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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 Clash of the Titan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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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별 생각없이 즐기는 영화.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좋아하면 실망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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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로의 행복수업 - 영한대역
김영로 / 불광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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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읽기는 아직 나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오르지 않는 토익 점수, 여지껏 해왔던 공부 방법에 회의를 느껴 수많은 수험서를 처분하고 원서(중단편)와 오디오북으로 공부한지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자신이 없는 것은 사실, 평범한 원서도 힘든데 철학서에 가까운 책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김영로의 행복수업'에 나오는 단어들은 그리 어렵지 않다. 고등학교를 이수했다면 무난하게 해석 가능하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주어+목적어+서술어의 형태를 반드시 지키지 않고, 노래 가사처럼 주어가 없는 문장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런 해석이 다소 어렵다. 이 점은 국어 능력이 보통 이상이어야 한다.
 어투는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깨닫고, 세상을 향해 조용하게, 그러나 시원스럽게 뿜어내는 인상을 준다. 답답한 제도와 속세에서 중요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다가 드넓은 자연으로 나와 호소하는 말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삶이란 누가 일일이 코치하는게 아닌, 시행착오로 조금씩 중요한 가치를 깨달아가고 통찰력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 나는 몇 분의 1을 왔을까. 속세를 윤회하는데 그치지 않고 죽어서 더 높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오늘의 한국에 호소하는 소리같지만 일단 이 답답한 제도와 관습에서 벗어나는게 숨 쉴틈없이 들어서 있는 빌딩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힘들지 않을까.
 이 책에서 강조하는 '무지'란 무엇일까. 단지 피상적인 지식이나 상식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모르는 것, 즉, 지혜와 통찰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고학력자라도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실천하지 못하면 그게 무지란 뜻이다.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든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렵다.
 나는 불교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깨달음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접해보는 것도 좋다. 또 소설이 너무 만연체가 많이 나와 어려웠다면 이 책이 딱 맞을 듯 싶다.
 (덧 : 나는 여기서 말하는 '불광'이 불광동에 있어서 불광출판사인줄 알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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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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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이 되었을때 왠지 기뻤지/계속 이대로 18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언제부터인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눈을 내려깔고 어딘가 도망치듯이 살고 있었어』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고, 내면에서 크게 울리는 소리에 따른 행동은 필연인것 같다.
 흔히 20대에 접어들기 시작한 때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자유가 주어진데다 공격적으로 전진하고, 무엇보다도 나는 누구이고 진정 원하는게 무언가를 탐구할 시기다. 개인의 삶,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마음가짐과 태도다. 비록 나이는 많아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활발하게 사는 사람들은 소위 '청춘'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확실히 아버지, 삼촌 세대의 젊은이들은 정말 '청춘'을 청춘답게 보냈다.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괴테와 기형도의 작품을 읽으며 세상과 나의 관계, 인간 존재를 탐구하며 사색에 잠기곤 하였다. 하지만 요즘 캠퍼스에서 저런 행동을 했다간 아웃사이더(그것도 남이 뭐라하든 자기만의 길을 걷겠다는 긍정적 의미가 아닌,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부정적 의미) 취급받기 십상이며 열람실에는 고시 공부, 자격증 공부하는 학생들로만 꽉 차있다. '도전'이라고 해봐야 '새로운 시험'이며 이력서에 한 줄 적을 학생활동 프로그램 뿐이다. 한마디로 요즘 젊은이들은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훨씬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길게 봤을 때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저자는 충동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탐구심을 자아내는 제목을 쓰고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이건희같은 사람이 롤 모델이 되고 있는 시대에 이러한 재야(?) 지식인은 어찌보면 우스워 보일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읽어보면 중요하면서도 가볍게 여겼던 문제에 대해 통찰을 던져주고 있다.
 첫 부분은 표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진정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내가 누구인지'라고 탐구하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으라고 하는데 그게 열정이다. 열정이란 쓸데없는 정념이 아니라 강한 내적 동기로 일의 효율을 높이는 길이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마음가짐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부와 성공을 거머쥔 인물들을 좇아가고 자신의 적성과 소망을 파악하기도 전에 공무원, 대기업을 꿈꾸고(?) 있다. 남들이 꿈꾸는 길을 가지 않으면 자기가 틀린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그렇게 되려고 하는데 이는 거짓된 열정에 불과하다. 나는 내 안에 있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에 관한 내용이 인상깊었는데, 자유란 잘 쓸줄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질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사리분별도 못하거나 유혹에 약한 사람에게 자유를 줘봤자 잘못된 길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인간에게 자유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진정한 자유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보통 자유라 하면은 술마시고 마음대로 치장하고 연애하는걸 생각하는데 진정한 자유란 인간다움을 속박하는 규율과 제도에서 벗어남을 말한다. 인간은 감각적 자유보다 더 높은 차원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고 감각적 자유를 이길 능력이 있는데 감각적 자유에 빠진 자신이 한심해 고등학교나 군대가 낫다고 생각하는, 진정한 자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집단을 택하는 사람은 패배자라고 말한 문장이 특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잘 노는 사람'을 음주가무를 잘 하는 사람으로 동일시하지만 그렇다면 유흥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위기도 못 맞추는 멍청한 사람인가? 아니다. 남의 평가야 어떻든 자기가 좋아서 하는 놀이가 진짜 놀이다. 놀이는 죄악이 아니며 오히려 자기를 발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시간을 잊는다면 혼자 놀든 무슨 상관인가? 요즘 사람들은 잠시도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사무실에서도 내내 음악을 틀어놓는 행위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조용한 방은 허전하니까 오디오를 틀어놓는 적이 허다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여백을 용납하지 않는데 '무위의 철학'이라 해서 위대한 결과물은 무위에서 곧잘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 내가 새겨읽은 부분이 '사랑'에 관한 부분인데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인류 제일의 관심사다. 저자가 말하길 요즘 젊은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밥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보는 등 도심에서의 소비 지향적인 데이트만 즐기고 자꾸 육체적인 사랑으로 기우는 이유가 그러한 감각적인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은 원치 않는다. '나는 감각적이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할거야'라고 속으로 말했던 내가 뜨끔했던 부분이 있는데 '연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사랑은 없다'라고 말했던 부분이다. 그 사람의 외적 조건 혹은 매력을 사랑할 뿐 존재 자체를 사랑함은 부모 자식간의 사랑밖에 없다고 한다. 나 역시 풍겨오는 매력 때문에 사랑에 빠졌지 그 사람에게 그러한 매력이 없었다면 과연 좋아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그래도 사랑은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서도). 흔히 말하는 '이상형'도 원하는 조건과 매력을 형이상학적으로 만든 말임에 틀림없다('이상형'이 없다 하면은 느낌이 온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운명적 사랑일까, 운명적 사랑은 조건이나 매력이 일치 안해도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인데 운명과 존재는 어떤 관계일까).

