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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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세븐 #이사카고타로 #일본소설 #알에이치코리아 #서평단

킬러에게 온 의뢰가 호텔에 그림 배달?이라니.
너무 쉬운 미션이다 싶었다.
간단한 문제도 늘 어렵게 푸는 경향이 있는 그에게 온 의뢰. 뭔가 일어날 것 같은 확신에 가까운 예감.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팬이라면, 킬러 시리즈 독자라면 여기서 긴장을 푸는 우를 범하진 않겠지.
나나오 대신 상황을 냉정히 파악해야 할 의무가 있다.

2010호. 여기 맞겠지?
어라? 그림의 얼굴과 다른데? 하긴 요즘 그림이란 사진과는 다른거니까.
그런데 정작 그림을 받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물건을 건네주고 돌아서는 그때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다음 순간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마른 세수를 하고 호실 숫자를 확인한다. 끄트머리 0이 다르게 보인다. 이런. 0이 아니라 6이었던가?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의뢰받는 입장에서 의뢰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아. 인생의 아이러니여.

이제 나가볼까 하는데. 갑자기 찾아온 여자.
그래.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

_ _ _
“실례합니다. 무당벌레 씨 맞으시죠?” 하고 물었다.
온몸으로 혀를 차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아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나나오가 혼란스러워하는데도 아랑곳없이 여자는 말을 이었다.

“어, 저는 가미노 유카라고 해요. 도망치는 중인데 붙잡힐 것 같아서요. 좀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나나오는 여자를 빤히 바라봤다.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나를 아는 걸까. 왜 도와줘야 하는 걸까.
161p
_ _ _

이후의 전개는 역시나. 나나오에게는 처음부터 거절이란 선택지는 없었다.

유카는 누구로부터 도망치는 것일까, 쫓는 이는 한 명일까 무리일까, 왜 쫓는 것일까. 그리고 나나오의 정체를 어떻게 알았을까.
🐞 나나오는 유카를 데리고 호텔밖으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전작 불릿트레인이 횡으로 이어지는 추격전을 다뤘다면 신작 트리플 세븐은 수직으로 이어진다. 20층에서 시작한 탈주극. 1층까지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극한 직업 체험. 절찬리 상영중.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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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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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살인 #혼다데쓰야 #북로드 #짐승의성 #일본소설

짐승의 성. 2024년 개정판.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해보려 노력한다.
왜?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미리 방지하기 위해.

그러나.
때론 묻어둬야 할 사건도 존재한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볼지니 먹히지 않을까 경계하라.
작가가 재구성한 실제 사건의 이면.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래서인가.
원흉의 신원은 끝내 함구된다.
원흉을 살해한 사람의 신원 역시도.

상상해본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는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인정할 것인지.
증인이라고는 피고인들 본인 뿐인 사건.
진실을 밝힐 의지도 살아야 할 명분도 잃은 이들을 어떻게 변호할 것인지.
진실을 밝히려 애를 쓸수록 비난받을 것임이 분명한 사건.
주여. 할수만 있다면 그 잔은 피하고 싶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가 되어 취조실에 앉아있는 상상을 해본다. 묻는 이가 고역일까, 말하는 이가 고역일까.
트라우마를 남길 수밖에 없는. 그래서 형사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의 밀도 있는 묘사.

작가님은 괜찮을까? 혹시 범인은...

이 책을 드는 독자에게. 그대. 책장을 넘기기 전에 마음을 굳게 먹으라. 그리고 주변을 살피라. 그대가 앉은 그곳은 안전한가. 누군가 그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당신이 가장 안전하다 여기는 곳을 찾아 읽을 것.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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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의 수프 - 셰프의 독서일기
정상원 지음 / 사계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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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들의수프 #정상원 #셰프의독서일기 #사계절 #알라딘리뷰대회 #에세이 #인문교양

글자들의 수프

수프의 사전적 정의는 '육수, 혹은 스톡 따위를 넣고 끓인 국물에 건더기와 양념을 더한 요리. 유럽 요리의 국이라 볼 수 있다.'입니다.

"글자들"을 넣고 끓인 국물에 어떤 것이 더해졌을지 궁금하죠?
먼저 제목 위에 있는 소제목을 읽어봅니다. <셰프의 독서일기>. "글자들"이란 저자가 읽고 사색한 책들에서 발췌한 문장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건더기와 양념 추가. 책에 얽힌 고장이나 작가의 에피소드. 한 챕터의 시작과 끝은 대부분 발췌한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가끔은 단어로 끝을 맺기도 하는데, 읽어보면 수긍이 갈만한 단어입니다.
특히 로맹 가리 챕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니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후각이나 미각은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휘발성이 높은 감각이라 전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래 가사나 책의 문장을 떠올리면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냄새나 맛을 다루는 묘사는 자주 쓰지 않아 익숙하지 않고 먹어본 음식에 대한 기억이 다양하지 않아 묘사하고 떠올리는 것이 어려울 것 같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솜씨 좋게 주방으로 독자를 인도합니다.

저자는 어떻게 묘사했을까요? 책의 일부분을 소개해봅니다.

"달궈진 웍 위로 불길이 치솟는다. 기름에 녹아야 할 향이 모두 빠져나오면 오랫동안 우린 채수를 부어 한소끔 끓인다. 면은 끊는 국물로 토렴해 사발에 담는다. 공평하게 건더기를 나누고 그 위로 바시랑바시랑 끓는 국물을 붓는다. 매움하다. 콧잔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돋는다."
셰프가 만들고 있는 음식이 뭔지 가늠이 되시나요? 정답입니다. 그거 맞아요. 짬뽕. 음식을 알고나니 이번에는 흔하게 접하지 못했던 단어나 표현이 눈에 들어옵니다. '토렴', '바시랑바시랑', '매움하다'. 예상치 못했던 글자들의 향연. 읽는 기쁨이 배가 됩니다. 국어사전을 옆에 둬야 할 것 같은 익숙하고도 낯선 이 감각. 수험생일 때로 소환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새로운 메뉴 발표를 앞두고 있거나 가게를 오픈할 때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설레임과 더불어 예정된 시행착오를 대하는 자세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할 것인데 감내해야 할 통과의례로 보는 것. 역시 여러 번 겪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문장들이었어요.

