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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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해 곱씹어본다.

'우리와 당신들'.

한때 '우리'라고 불렸던 구성원 중 일부는 이제 '당신'들이 되었되가 어느순간 우리안에 들어와 있다.

혹은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지역사회가 어떻게 갈라지는지, 한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포지션이 어떤 식으로 정해질 수 있는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었는데, 그 선택을 할 당시 선택 이후의 결과를 알았다면 그럼에도 다시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감당할 수 있는 결과가 예정되어 있는 선택만을 할 수 있었다면.

가해자가 떠나버린 이후 남은 피해자 가족들이 어떻게 고립되어 가는지.

비난할 대상을 정하고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부부가. 부모와 자녀가. 형제 자매가. 동료가. 친구가.

관계가 깨어지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누군가는 잃어버린 미래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지역사회가 그 관심사를 잃어버릴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한 마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한 마을이 어떻게 일어서는지를.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그려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도 없이 밑 줄을 그었다. 할 수만 있다면 책 전체에 그었을지도.

          아마 모든 사람이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와 똑같을 것이다. 내 잘못을 인정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리고 잘못이 클수록 인정하기가 더 힘든 법이다.

폭력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싸움을 벌인 사람에게는 항상 그럴 듯한 변명이 있다.

우리는 당해도 싼 인간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분풀이를 한다.

앞으로 벌어지는 일을 두고 그녀를 비난하기는 정말이지 어렵다. 하지만 아주, 아주 쉽기도 하다.

“너도 이 마을의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 아나. 네가 원하는 걸 갖지 못하면 남한테 상처를 줘도 된다고 생각하지.”

우리는 “이런 일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 속으로는 우리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팀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단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일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단순하다. 또 하나의 가족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애초에 가족이 없었던 사람에게는 팀이 가족일 수 있다.

서로 미워하도록 부추기는 건 워낙 쉽다. 그래서 사랑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증오가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항상 이길 수밖에 없다. 불공평한 싸움이다.

 

 

하키는 스포츠다. 더없이 공평하지만 더없이 불공평하다.

누군가 스포츠가 삶의 축소판이라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것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상처는 때때로 벌어지지만 언젠가는 아물어서 흔적으로 남는다.

비록 그 일이 온전히 없었던 것으로 될 수는 없어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는 있다. 그래야 하고 그럴 수 있다 믿는다.

굳이 우리 대 당신들이라 구별짓지 않더라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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