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들 키이스를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키이스가 축 처진 몰골로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싫었다. 헝클어진 머리키락, 그애를 압도하고 있는 무기력, 묵직하게 쿵쿵거리는 발소리, 모든 게 질색할 정도로 싫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애썼다. 싫은 기색을 보이는 대신 키이스의 변변찮은 모든 성취를 격려했다. 키이스의 터무니없이 유치한 과학 숙제를 칭찬하고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아들 키이스를 이렇게 생각했다.
"키이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신 가게에서 일하게 되겠죠. 그애가 할 일은 그것뿐이니까. 지금 하는 것처럼 사진을 배달하려 다니겠죠. 자전거 대신 차로 다닐 거라는 것 빼고는 지금하고 똑같은 일이예요. 결국 키이스는 닐이 하던 일을 넘겨받을 테고, 그러다 당신이 죽고 나면 가게를 완전히 넘겨받게 되는 거죠. 그게 키이스의 인생이예요, 에릭. 작은 액자틀과 사진관."
부모 뜻대로 커주는 자식이 얼마나 될까. 또한 자식 뜻에 딱 맞는 부모 또한 과연 있기나 할까.
쿡의 소설 중 가장 잘 읽히고 마음도 묵직하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