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감상을 얘기해야 하지 싶은데 글을 참 잘 쓰는구나 따위의 말을 하려니 망설여진다. 자기 체험에 국한해서 쓴 것도, 감정 과잉 없이 담담한 서술도, 좋았다. 아주 작은 사건으로도 인생길이 달라지는데 아우슈비츠를 지나왔으니 무슨 말을 덧붙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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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새로나온 책, 알라디너의 선택과 같은 것들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발견할 수 없다. 서재에 들어가고 그 서재를 주욱 훑어내리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책을 발견하게 해준 서재 주인장에게 감사. 이렇게 쉽고도 진지하게 아픈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다니. 이것이 인간인가를 연이어 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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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본질을 규명하는 소설이란다. 악마란 어떤 존재인가.

 

"악마란 인간을 미치게 한다거나 기괴한 행동을 하게 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손톱 발톱이 긴, 쥐처럼 생긴 괴물도 아니요, 인간을 소름끼치게 할 만큼 보기 흉하고 징그러운 꼴을 하고 있어 인간들로 하여금 뒷걸음질을 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악마는 인간들에게 스며들 때, 먼지가 방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것처럼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가만히 그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든다."

"결국, 악마의 가장 큰 궤계는 자기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인간들이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악마의 종이 되면, 무감동, 무감각해진다. 희노애락도 없다. 마음이 바싹 마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의사는 악마의 종인 셈이다.

 

"고교생 시절부터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생각할 댄, 한 방울의 물기도 윤기도 없는 사막과도 같은 지면이 머리에 떠올랐다. 고교생 시절 이래 그녀는 어떠한 일에도 거의 감동하는 일이 없었다. 일시적인 기쁨은 있다 해도 정말로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일은 경험치 못했다. 다른 친구들이 가수나 남자 친구에게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그녀는 그것을 한편으로는 부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쉽사리 간단하게 도취할 수 있는가가 이상했다. 바짝 말라버린 마음을 고치기 위하여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책 가운데에서 그녀는 자기의 치료약을 찾아내는 대신, 그녀와 동질의 인간이 묘사되어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오히려 깜짝 놀랐다."

 

"저는 옛날부터 무감동한 여자였어요. 의사가 된 지금은 더욱더 그런 경향이 심해져 가고 있어요. 남이 괴로워하는 것을 봐도, 자신이 어떤 죄를 범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자신의 마음이 바삭바삭 마른 땅과 같이 생각되는 때도 있어요.

괴로운가요? 그게.

괴로워요. 자기 자신이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니네요. 사실은 별로 괴롭지 않아요. 그런 바싹 말라버린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에요. 신부님, 악이란 정말 무엇일까요?

당신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찾기 위해 악한 짓을 하기보다는 마음의 기쁨을 얻기 위하여 좋은 일을 하시오. 그게 당신의 메마른 마음을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이오.

좋은 일이란 뭔가요?

사랑이오.

저에겐 사랑하는 마음 같은 게 일어나지 않아요.

마음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해보는 겁니다. 형식만으로라도 해보는 거요. 형식이 결국 마음을 움직입니다."

 

신부의 해결책은 아무 소용없다.

 

언급된 책 중 읽어봐야겠다 싶은 것.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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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갑은 역시 만화가! 이 작가의 S라인을 읽고 혀를 내둘렀다. 이책도 재미있다. 재미를 넘어서는 뭔가도 있다.

 

"찰나"는 내가 맞닥뜨린다면 놀랍겠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일부는 실화라니 뭐. 내가 상상한 건 이것. 모텔과 웨딩숍이 같은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모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카운터 안 여자와 카운터 바깥 남자)은 여전히 관계를 유지했고 그래서 결혼하게 되었는데 웨딩숍에서 카운터 바깥에 함께 있던 여자와 맞닥뜨린 것. 인간사 얼마나 화들짝 놀랄 일 많은지 알잖은가.

 

"연극이 끝나고 난 who"는 아쉬웠다. 아쉬웠다기보다는 나하고 맞지 않았다고나 할까. 아니, 그것보다 여자의 말이 작가의 진심일까 싶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그게 죽고자 하는 마음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무엇이 선생님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을 끝내게 했는지 그것이 그 어떤 타당한 이유일지라도 전 외면하겠습니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왜 죽냐고 대답하겠습니다."......의심해서 미안하다. 다만, 살아야 한다는데 대한, 죽지 말아야 한다는데 대한 사회적인 의견은 지나치게 강박적인, 어떨 땐 폭력같이 느껴지는 면이 있어서. 그래도 배우의 선택은 괜찮았다. 연극에서 총을 쏘아 죽는 건 너무 극적이고, 은퇴 일 년 후라는 시기도 아무런 기미도 유언도 없었다는 점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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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시종 '돈'이 가진 무서운 면과 달콤한 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등장하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돈'이 가져다주는 행복과는 전혀 대극에 있는 불행한 면, 돈의 나쁜 면에만 휘둘리고 있다. 그녀들은 사람들과의 교제법도 서툴렀지만, 돈과의 교제법도 심하게 서툴렀다. 불쌍할 정도로 바보 같다.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어른들의 동화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반면교사 역할은 확실하게 하는 소설. 아직 경제 관념이 확립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뿐만 아니라, 우메자와 부부나 야마다 부부를 보면서, 결혼은 어떤 사람과 해야 옳은지도 깨닫게 되는 것은 덤."

 

번역자가 쓴 작품 해설. 학생 독후감을 읽는 기분이다. 역자 해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좀...

 

 

-- 리카는 유쾌한 기분에 잠기는 데 굶주려 있었다.

-- 돌아갈 수 없다면 나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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