셰프가 쓰는 글. 매력 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요리가 더 궁금해졌어요. 서사가 있는 요리. 셰프의 독서일기 <글자들의 수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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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10주년 개정증보판
오프라 윈프리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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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확실히아는것들 #오프라윈프리 #북하우스 #지금읽는책 #에세이 #서평단

10년.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

예순이었던 그녀는
이제 일흔이 되었다.

여전히 고양된 삶을 살고 있는 그녀.
여전히 눈물이 많고, 여전히 감사한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세월을 겪어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친구. 열정. 고백. 감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자주 회자되는 언어들.

가끔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기보다 우직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는 것.

한장 한장 읽다보면 알게 된다.
평범한 하루가 쌓여 지금의 내가 된다는 것을.

☆ 인상깊은 구절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건만 결코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무엇을 해야 하나?
내 모든 것을 다 주었건만 여전히 너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대답은 노래의 간결한 후렴구에 있다.
그저 서 있으면 돼. 강인함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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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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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당혹스러운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

기억에 남는 작가와 책을 꼽으라면 아니 에르노여자아이 기억을 떠올렸었죠. 작가의 내밀한 경험담을 내내 뒤에서 따라다니면서 보는 듯한 적나라한 묘사 때문이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의미를 인지하게 되고 끊임없이 그날의 기억을 복기하면서 30년 동안이나 품고 있다가 풀어낸 글. 독자로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어요. 너무 솔직해서 탈이었던 아니 에르노’.

 

최근에 다른 의미에서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작가와 책이 생겼어요.

마치 커튼을 쳐놓은 것을 인식하지 못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지나가다 우연히 젖혀졌는데,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는 것 같은. 현실 속에 감춰진 다른 비일상적인 광경을 보고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지요. 누군가와 마주 본 눈이 살짝 감긴 사이에 도망치려고 틈을 보는 아이가 된 그런 느낌.

클레어 키건작가가 쓴 맡겨진 소녀가 그랬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그랬어요. 아니 일상 속에 감춰진 의미들이 그렇게 많으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그것도 등장하는 인물들 태반은 인지하면서도 모르는 척 연기(?)를 하는 상황인데 제3자인 나도 알아버린 상황.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편하다였어요.

 

<푸른 들판을 걷다>

표지와 제목을 보고 어쩌면 편안한 내용이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시작했어요. 그러다 곧 깨달았죠. 작가가 다른 누구도 아닌 클레어 키건인 것을.

등장하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 아님에도 전사가 궁금해지고, 예정된 안타까움에 책장을 덮은 후임에도 한숨이 새어 나왔어요. 분명 짧은데, 하나 하나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가 않더군요.

 

아마도 읽을수록 눈에 들어오는 인물들이 생겨나겠죠. 지금 눈에 들어오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적어보았어요.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고 마침내 벗어난 순간에 흘리는 눈물이 알려주네요. 끝내는 집으로 돌아올 것만 같은 누이동생(작별 선물),


반기지 않는 옛 연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수모를 당하고 기도를 통해서가 아닌 자연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찾는 사제, 뭐든지 고칠 수 있다는데 정작 자신이 할 말만 하는 중국인 치료사. 그들의 불통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요(푸른 들판에서),


() 때문에 그녀가 떠났다고 하지만 결국 본인이 그녀에게 한 말 때문임을 알고 있는 남자. 그가 본 여자는 다시 돌아온 것일까요. 꿈이 깨지 않기를 바라봅니다(검은 말),


아내의 비밀을 알면서도 결코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남자와 결혼 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남자를 원망하면서도 떠나지 않는 여자, 그의 핏줄이 아닐거라 생각했던 그가 아끼는 딸. 그리고 집을 떠나고 싶어하는 큰 아들과 늘 어딘가 모자르다 여긴 둘째 아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가 갖고 있던 가장 큰 것이라 믿었던 집이 사라지자 다시 피어나는 가족간의 유대(삼림 관리인의 딸),


강가에서는 그렇게 수영을 잘 하더니 정작 바다에는 한 발자욱도 들어가지 않았던 할머니와의 대화. 그 의미를 깨닫게 된 청년의 독백. 그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물가 가까이).


아마도 제목을 읽지 않았다면 부하를 괴롭히는 괴팍한 상사 이야기로만 생각했을,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과 적절치 못한 순간에 경험하는 결별이 어떻게 인간을 무너지게 하는가를 생각해 본 <굴복>(때로는 인물보다 이야기가 선명하게 남기도 합니다. 아마도 주인공은 평생 자신감 없는 삶을 살게 되겠죠.).


나무꾼이 선녀 옷을 버리기도 전에 속세로 내려온 천사 혹은 마녀와 옆집에 사는 염소를 키우는 남자가 만나 한 아이를 낳고 몇 년이 지나 자연스럽게 떠나는 모녀와 남자의 동화 같은 이야기(퀴큰 나무 숲의 밤).

 

적고 보니 개성 강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제가 써놓은 글에 동의하는 사람도, 같은 이야기를 읽은 것이 맞아?하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암요. 그래야죠.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각자 다른 해석에 있으니까요. 저마다의 주석이 쌓이면 이 책도 누군가 한 말처럼 우리시대의 고전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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