 저자는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답게 외적 지향이 아닌 내적 지향형으로 살라고 한다. 점수나 등수에 관심 아닌 관심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먼 얘기일수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 읽을만 하다. 나도 요즘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데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하고, 언제까지나 청춘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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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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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세대가 바뀌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좋아졌다.

작가들은 소설, 시, 수필의 대안으로써 만화를 그리고 세세한 감정을 읊거나 사회 현실을

낱낱이 고발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몇 년 전부터 만화책을 구비하기 시작하였다. 본

작품은 현대 소설 전문 출판사로 유명한 창비(창작과 비평)에서 출간하였는데 '십시일反'

처럼 리얼리즘을 다분히 담고 있다. 제목이 왜 하필 '그녀의 완벽한 하루'일까? 어딜 봐도

패배자들의 음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반어법으로 그렇게 정했을까.
'비오는 날'은 사회복지사의 이야기이다. 어느 독거 노인의 시신을 목격하는 장면에서 문

득 전날 옆으로 누워 잠든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이유는 노인의 죽은 모습이 곧 자신과 별

개가 아니라는 작가의 의도인가? 소외받은 사람들을 매일같이 돌보아야 하는 타성에 젖는

직업의 특성일까 아니면 제도 내에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무상함과 허무함을 느껴서일

까? 마지막에 연인의 전화를 받지 않고 병실을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끝까지 허무함을

안고 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가는 비 온다'라는 시만큼 은근히 난해한 만화다. '영원

의 한쪽'은 한낮의 몽상을 자아내는 서정시다. 연인에게 하는 말인지 괴로운 현실을 피하

기 위한 혼잣말인지는 모르지만 작가는 이 시에서 받은 인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두 사

람만의 낙원에서 살자라고 말하는' 고백을 떠올리고 있다. 이 만화의 주인공 김발근례는

수십년 전 한 남자와 사랑을 나누었던 때를 생생하게 꿈꾼다. 다음날 젊은 시절 사랑의 도

피를 결심했던 순간에 젖어들어 정신을 잃어가며, 달콤한 죽음으로 인도된다. 여기 나온

단편들 중 드물게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인상을 준다.
 '나는 천국으로 간다'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백화점 판매원으로 근무하는 박윤정의 이야기

를 다루고 있다. 동창들보다 사회에 4년 일찍 나왔지만 늘 고된 노동과 박봉, 정신적 스트

레스에 시달린다. 딱딱한 구두를 장시간 신고 일해야 하는 박윤정의 현실을 '발이 편한 구

두를 신어본 적이 없다'라는 첫 문장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시의 두 번째 연이 인상깊은

데 가진게 없는 사람들끼리 빠져나갈 곳 없는 현실 속에서 서로 반목하고 자기 자릴 한 뼘

이라도 지키기 위해 안간힘쓰는 - 그래봤자 결국 얻을 것도 없지만 - 허무한 모습을 묘사

하고 있어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 돕기는 커녕 으르렁대게 만드는 현실을 지

켜보고만 있을 뿐, 윤정은 그렇다. '나는 천국으로 간다'는 현실 도피적이고 반어적인 성

격이 담겨 있다. '두 번째 아이'의 정지은은 아직 신혼인데도 이혼을 생각하고 있을 정도

로 매일같이 시어머니에게 시달리지만 임신하는 바람에 자유를 찾는 길은 더욱더 멀어진다

. 정지은은 시처럼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삶에는 정답이 없고

잘못 사는 것같이 보이는 삶에서도 분명 깨닫는 것이 있기에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

