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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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할 수 있는 직업.
어느 투수는 1이닝을 책임질 수 없을 때. 그만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본인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다.
정신만이 아니라 그에 부합하는 신체적인 능력, 외형이 뒷받침되어야 유지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 대한 자긍심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정해진 답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시점에서 내려와야 하는지 숱하게 했을 고민.

'남아 있는 나날'이란 책은 노벨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다. 우연하게도 노벨상 수상 이전에 종이책을 샀더랬다.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던 그 책은 고향 집의 책장에 얌전히 모셔져 있고, 그 책을 처음 완독한 사람은 아버지일 것이다(아들이 아버지의 은퇴시점을 바라보는 내용이 등장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번에 독서모임에서 첫번째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읽었는데 한 인물과 그 사람을 둘러싼 지인들과 환경으로 채워진 긴 세월을 읽어나간다는 것. 그 자체로 책의 남은 분량이 나에게 있어 '남아 있는 나날'이 되었다.

전자책의 무수히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긴호흡이 필요한 책은 역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어야 맛인데 그러지 못해서인지 참 오래도록 읽었다. 그럼에도 긴호흡으로 한번에 읽지 못하고 다시 앞을 읽었다가 다시 돌아나가는 일을 반복했다. 역시 '상'을 받은 책들과 나는 친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친하지 않은 종류의 책이라도 일단 완독하게 되면, 그 끝엔 무언가 '성취감'이 생기기에 포기만은 하지말자는 심정으로 읽었다.

특이한 직업이 등장한다. 여타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변인물로 그려지는 '집사'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랄까? 과묵. 능력. 무표정. 엄격함. 통제. 상황파악.
주인공(스티븐스)의 입을 빌려 말하면 '품위' (저는 '소명의식이 외부로 발현된 이상적인 형태'로 표현하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집사들 대다수가 스스로 그런 역량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지만, 그러나 나는 우리가 말하는 '품위'란 것은 이 업에 몸담고 있는 한 끊임없이 의미 있게 추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본인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업에 충실하고자 한눈 팔지 않고 살아온 결과 본인의 사적인 감정을 숨기고, 아들로서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연을 놓치고 맙니다.

책의 도입부가 영국인 주인이 아닌 미국인 주인으로 바뀐 후, 북적이던 식솔들이 줄어 4인체제로 남고 본인이 언젠가 본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들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한번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휴가를 받아 오래 전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인연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된 것은 여정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주인공의 남은 날은 어떤 날들일까요?
휴가를 받았음에도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때 연인이 되었을 여인의 편지 어느 문구에 묻은 감정을 쫒아 떠난 여행을 통해서 주인공은 살아갈 힘을 얻었을까요?

중간에 나오는 젊은 시절 아버지의 일화와 육체의 노쇠화에 따른 실수. 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이 반복될 것인지.

한사람의 세월을 다루고,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이후 모시는 주인의 교체와 지위 변화를 통해 남은 날을 떠올리게 하기 보다 살아온 날을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반추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5년 후, 10년 후에 읽었을 때. 느낄 감정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책. '남아 있는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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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잠든 물고기 나남문학번역선 20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인옥.김경림 옮김 / 나남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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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뷰

아이를 가진 여성들 사이에 이토록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은 처음 느껴보는 것 같다.
역시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는 것과 당사자로서 느끼는 감정은 확연히 다를지도...

책을 읽기 전 1999년도에 일어났던 일명 '수험살인'이라는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라기에 아이의 죽음으로 끝이나겠구나 추측하면서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에서 죽은 아이는 없으니까 안심하고 읽으셔도 될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5명의 근황이 전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을테니 이 글을 일게 되는 독자분들에게 미리 알려드린다. 이 점에서 옮긴이의 글을 책의 전반에 배치한 것은 영리한 편집인 듯 하다. 옮긴이의 글에서 실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설명을 알면서 엄마들의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비극이 일어날 것만 같아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질 못한다. 덕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엄마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선이 이토록 무서울 줄 몰랐다.
엄마 5인이 각자를 알기 전의 모습, 서로 알게 된 계기, 사이좋은 한 때, 자녀의 진학에 대한 엄마들의 인터뷰를 기점으로 해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그들의 사이, 이후 서로를 밀어내게 되는 과정, 실제 있었을지 알 수 없는 한 엄마의 파국을 그린 장면, 결국 아이의 입학을 앞둔 시점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는 5명의 엄마.

