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위로받고 싶다 - 율도국 테마시집 1, 위로와 격려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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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의 슬픔과 괴로움을 꿋꿋하게 견디어 낼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림자 덕분이다. 그림자는 눈에 뜨이지 않는 내성적인 친구이지만 언제나 말없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안는다. 만약 그림자라는 친구가 없다면 세상의 고통은 우리의 하얀 마음을 검은 손으로 순식간에 삼켜버릴 것이다. 그림자는 그런 검은 손에 맞서 우리를 지켜주는, 외유내강의 친구이다.

 

우리는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방에서 홀로 기타를 치거나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릴 때 자기자신에 도취되어 주변환경은 신경쓰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림자가 영혼을 휘감아 그와 내가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교합처럼 묘한 쾌감, 평안함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 중 하나를 맛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어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움일 수 있다. 우리가 항상 밝음만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그림자를 너무 천대시한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림자의 평안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과 영혼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
그림자는 잠시 떠날 때를 아는 분별력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계속 붙어있으면 귀찮을 수밖에 없는 법. 우리가 혼자 있고 싶을 때나 바람과 빛이라는 친구가 찾아올 때면 멀리서 지켜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만약 우리 마음 안에 그림자만이 자리잡고 있다면 언젠가 우리를 삼켜버릴것을 그림자도 알기에, 바람과 빛이라는 친구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비켜주기도 한다.

우리 마음에는 밝은 빛도 자리하고 있기에 바람이 와도 손으로 저리가라 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림자가 영혼을 부드럽게 안아주어 슬픔을 아프지 않게끔 받아들이게 해 준다면 바람은 산뜻한 입김으로 상처를 치유해준다. 우리에게 바람이라는 친구가 없다면 어찌 초원에서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꿀 수 있으리.

 

세상에는 무수한 빛깔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바람과 그림자는 각각 그 끝에 있다. 그 스펙트럼은 우리 마음속에 처음부터 자리하고 있는 것인데 마음이라는 팔레트로부터 그림자를 비롯해 바람까지 여러 색으로 칠한 세상은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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