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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그는 나에게 뒷 모습만을 보이면서 홀로 부유하고 있다.
지면에 발을 딛지 못하고 어딘가를 향하고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끝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듯 하다.
표지의 그림이 놀랍도록 헨리의 상황을 묘사해낸다.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았음에도 표지의 적절함에 감탄할 것이다.
그를 잡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샘, 에디)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의지일까?
아이(샘)를 만나러 가는 길.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지 못한 아들을 만나러 가다
다른 아이를 물에서 건져낸 후 코마 상태에 빠진다.
그런 그를 숫자와 색깔로 세상을 인지하는 아이의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선물한 플라스틱 매듭. 그 매듭을 본 이후 아이는 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병실을 매일 찾는다.
아이는 아버지가 궁금해진다.
그렇게 끈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샘, 네 인생을 망가뜨리지 마라!"
엄마는 문을 닫는다. 나는 앉은 채로 엄마에게 울부짖고 싶다. 엄마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요! 아빠는 어던 아이를 구했고 제가 선물한 매듭을 차고 있어요. 지금은 죽기 직전의 코마 상태에 있다고요. 게다가 그 병원에는 한 소녀가 있어요. 내가 앞으로 평생 같이 지내고 싶은 매디가. 내 인생이 매디의 인생처럼 망가질 리는 절대 없어요! 매디는 결코 시험으 치르는 일도 없을 거고 영원히 닫힌 인생을 살 거예요. 151쪽
잠들어 있는 아버지(헨리)의 기억을 다룬 부분을 읽다보니 놀랍다.
헨리는 샘이 탄생하자 종군기자 일을 그만 두었다. 샘과 몇 년 동안 함께 살았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그날 나는 샘을 드디어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한다. 내 아들은 감각 수용체를 다른 사람들보다 몇 개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보통사람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인상들이 샘을 덮친다. 샘은 공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재능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샘에게 많은 용기와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177쪽
헨리를 지키고자 하는, 샘의 어머니가 아닌 그녀(에디)
"안녕, 헨리. 나는 에드위나 탐린이야. 에디, 우리는 예전에 함께 춤췄어. 우리는 2년 반 동안 함께 무척 근사한 시간을 보냈어. 나는 당신이 원해서 여기 있어. 또 나 자신이 원해서. 난 당신 곁에 있어. 당신은 헨리 말로 스키너야. 당신은 코마 상태에서 살고 있어. 그런 당신에게 나는 제발 깨어나라고 간청하고 있어." 233쪽
샘이 헨리를 만나러 가는 병원에서 알게 된 소녀. 매디
나는 그 곁에 있으려 한다. 매디가 어떤 사람이 되건 그 곁을 지키려 한다. 매디가 어떤 여성이 되건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려 한다. 내가 더나야 할 때까지.
나는 그 옆에서 내가 될 수 있는 남자가 될 것이다.
매디 없이 나는 내가 아니다. 279쪽
헨리의 의식 속에 등장한 매디가 하는 말
"샘이 아저씨가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요. 아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샘은 아저씨를 볼 수 있어요. 샘은 나도 볼 수 있어요." 343쪽
헨리가 코마 상태에 빠진 46일 간.
그가 생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동안, 그를 사랑하는 이들도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다.
말로 하는 화해는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 그들이 이해했음을 알게 한다.
세상에 많은 죽음이 있지만. 그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 본 수 많은 생존자들이 있다.
남겨진 사람들. 아름다운 이별.
헨리는 그렇게 떠나지만. 샘과 에디는 남았고, 매디는 아마 생을 더 이어갈 수 있을 듯 하다.
안녕. 아버지. 안녕. 사랑하는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