사소한 말 한마디.
말을 한 사람은 후회를, 듣는 사람은 오해를 한다.
즉시 풀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일일이 말을 하기도 어렵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오해의 크기가 커질수록 친밀감의 간격이 멀어진다.

교육에 대한 입장차도 아이들에 대한 암묵적인 서열 혹은 평가가 매겨지면서 정보공유에서 각자도생이 된다.

서로에게 플러스가 되었던 관계가 마이너스가 된다. 호의에 대한 과도한 의존, 각자의 영역에 대한 무심한 침입으로 후회스러운 관계가 되는 과정을 작가는 첨탑을 쌓아가듯 정성스럽게 쌓아올린다.

그렇게 쌓아올린 첨탑이 무너지기 직전. 모티브로 했던 사건이 실제로 소설에서도 펼쳐질 듯 한 그때. 작가의 영리함이 드러난다. 5명의 엄마 중 누구인지, 아이는 누구인지에 대해 정확한 묘사를 하지 않고 피해간다(아이에 대한 설명으로 위험한 일을 저지를 엄마가 누구인지 대략적인 추측은 할 수 있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느낌도 난다(실제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만큼 엄마들을 궁지로 몰아간다. 모임은 해체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엄마들이 마지막에 본인들의 삶을 추스릴 수 있었던 것은 이토록 단순한 사실덕이다.

반복되겠지만. 내 삶이 망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세상은 그대로이고 내 삶은 끝이 나기 전까지 계속 된다. 아이가 국립 또는 사립에 들어가지 못해도.


자기 아이에 대해 항상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지만 다른 모습을 보일 때도 있고, 늘 곁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어떤 부모라도 같지 않을까. 교육에 대한 문제는 그래서 어렵다. 같은 공간에 있는 아이들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2. 인상깊은 구절

요코
일부러 말하지 않는다거나 숨긴다거나 그런 식으로 금방 생각하는 사람, 나는 치카에게 그런 식으로 보였던 것일까. 치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요코는 순간 불안해졌다.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싫어했던 건 아닐까. 너무 캐묻는다고 생각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안절부절 못했다. 그게 아니라, 치카에 대한 것을 전부 알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이야기 흐름상 물었을 뿐이라고 치카에게 설명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다. 226쪽

치카
명품백, 그러고 보니, 요코 씨였는지 히토미 씨였는지, 언젠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니, 다치바나 유리가 했나. 자녀를 유명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 기분일 거라고. 하지만 그게 뭐가 나쁘다는 거지? 살 수 있는 여유가 돼서 샀다면 들고 다니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남에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갖고 싶었던 거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287쪽

마유코
왜 내가 이런 곳에 이사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왜 내가 그 좁은 아파트에 만족하지 못했을까. 왜 내가 도심에 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걸 했을까. 왜 내가-내가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싶었던 걸까. 뭐가 갖고 싶은 걸까. 조용한 의문이,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처럼 마유코의 가슴에 퍼져 갔다. 363쪽

가오리
작은 실패 따위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거야말로 내가 에리카에게 가르치지 않았던 것이다. 나야말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448쪽

히토미
그런데 왜, 지금도 굶주린 듯 뭔가를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히토미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불만으로 생각하는지, 무엇을 참지 못하는지, 자신 안에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패배감이 있는 것인지, 히토미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4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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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2 - 최경미 대본집
최경미 지음 / 비단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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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된 드라마.
어쩌면 드라마 외적인 요소로 인해 더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
그 드라마의 대본집입니다.

