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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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의 흔한 소재인 출생의 비밀과 한때 한국영화 소재로 흔하게 쓰였던 남파간첩 이야기가 섞이니 2대에 걸친 대하드라마가 나왔다.

오래 전에 구입해두었던 전자책. 당시 서평을 남긴 사람 중 일부에게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벤트가 있었던 것 같다. 꼭 기간 내에서 서평을 남기리라 마음 먹고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글을 남기고 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남기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책의 내용이 좋아서이다.

읽다보면 빠져들어가는 순간이 있고, 정신을 차릴 무렵엔 마지막 장을 읽고 있고, 끝에 가서는 저자의 약력에 적혀있는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표지그림을 보게 되면 "아~"하는 순간이 있다. 표지그림 잘 뽑은 것 같다.

내가 알던 아버지. 다리를 절었고, 무능력했고 원망의 대상이었고 아들의 앞길을 막아버렸던 아버지.

내가 기억하던 아버지와 세상이 알고 있던 아버지 사이의 간극.

나의 진짜 이름.

그리고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어머니.

간직한 비밀이 너무도 컸기에 죽음을 당하고 미제 사건으로 남아야 했던 사건.

과거 사건에 연루되어 있던 사람들의 현재 모습(누군가 연상되는 인물들이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상당히 섬세한 액션씬이 곧잘 등장한다. 이건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ㅎ

"혹시, 최희도란 이름 들어 봤습니까. 45년간 서대문 뒷골목에서 책방을 했는데요."

노파는 합죽한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아..... 상가 골목 끝?"

어떤 기억을 떠올렸는지 온 얼굴에 주름이 잡히도록 웃었다.

"제 아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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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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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해 곱씹어본다.

'우리와 당신들'.

한때 '우리'라고 불렸던 구성원 중 일부는 이제 '당신'들이 되었되가 어느순간 우리안에 들어와 있다.

혹은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지역사회가 어떻게 갈라지는지, 한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포지션이 어떤 식으로 정해질 수 있는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었는데, 그 선택을 할 당시 선택 이후의 결과를 알았다면 그럼에도 다시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감당할 수 있는 결과가 예정되어 있는 선택만을 할 수 있었다면.

가해자가 떠나버린 이후 남은 피해자 가족들이 어떻게 고립되어 가는지.

비난할 대상을 정하고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부부가. 부모와 자녀가. 형제 자매가. 동료가. 친구가.

관계가 깨어지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누군가는 잃어버린 미래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지역사회가 그 관심사를 잃어버릴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한 마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한 마을이 어떻게 일어서는지를.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그려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도 없이 밑 줄을 그었다. 할 수만 있다면 책 전체에 그었을지도.

          아마 모든 사람이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와 똑같을 것이다. 내 잘못을 인정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리고 잘못이 클수록 인정하기가 더 힘든 법이다.

폭력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싸움을 벌인 사람에게는 항상 그럴 듯한 변명이 있다.

우리는 당해도 싼 인간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분풀이를 한다.

앞으로 벌어지는 일을 두고 그녀를 비난하기는 정말이지 어렵다. 하지만 아주, 아주 쉽기도 하다.

“너도 이 마을의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 아나. 네가 원하는 걸 갖지 못하면 남한테 상처를 줘도 된다고 생각하지.”

우리는 “이런 일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 속으로는 우리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팀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단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일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단순하다. 또 하나의 가족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애초에 가족이 없었던 사람에게는 팀이 가족일 수 있다.

서로 미워하도록 부추기는 건 워낙 쉽다. 그래서 사랑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증오가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항상 이길 수밖에 없다. 불공평한 싸움이다.

 

 

하키는 스포츠다. 더없이 공평하지만 더없이 불공평하다.

누군가 스포츠가 삶의 축소판이라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것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상처는 때때로 벌어지지만 언젠가는 아물어서 흔적으로 남는다.

비록 그 일이 온전히 없었던 것으로 될 수는 없어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는 있다. 그래야 하고 그럴 수 있다 믿는다.

굳이 우리 대 당신들이라 구별짓지 않더라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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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노무 세무 컨설팅 -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 CEO를 위한
정원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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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 노무. 말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은 전문영역입니다.

한 권으로 끝낸다는 말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릅니다.

노동법, 세법. 알려고 할 수록, 알아갈 수록 어디부터 어디까지 손 대야 할 지 막막합니다.

이런 영역은 신문에서 경제란을 자주 읽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학문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무가가 펴낸 책을 참고로 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책 뒷면의 추천사를 보면 저자의 약력과 책의 실용성에 대해 잘 알 수 있습니다.

인카금융서비스(주) 대표이사, 세무사, 노무사, 교수. 실제 저자가 몸 담고 있는 기업, 실무 영역, 학문 영역까지.

노무 영역은 임금근로자 뿐 아니라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개인사업가, 혹은 법인의 대표자에게 각 유용한 내용들

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법규와 청년기업 지원제도, 근로관계의 종료 등.

세무 영역은 매년 연말정산할 때 자료를 떼어 담당자에게 주기 바쁘면서도. 매번 그때뿐 감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도표와 계산식이 반영된 지면을 읽다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깁니다.

물론 책을 여러번 본다는 전제하에서요. 이 부분은 역시 익숙해져야 해결되는 영역입니다.

