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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 - 혼돈과 불안의 길목을 지나는 20대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
김보일 지음 / 예담 / 2010년 2월
평점 :
『18살이 되었을때 왠지 기뻤지/계속 이대로 18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언제부터인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눈을 내려깔고 어딘가 도망치듯이 살고 있었어』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고, 내면에서 크게 울리는 소리에 따른 행동은 필연인것 같다.
흔히 20대에 접어들기 시작한 때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자유가 주어진데다 공격적으로 전진하고, 무엇보다도 나는 누구이고 진정 원하는게 무언가를 탐구할 시기다. 개인의 삶,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마음가짐과 태도다. 비록 나이는 많아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활발하게 사는 사람들은 소위 '청춘'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확실히 아버지, 삼촌 세대의 젊은이들은 정말 '청춘'을 청춘답게 보냈다.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괴테와 기형도의 작품을 읽으며 세상과 나의 관계, 인간 존재를 탐구하며 사색에 잠기곤 하였다. 하지만 요즘 캠퍼스에서 저런 행동을 했다간 아웃사이더(그것도 남이 뭐라하든 자기만의 길을 걷겠다는 긍정적 의미가 아닌,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부정적 의미) 취급받기 십상이며 열람실에는 고시 공부, 자격증 공부하는 학생들로만 꽉 차있다. '도전'이라고 해봐야 '새로운 시험'이며 이력서에 한 줄 적을 학생활동 프로그램 뿐이다. 한마디로 요즘 젊은이들은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훨씬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길게 봤을 때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저자는 충동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탐구심을 자아내는 제목을 쓰고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이건희같은 사람이 롤 모델이 되고 있는 시대에 이러한 재야(?) 지식인은 어찌보면 우스워 보일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읽어보면 중요하면서도 가볍게 여겼던 문제에 대해 통찰을 던져주고 있다.
첫 부분은 표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진정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내가 누구인지'라고 탐구하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으라고 하는데 그게 열정이다. 열정이란 쓸데없는 정념이 아니라 강한 내적 동기로 일의 효율을 높이는 길이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마음가짐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부와 성공을 거머쥔 인물들을 좇아가고 자신의 적성과 소망을 파악하기도 전에 공무원, 대기업을 꿈꾸고(?) 있다. 남들이 꿈꾸는 길을 가지 않으면 자기가 틀린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그렇게 되려고 하는데 이는 거짓된 열정에 불과하다. 나는 내 안에 있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에 관한 내용이 인상깊었는데, 자유란 잘 쓸줄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질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사리분별도 못하거나 유혹에 약한 사람에게 자유를 줘봤자 잘못된 길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인간에게 자유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진정한 자유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보통 자유라 하면은 술마시고 마음대로 치장하고 연애하는걸 생각하는데 진정한 자유란 인간다움을 속박하는 규율과 제도에서 벗어남을 말한다. 인간은 감각적 자유보다 더 높은 차원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고 감각적 자유를 이길 능력이 있는데 감각적 자유에 빠진 자신이 한심해 고등학교나 군대가 낫다고 생각하는, 진정한 자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집단을 택하는 사람은 패배자라고 말한 문장이 특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잘 노는 사람'을 음주가무를 잘 하는 사람으로 동일시하지만 그렇다면 유흥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위기도 못 맞추는 멍청한 사람인가? 아니다. 남의 평가야 어떻든 자기가 좋아서 하는 놀이가 진짜 놀이다. 놀이는 죄악이 아니며 오히려 자기를 발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시간을 잊는다면 혼자 놀든 무슨 상관인가? 요즘 사람들은 잠시도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사무실에서도 내내 음악을 틀어놓는 행위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조용한 방은 허전하니까 오디오를 틀어놓는 적이 허다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여백을 용납하지 않는데 '무위의 철학'이라 해서 위대한 결과물은 무위에서 곧잘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 내가 새겨읽은 부분이 '사랑'에 관한 부분인데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인류 제일의 관심사다. 저자가 말하길 요즘 젊은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하지 않는다고, 밥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보는 등 도심에서의 소비 지향적인 데이트만 즐기고 자꾸 육체적인 사랑으로 기우는 이유가 그러한 감각적인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은 원치 않는다. '나는 감각적이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할거야'라고 속으로 말했던 내가 뜨끔했던 부분이 있는데 '연인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사랑은 없다'라고 말했던 부분이다. 그 사람의 외적 조건 혹은 매력을 사랑할 뿐 존재 자체를 사랑함은 부모 자식간의 사랑밖에 없다고 한다. 나 역시 풍겨오는 매력 때문에 사랑에 빠졌지 그 사람에게 그러한 매력이 없었다면 과연 좋아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그래도 사랑은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서도). 흔히 말하는 '이상형'도 원하는 조건과 매력을 형이상학적으로 만든 말임에 틀림없다('이상형'이 없다 하면은 느낌이 온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운명적 사랑일까, 운명적 사랑은 조건이나 매력이 일치 안해도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인데 운명과 존재는 어떤 관계일까).
저자는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답게 외적 지향이 아닌 내적 지향형으로 살라고 한다. 점수나 등수에 관심 아닌 관심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먼 얘기일수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 읽을만 하다. 나도 요즘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데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하고, 언제까지나 청춘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