초반에 그려진 악벤져스 4인의 악행을 선정적으로 그려서인지 다루고 있는 주제의 무거움이 덜 부각된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영상이 아니라 지문으로 읽는 대본집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곱씹으면서 읽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대본집은 전에 '신의 선물'을 읽은 이후 찾아보게 되었는데 화면을 보는 것보다 더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보통 드라마 방영이 끝이 난 후에 출간되기 때문에 내용이나 전개를 다 알고 있음에도, 영상을 볼 때는 들리지 않았던 '대사'가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대비하여 보여주면서 법의 허점(사실 법이라는 시스템의 허점이라기 보다 사건관계자들의 의도가 들어가게 되어 왜곡된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의견입니다만)을 이용하여 유죄가 무죄로 둔갑하고 힘없는 사람이 희생양이 되어 이후의 인생까지도 왜곡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과거 사건의 피해자가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가해자가 되었다는 점이 주는 아이러니. 과거 사건의 가해자는 형벌에서 자유로웠으나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가해자인 과거의 피해자는 어떤 형식으로든 희생을 치르게 된다는 점이 대비되어 안타까웠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많습니다.
이 드라마의 미덕이자 한계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1)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과, 소년법의 존재의의에 대한 문제제기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성인에 비해서 처벌의 수위가 낮은 소년법의 존재 의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 다만, 이진욱 배우가 분한 '독고영' 이라는 형사캐릭터가 촉법소년이었다는 점에서 주제를 흐리게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독고영이 촉법소년이었으나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하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이를 받아들여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왕래를 한다는 설정을 극의 후반에 짧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하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독고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였다면, 같은 촉법소년이었으나 반성 없이 외관만 자란 듯한 악벤져스 4인 캐릭터의 인생과 비교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인격이 성숙하지 않았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보다 교화를 통해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소년법의 존재이유에 대응하는 삶을 살아온 독고영의 삶.
폐지의 근거가 되는 촉법소년들의 강력범죄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더 큰 범죄. 보호받지 못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떠앉게 되는 피해자들의 삶.

17부에서 서준희의 대사가 등장하지만, 악벤져스 중에서 가장 유약하게 그려진 캐릭터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본집 2권 17부 357쪽 중
준희   바다에 던진 아이가 살아 있었다는 생각만 하면 끔찍했어, 그래...그건 실수였어, 쟤들을

         봐- 저렇게 살고 있잖아, 거짓 위로지만, 그 힘으로 버텼다고, 니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

         스럽게 나쁜 짓도 하게 되고, 그래야 어울릴 수 잇다고 생각했어, 어리석게...

363쪽 중
독고영  (뭔가 화가 나는 감정으로) 선과 악을 결정하는 게 뭔지 압니까?
준희     (힘없이 바라본다)
독고영  선택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서 선이, 악이 결정이 되죠, 당신들은 그동안 선택의

           기로에서 늘 최악의 선택을 했습니다. 19년 전에도 염미정 사건 때도...지금도...
준희      (인정하듯 끄덕인다)
독고영   괜히 친구를 죽인 죄책감으로 무책임한 행동하지 맙시다.
준희      걱정 마세요. 죗값... 모두 치를 거예요,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겪어봤으니까... 누구보다 잘 압니다.

(2) 시스템의 일부를 자청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법관의 모습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담당 판사와 피고인 최자혜가 1심 판결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이후 대면하는 장면입니다.

16부 343쪽 중
우재    나한테 무슨 일로...
자혜    제 재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요,
우재    글쎄 -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사건이라... 나도 사건 기록들을 봤는데 법리적으로 무

          죄야, 살인동기, 범행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자혜    그럼 법리적인 측면이 아니라면요?
우재    법관이 법리적 판단을 해야지, 그 판단 이상은 없어,
자혜    (O.L) 만약, 법이 잘못됐다면요?
우재    잘못됐다는 표현은 좀 위험해 보이는군, 어떤 제도든 완벽할 수 없어, 불안정하다고 무조

          건 부정할 순 없지 않나?
 자혜   (O.L) 바꿔 나가야죠, 그 불안한 법으로 올바른 판결을 내린대도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거 모르세요?
우재    법을 배운 사람이 할 소린 아닌 것 같네...
자혜    법을 배워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죠, 몰랐을 땐 왜 그랬을까? 모르니 이해할 수 없다

          쳐도 이제 알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면 바뀌어야죠?    
우재    (듣기 거북한) 내가 좀, 바빠요, 이제 좀 나가줘요,
자혜    그러죠 (자리에서 일어서며) 듣고 싶은 말은 모두 들었으니...
          (나가려는데)
우재    (O.L) 19년 전 사건은 유감이요,
자혜    (멈칫)
우재    허나, 당시 내 판결에는 문제가 없었어, 다시 그때로 되돌린대도 난 같은 판결을 내릴 거

          요.
자혜    (문고리를 비틀어 문을 연다)

이 부분을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담당 판사는 최자혜 변호사의 정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 안에서 빈틈 없는 논리로 무죄판결을 했는데, 이는 본인이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에 반합니다.