고용촉진지원금, 가지급금으로 문제될 수 있는 부분, CEO플랜,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는 이유, 자기주식 문제, 임원의 퇴직금 등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3개 PART, 각 PART 시작하기 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목차,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 등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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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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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이벤트.

'죽음의 론도'에 이어 두번째 당첨되었어요.

새로운 작가를 알게되어 이번에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법정물을 정말 좋아하는데 열세번째 배심원이란 동명의 일본소설도 전에 읽어본터라 기시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전혀 다른 소설임을 금새 알 수 있었지요.

 

초반부는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 있었습니다. 번역이 어색하고 문장이 토막나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읽힙니다. 배심원 제도가 우리나라 형사재판에 도입된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소한 소재이고 검사나 변호인, 피고인과는 달리 재판의 당사자이기보다 제3자 입장에서 설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배심원을 소재로 한 소설은 구성부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존 그리샴의 '사라진 배심원'과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가 떠올랐어요. 배심원 중 1인이 잠입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전자와, 변호인이 정석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자와 비슷합니다.

줄거리를 나열할 수 없는 건. 이 책을 읽는 분들의 재미를 앗아갈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하나만 언급하자면 연쇄살인범의 존재입니다. 직감에 의존해 의뢰인의 무죄를 확신하고 변호인단에 합류한 플린이 홀로 남게 된 이후에도 소송을 끝까지 맡게 되는 아이러니.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된 사건의 진실을 과학적 증거로 보여주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법정물의 진수는 역시 변론과정과 몇번의 반전. 거기다 진범의 존재까지 밝혀지는 과정에 소요된 시간이 고작 며칠이라면...

특이한 표식. 사명감. 기이하게 높은 지능 그리고 통각의 상실. 새로운 살인범의 전형과

다른 의미의 사명감을 가진 변호인의 대결.

북로드에서 최근에 펴낸 책들은 전부 소장욕을 자극하네요. 가제본만으로 배부른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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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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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 내러티브의 중요성.

적지않은 분량의 책을 마지막장(607쪽)까지 넘기게 한 힘은 역시 이야기의 힘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면서 읽었다. 분명 어릴적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 그 책은 군데군데 삽화가 들어있고 문장이 짧았던 듯 하다.

시계를 갖고 있는 토끼. 아마 회중시계를 접한 최초의 기억이 아닐까.

이 책 어느곳에 굵은 글씨로 나와있는 걸리버여행기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처럼 앨리스가 작아졌다가 커졌다하는 장치도 처음 접했던 것 같다.

몸의 일부만 등장했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 등등.

반가운 기억들이 여기저기 등장하는 통에 다시금 앨리스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오면.

반가운 인물들에 불어넣어진 입체성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디즈니에서 만든 1951년작 에니메이션에 그려진 하트여왕은 심술궂은 얼굴에 덩치가 있는 인물로 그려졌었다. 그도 앨리스만큼이나 꿈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더구나 그 계획은 소박하지만 구체적이기까지 했었다.

주인공인 캐서린. 하트여왕.

그 하트여왕의 전매특허 대사인 "당장 저자의 목을 쳐라."가 여왕이 된 캐서린의 목소리를 통해나오기까지의 사연. 마지막 페이지에 육성으로 등장하는 위 대사는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분노의 대상을 향한 처절한 울림이었다.

이 대사 한마디를 듣기위해(읽기위해) 600p가 넘는 분량을 채워넣었다(읽을 수 밖에 없었다).

사소한 일에도, 대상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남발되던 이 대사와 희화화된 캐릭터였던 하트여왕은 프리퀄로만 존재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존재가 되버렸다.

제빵사. 달콤한 것들을 만들어낼 줄 알던 꿈많은 소녀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결정권자(왕. 부모)에게 휘둘려서 원하지 않던 자리(여왕)에 오를 운명이었지만 마지막은 스스로 결정권자가 되어 여왕이 된다.

아마도 첫사랑이었을 조커가 체스에서 '룩'(즉 여왕의 호위무사)에 해당한다는 대목에서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이 예고되었다. 룩은 최후에 자신을 희생해 퀸을 지킬 수 있는 능력 혹은 효능이 있으므로.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같아져가지만 서로를 위한 계획은 달라져가고 있었다. 왕이 보내는 편지와 선물들에 제스트의 본심도 전달되지만, 자기를 선택할 때 버려야 할 상대방의 것들을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한 나머지 서로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

이렇게 처절한 로맨스라니... 하트의 여왕과 궁중광대의 사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도 궁중광대는 등장한다. 그래서 최후까지 둘의 생존을 기대하였으나 결국 제스트는 그 하나였다.

제스트의 죽음을 놓고 메리 앤을 원망하는 장면과 피터 부인이 재버워크로 변한 원인이 자신이 만든 호박케이크에 있음을 알기에 여왕은 결코 달콤한 것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행복한 왕은 여전하다는 것.

공작에게 부인이 있다는 것(아마도 레이디 마가렛) 정도.

여전히 토끼는 시계를 보면서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

모자장수와 3월 토끼의 다과회.

가짜 바다거북의 사연도.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앨리스의 존재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

이상 로맨스, 스포츠, 희극과 비극이 모두 등장했던 마리사 마이어의 하트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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