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갑은 역시 만화가! 이 작가의 S라인을 읽고 혀를 내둘렀다. 이책도 재미있다. 재미를 넘어서는 뭔가도 있다.
"찰나"는 내가 맞닥뜨린다면 놀랍겠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일부는 실화라니 뭐. 내가 상상한 건 이것. 모텔과 웨딩숍이 같은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모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카운터 안 여자와 카운터 바깥 남자)은 여전히 관계를 유지했고 그래서 결혼하게 되었는데 웨딩숍에서 카운터 바깥에 함께 있던 여자와 맞닥뜨린 것. 인간사 얼마나 화들짝 놀랄 일 많은지 알잖은가.
"연극이 끝나고 난 who"는 아쉬웠다. 아쉬웠다기보다는 나하고 맞지 않았다고나 할까. 아니, 그것보다 여자의 말이 작가의 진심일까 싶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그게 죽고자 하는 마음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무엇이 선생님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을 끝내게 했는지 그것이 그 어떤 타당한 이유일지라도 전 외면하겠습니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왜 죽냐고 대답하겠습니다."......의심해서 미안하다. 다만, 살아야 한다는데 대한, 죽지 말아야 한다는데 대한 사회적인 의견은 지나치게 강박적인, 어떨 땐 폭력같이 느껴지는 면이 있어서. 그래도 배우의 선택은 괜찮았다. 연극에서 총을 쏘아 죽는 건 너무 극적이고, 은퇴 일 년 후라는 시기도 아무런 기미도 유언도 없었다는 점도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