이라고'라고 마음 속 어디에서 목소리를 듣는다. 낙태를 감행해서라도 이혼하고 싶지만 운

명의 장난은 그녀를 삶에 옭아두게 된다. 잠은 굉장히 쉬운 일이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에

는 별의별 상념이 다 드는 법이다.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쩔수없이 타협해야 하고

잘못사는 삶도 삶이라고 자신을 다독이는데 우리도 이와 같지 않은지. 어느 순간 내가 잘

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껴지지만 이것도 다양한 삶의 일부라고, 이것의 나의 인

생이고 삶의 깊이를 체득하는 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지 않은가.
'그 여자는 거기 없었다'는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일탈이라고 보았는데 출판사 편집자 김미

영과 대학 시간강사 유상현의 단 하루에 그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일상이란 담백하고

잔잔하게 심금을 울리지만, 정작 일상의 본질에 대해서 답하는 일은 어렵다. '내리실 문은

옳은 쪽입니다.' '문득 나는 굳게 다문 왼쪽 입口로 나가고 싶어졌다.'처럼 일상에서는 항

상 상식적인 방식만을 허락하지만 살다보면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고 싶어한다. 유상

현은 대낮에 김미영과의 성교를 즐기지만 얼마 안있다 학생들 앞에서 태연하게 모범적인

태도로로 강의한다. 그렇다. 박혀 있던 상식과 평온하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 있

더라도 평정어린 마음으로 생활하는게 쉽지는 않다. 김미영도 5년전 하룻동안 사귀었던 남

자를 모르는체 하고 아무리 소란이 있었어도 세상은 그렇게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러

간다.
'선택'과 'Perfect day'는 서른에 가깝지만 기반 잡기는 커녕 먹고살기도 힘든 인물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삶이 나아지지도 않은채 희망을 잃어간

다. '행운목'도 마찬가지. 추락만 거듭하는 삶을 보며 독자들은 과연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우리는 항상 불행한 삶이 극적으로 바뀌는 이야기를 원하지만 삶의 가장 어두운

면만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예술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표지만큼이나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언제나 밝은 이야기만을 쓸 수는 없다. 어두

운 부분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일도 그들과 다를바 없는 우리의 고통을 덜어내는 방법이며

삶의 어두운 부분을 통찰하게 해준다. '그녀의 완벽한 하루'는 비현실적인 고딕 문학이나

난해한 글이 아닌 사람 눈으로 관찰하고 있는 현실을 만화로 옮겨놓아 일반인도 쉽게 이해

하고 공감하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현대시를 읽고 작화가 나름대로의 감

상과 인상을 그려놓았다는 점도 독특하다. 이 서적은 예술 사이에 경계란 허구이며 유연한

사고와 감상이 참신한 작품을 탄생시키게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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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위로받고 싶다 - 율도국 테마시집 1, 위로와 격려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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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의 슬픔과 괴로움을 꿋꿋하게 견디어 낼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림자 덕분이다. 그림자는 눈에 뜨이지 않는 내성적인 친구이지만 언제나 말없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안는다. 만약 그림자라는 친구가 없다면 세상의 고통은 우리의 하얀 마음을 검은 손으로 순식간에 삼켜버릴 것이다. 그림자는 그런 검은 손에 맞서 우리를 지켜주는, 외유내강의 친구이다.

 

우리는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방에서 홀로 기타를 치거나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릴 때 자기자신에 도취되어 주변환경은 신경쓰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림자가 영혼을 휘감아 그와 내가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교합처럼 묘한 쾌감, 평안함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 중 하나를 맛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어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움일 수 있다. 우리가 항상 밝음만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그림자를 너무 천대시한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림자의 평안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과 영혼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
그림자는 잠시 떠날 때를 아는 분별력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계속 붙어있으면 귀찮을 수밖에 없는 법. 우리가 혼자 있고 싶을 때나 바람과 빛이라는 친구가 찾아올 때면 멀리서 지켜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만약 우리 마음 안에 그림자만이 자리잡고 있다면 언젠가 우리를 삼켜버릴것을 그림자도 알기에, 바람과 빛이라는 친구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비켜주기도 한다.

우리 마음에는 밝은 빛도 자리하고 있기에 바람이 와도 손으로 저리가라 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림자가 영혼을 부드럽게 안아주어 슬픔을 아프지 않게끔 받아들이게 해 준다면 바람은 산뜻한 입김으로 상처를 치유해준다. 우리에게 바람이라는 친구가 없다면 어찌 초원에서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꿀 수 있으리.

 

세상에는 무수한 빛깔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바람과 그림자는 각각 그 끝에 있다. 그 스펙트럼은 우리 마음속에 처음부터 자리하고 있는 것인데 마음이라는 팔레트로부터 그림자를 비롯해 바람까지 여러 색으로 칠한 세상은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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