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 - 아이와 내 삶의 레시피
춤추는바람 지음 / 르비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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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세심한 시선에 위로받게 됩니다. 결핍과 실패의 연속이더라도 쓰면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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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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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작가정신, 2024)은 작가 백수린의 독서에세이다. 동시에 책 감상과 잘 어울리는 빵도 소개해준다. 작가는 매일 요동치는 삶의 여울 속에서 자신을 좀 더 다정하게 만들어준 책과 빵 이야기를 친절하게 나누어준다. 나도 좀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른다.

백수린 작가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2011년 데뷔하여 소설집 <여름이 빌라>,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등 출간하고 프랑스 작가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이 산문집에서 밝히듯 그녀는 제빵사이기도 하다. "빵을 핑계 삼아 책을 소개하는 서평집"(p.6)이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에게 빵 만드는 것은 세상에 온기를 전하는 소설쓰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제일 처음 소개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자식을 잃은 부부에게 빵 한 덩이를 건네며 위로와 용서를 구하는 빵집 주인을 보여준다. 작가는 온기를 전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있노라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소설에는 사회적 약자나 이방인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어떤 의미에게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 빵을 건네는 이의 마음으로 허공에 작은 빵집을 짓는다. 젊은 부부에게 온기를 전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으로. 어딘가 있을 당신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건네기 위해서."(p.29)

책에는 소설가로서 자신을 향한 시선과 고민, 사유가 담긴 문장이 담겨 있다. 백수린 작가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의 저자를 애정하는데, 그 이유는 "서사가 중단되고 찢겨져나가는 그 순간에 주목하는 사람"(p.97)이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의 소수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경청한 '기시 마사히코'처럼, 작가 자신도 "서사의 매끄럽지 않는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p.98)이라고 말한다. 또한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을 품은 이상 우리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단지 기록하는 일뿐이라는 설터의 말"(p.111)을 빌어 자기 글에 실망하더라도 계속 쓰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매일매일 다정한 마음으로 빵을 굽고 소설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이 다정한 마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생각해본다. <나무수업>을 소개한 작가의 글에서 허약한 구성원을 돌보는 너도밤나무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허약한 이를 돌보는 일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자연적인 이치가 아닌가 싶다. 모두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나무들은 서로가 비슷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이 가진 나무가 허약한 나무에 양분을 공급해준다. 허약한 구성원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롭다는 삶의 지혜를 너도밤나무는 알고 있는 것이다. 만일 경쟁에 뒤처진 너도밤나무가 죽어버린다면 숲에는 빈자리가 생겨버릴 것이고, 숲의 기후나 일조량, 습도는 엉망이 되어버릴 거라는 진실 말이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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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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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톰 헤드, 현대지성, 2024)은 세계사 기본 상식을 얻고 균형있는 시각으로 세계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교양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주요 사건에 대한 개요 뿐만 아니라 지구 전 지역에 대한 역사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혼자 읽기에 벅차다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매일 두 챕터씩 읽으면 한달 안에서 완독할 수 있다. 퀴즈도 만들어서 서로 공유하여 풀어보면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이 책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역사 이야기를 사진과 지도 그림 등 이해 쉽게 전달하고 있다. 오늘날 논쟁이 되는 이슈와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하고 다른 세계사 책에서 놓치고 있는 관점도 제안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여러 대륙의 역사를 균형있게 보여준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해당 지역과 용어를 차근차근 풀어주고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 '톰 헤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역사 스토리텔러 중에 한 명이다. 역사, 사상, 철학 등 수십권의 인문학 책을 출간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독자들에게 역사를 재미있게 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필력과 이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그동안 몰랐던 세계사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은 고대 문명부터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수메르 왕들 이름을 설형 문자로 기록한 점토판에는 '쿠바바'라는 한 여성이 나온다. 그녀는 수메르에서 가장 좋은 맥주를 팔아 유일하게 여성으로서 왕위에 올랐다고 전한다. 당시에도 정통성을 거치지 않고 특유한 사유로 왕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그 명성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오늘날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그 명성이 좋은 맥주를 만드는 능력에 기인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이집트를 20년 동안 통치한 파라오 중에 '핫셉수트'도 여성이었고 매우 혁신적인 인물로서 자신의 모습을 조각상이나 그림에 직접 등장시키면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데 적극적이었다. 전혀 몰랐던 고대 역사 속 여성의 다채로운 활약상이 흥미롭다.

