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2 - 최경미 대본집
최경미 지음 / 비단숲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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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영된 드라마.
어쩌면 드라마 외적인 요소로 인해 더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
그 드라마의 대본집입니다.

초반에 그려진 악벤져스 4인의 악행을 선정적으로 그려서인지 다루고 있는 주제의 무거움이 덜 부각된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영상이 아니라 지문으로 읽는 대본집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곱씹으면서 읽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대본집은 전에 '신의 선물'을 읽은 이후 찾아보게 되었는데 화면을 보는 것보다 더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보통 드라마 방영이 끝이 난 후에 출간되기 때문에 내용이나 전개를 다 알고 있음에도, 영상을 볼 때는 들리지 않았던 '대사'가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대비하여 보여주면서 법의 허점(사실 법이라는 시스템의 허점이라기 보다 사건관계자들의 의도가 들어가게 되어 왜곡된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의견입니다만)을 이용하여 유죄가 무죄로 둔갑하고 힘없는 사람이 희생양이 되어 이후의 인생까지도 왜곡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과거 사건의 피해자가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가해자가 되었다는 점이 주는 아이러니. 과거 사건의 가해자는 형벌에서 자유로웠으나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가해자인 과거의 피해자는 어떤 형식으로든 희생을 치르게 된다는 점이 대비되어 안타까웠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많습니다.
이 드라마의 미덕이자 한계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1)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과, 소년법의 존재의의에 대한 문제제기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성인에 비해서 처벌의 수위가 낮은 소년법의 존재 의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 다만, 이진욱 배우가 분한 '독고영' 이라는 형사캐릭터가 촉법소년이었다는 점에서 주제를 흐리게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독고영이 촉법소년이었으나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하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이를 받아들여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왕래를 한다는 설정을 극의 후반에 짧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하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독고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였다면, 같은 촉법소년이었으나 반성 없이 외관만 자란 듯한 악벤져스 4인 캐릭터의 인생과 비교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인격이 성숙하지 않았을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보다 교화를 통해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소년법의 존재이유에 대응하는 삶을 살아온 독고영의 삶.
폐지의 근거가 되는 촉법소년들의 강력범죄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적절한 처벌을 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더 큰 범죄. 보호받지 못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떠앉게 되는 피해자들의 삶.

17부에서 서준희의 대사가 등장하지만, 악벤져스 중에서 가장 유약하게 그려진 캐릭터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본집 2권 17부 357쪽 중
준희   바다에 던진 아이가 살아 있었다는 생각만 하면 끔찍했어, 그래...그건 실수였어, 쟤들을

         봐- 저렇게 살고 있잖아, 거짓 위로지만, 그 힘으로 버텼다고, 니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

         스럽게 나쁜 짓도 하게 되고, 그래야 어울릴 수 잇다고 생각했어, 어리석게...

363쪽 중
독고영  (뭔가 화가 나는 감정으로) 선과 악을 결정하는 게 뭔지 압니까?
준희     (힘없이 바라본다)
독고영  선택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서 선이, 악이 결정이 되죠, 당신들은 그동안 선택의

           기로에서 늘 최악의 선택을 했습니다. 19년 전에도 염미정 사건 때도...지금도...
준희      (인정하듯 끄덕인다)
독고영   괜히 친구를 죽인 죄책감으로 무책임한 행동하지 맙시다.
준희      걱정 마세요. 죗값... 모두 치를 거예요,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겪어봤으니까... 누구보다 잘 압니다.

(2) 시스템의 일부를 자청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법관의 모습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담당 판사와 피고인 최자혜가 1심 판결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이후 대면하는 장면입니다.

16부 343쪽 중
우재    나한테 무슨 일로...
자혜    제 재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요,
우재    글쎄 -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사건이라... 나도 사건 기록들을 봤는데 법리적으로 무

          죄야, 살인동기, 범행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자혜    그럼 법리적인 측면이 아니라면요?
우재    법관이 법리적 판단을 해야지, 그 판단 이상은 없어,
자혜    (O.L) 만약, 법이 잘못됐다면요?
우재    잘못됐다는 표현은 좀 위험해 보이는군, 어떤 제도든 완벽할 수 없어, 불안정하다고 무조

          건 부정할 순 없지 않나?
 자혜   (O.L) 바꿔 나가야죠, 그 불안한 법으로 올바른 판결을 내린대도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거 모르세요?
우재    법을 배운 사람이 할 소린 아닌 것 같네...
자혜    법을 배워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죠, 몰랐을 땐 왜 그랬을까? 모르니 이해할 수 없다

          쳐도 이제 알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면 바뀌어야죠?    
우재    (듣기 거북한) 내가 좀, 바빠요, 이제 좀 나가줘요,
자혜    그러죠 (자리에서 일어서며) 듣고 싶은 말은 모두 들었으니...
          (나가려는데)
우재    (O.L) 19년 전 사건은 유감이요,
자혜    (멈칫)
우재    허나, 당시 내 판결에는 문제가 없었어, 다시 그때로 되돌린대도 난 같은 판결을 내릴 거

          요.
자혜    (문고리를 비틀어 문을 연다)

이 부분을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담당 판사는 최자혜 변호사의 정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 안에서 빈틈 없는 논리로 무죄판결을 했는데, 이는 본인이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에 반합니다.

과거 자신이 내린 판결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부분이 부각이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분명 어떤 의도를 지닌 장면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드라마를 보면서 몰입하는 경험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대본집도 대사에 집중하여 읽을 때, 작가님의 의도를 읽어가면서 볼 때 재미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대본집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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