과거 자신이 내린 판결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부분이 부각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분명 어떤 의도를 지닌 장면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드라마를 보면서 몰입하는 경험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대본집도 대사에 집중하여 읽을 때, 작가님의 의도를 읽어가면서 볼 때 재미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대본집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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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 싫은 사람에게서 나를 지키는 말들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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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법.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뜻대로 살기위한 처방. ‘암시‘를 따라하면 어느덧 중심을 나에게 둘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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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 싫은 사람에게서 나를 지키는 말들
오시마 노부요리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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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환경이나 다른 사람에 의해 재단되는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어릴 적부터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튀지 않게 노력하는 습성이 있는 저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어떻게 보여질까?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그 혹은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소심해져서 특별한 일이 아님에도 움츠러들게 됩니다.
A형인 혈액형을 탓을 하기도 하는 기본적으로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저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읽어보길 잘했다"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가능한 전문용어를 쓰지 않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반영되어서인지, 책장 넘기가 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말려듦'이란 용어(알코올의존증 관련 용어)가 '의존증 환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 괴로워지는 상태'를 말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의 입장을 반영한 말인데, 그런 용어가 있다는 것과 그 상황이 연상되어서 신선했어요. 그래, 사람 상대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 상담하는 사람도 자신의 중심을 '환자'가 아닌 '나'에게 두어야 겠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이면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 자신을 잃게'되니까요!

저자는 상대의 감정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개개인의 성격과 언행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뇌 네트워크'와 관련된 문제라고 합니다.

'뇌'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는 '거울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있어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인데, 저자는 '암시'를 통해 그 상황에서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라는 생각으로 상대의 기분을 가늠하다 보면, 그 사람에게 빙의해 더 큰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잃고 상대에게 '지배받는 존재'가 됩니다. - 41P
음. 그럴 듯 합니다. '빙의'라는 단어로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아요.
진심모드! - 안절부절못하고 주뼛주뼛할 때 마음속으로 '진심모드!'를 외치면 진심이 튀어나와 한순간에 상황에 바뀌는 기술 (58P)
저자가 말하는 '암시'증의 하나입니다. 진심을 숨기고 타인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타인의 요구에 부응하지도 못하고 본인이 해야 하는 일까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혼자서 짐을 떠 안아야 하는 부당한 상황인데도 일을 못해내면 '요령부득'인 사람이 되죠. 저 역시 이런상황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기한이 임박해서 '선배님. 못하겠습니다' 했더니, 이후부터 뭔가 인정 못받는 느낌에 한동안은 끙끙 앓았던 경험이..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진심모드!'를 발동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유용한 '암시'인 것 같습니다.


자. 기술 들어갑니다.
'자아방벽' 어디까지나 자신과 타인 사이의 적절한 벽을 만드는 암시를 위해 디자인된 말.
부정적인 기분이 들면 '벽이 낮아서 타인의 불쾌함이 흘러들어오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자아방벽!'을 외치기만 하면 됩니다. (80P)
역시 유용한 '암시'. 공감능력도 좋지만 객관적인 입장을 고수해야 할 때, 공적인 일로 만났을 때 필요한 '암시' 같아요. '나'의 중심은 '나'에게 두어야죠.
무엇인가 불안하게 나를 불안하게 할 때 외치는 말
'마음아!'
'마음아! 나와 마음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있니?'
'마음아! 00의 방해를 없애줘! 그리고 방해물이 다 사라지면 가르쳐줘!' (85P)
마음만은 내 편이니까 마음에게는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네요.

'거리두기! ' - 금단 현상으로 괴로울 때 증상을 호전시키는 아주 간단한 방법.
그렇죠. 저도 이거 써먹어야겠어요. '거리두기!' 음. 아마 스마트폰이 대상이 되겠네요.
'지혜와 힘의 조정!' -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의 균형이 잡히며 순식간에 정보가 정리될 것입니다.
업무처리할 때 필요한 능력이네요.
'암시'의 종류와 응용사례를 보여주면서, 점차 외부의 영향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갑니다.

마법같은 단어. '암시'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면 점차 '진심모드!' 등을 외치지 않아도 훨씬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표지의 화분에 물 주는 그림은 스스로 '키워나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요.
귀여운 표지에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화분에 물을 주듯 자신을 혹은 자신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것 같아요.
전자책으로도 구입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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