건드려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이 협상이다.

당연히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보 수집, 계획 수립, 목표 설정이 반드시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협상에서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하는 의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상당 부분 노출한다. 본게임 전에 이미 선수 분석, 판세 분석, 퇴로 분석, 그리고 기본적으로 본인 컨디션 분석까지 마쳐야 한다. 협상이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 승패를 거의 확정 짓고 본게임에 임한다.


저자는 틈틈히 김언수 소설가의 <설계자들>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설명하는데(덕분에 조만간 읽어볼 생각), 나는 저자의 책을 영화 <타짜>에 빗대고자 한다.


백윤식 배우가 분한 '평경장'은 노름판에서 판돈을 싹쓰리하지 않는다. 자신이 판에서 빠져도 남은 사람들이 게임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남겨둔다. 영화 초반부 '고니(조승우 배우)'와 '고광렬'(유해진 배우)이 쫓기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협상의 고수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러면 같은 상대하고는 두번 다시 거래할 수 없다. 저자는 재계약의 고수이다. '윈윈'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지만 적어도 각자의 입장에서 '승리했다', 혹은 '이 사람이라면 다시 협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혹시 '혼을 담은 구라'라고 아는가? 백윤식 배우님의 대사 중에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저자의 장기. '구라'의 의미는 '속여서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거래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기술'로 바꾸면 맞을 듯 하다. '혼을 담은'의 의미는 저자가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는 의미이다.


'협상'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울 듯 한데, 저자는 보란 듯 해낸다. 내용 역시 충실하다. 이유는 경륜에서 찾을 수 있겠다.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 플러스. 사적인 관계에서는 '유능한 협상가'의 부캐를 내려놓으시는 듯. 초반부에 등장하는 '자전거 구입 에피소드'에서 허당 매력을 뿜어내신다. 가만. 그러고보면 '자전거 매장 사장님'이 더 협상의 고수이신 것 아닌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놓고 편안한 자리에서 충실한 강의를 들은 느낌. 잘 읽었습니다. 너무 멋지세요!!


덧) '환불원정대' 멤버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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