저자는 현재 일반 상식처럼 사용하는 개념의 출처와 역사적 배경을 알려준다.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는 '인종'이라는 개념은 신대륙 발견과 노예 제도라는 배경에서 시작된다. 최초로 인종을 4-5가지로 구분한 사람은 프랑스 의사 '프랑수아 베르니에'이며, 그는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인을 동물로 묘사하는 행태를 보였다. 오늘날 게놈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모든 인종의 DNA는 99.9 퍼센트 일치하며 호모 사피엔스 단일종에 속한다. 생물학적 개념으로는 의미가 없고 사회문화학적 개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 큰 이슈인 인종 문제를 접근할 때 이와 같은 배경과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실제 사진과 함께 격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제시된다.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 틈에서 큰 좌절을 겪은 나라인 이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951년 민족주의자인 '모사데크'가 총리가 되지만 미국은 이에 반대하여 이란의 쿠테테 세력 지원하여 ' 팔레비'가 다시 왕이 된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고 팔레비 왕이 물러나자, 이슬람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때 대통령과 국회가 있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이란은 호메이니의 독재와 이슬람 원리주의로 인해 민주주의는 퇴보되었고 여성과 반체제 인사를 향한 핍박이 심해졌다. 이란의 민주주의 퇴보 역사를 보면서 어떤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 권력을 민주적으로 감시하는 체제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는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어 있지만 자신의 관심 주제나 분야, 나라에 대한 키워드가 있는 챕터부터 읽어봐도 좋다.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다음 이슈와 지역으로 넘어가 읽게 될 것이다. 세계사 입문서로서 손색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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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 영원한 여름편 - 일상을 관찰하며 단단한 삶을 꾸려가는 법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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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란 얄팍한 겉모습에 불과하고, 우리 저 안쪽 알맹이는 여전히 여름이다. 까마귀가 울고 수탉이 홰치는 소리, 등허리에서 내리쬐는 따스한 햇발이 바로 그 여름이다."(p.13) 


이 문장 하나를 건진 것만으로 <소로의 일기:영원한 여름편> 책의 소임은 다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글귀다. 추운 겨울 아침에 두텁게 쌓인 눈을 바라보며 '여름'을 기억하다니, 대단한 관찰력과 상상력이 아닌가. 우리라면 추워서 나갈 엄두도 내지 않겠지만, 소로는 겨울 아침 풍경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세하고 애정있게 표현하며 현존하는 성자처럼 자연과 일상을 누리고 있다. 


"밤사이 비가 눈으로 바뀌더니 오전 7시인 지금까지도 내리퍼부으면서 젖은 땅을 10센티 높이로 뒤덮는다. 비 섞인 축축한 눈, 즉 진눈깨비로 거센 북서풍에 휘날리며 나무와 담벼락에 들러붙는다. 이렇게 축축하고 어두운 아침에 세찬 바람을 맞으며 철로를 따라 걸어내려간다. 눈보라가 휘몰아쳐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어두운 폭풍설 한가운데에서도 여느 때보다 밝은 푸른빛이 아른거리며 우리 안에 아직 천상의 빛깔이 남아 있음을 알려준다."(p.14)


일기의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일기가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소로를 통해 배운다. 일기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소로는 일기에 날씨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을 언어로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 오랫동안 애정있게 관찰하며 사색한 결과이다. 날씨에 집중하고 제대로 느낀다는 건 현재에 집중하고 몰두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순간의 찬란함을 붙잡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상을 찬란함을 아는 사람은 내면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를 둘러싼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그 안에 이걸 바라보는 안목을 가진 자신이 얼마나 뿌듯할까. 


나의 일기는 어떤가. 누군가에게 쏟아붓지 못하는 감정을 마구 휘갈려 쓸 때도 많고, 오늘 못한 일을 반성하거나 내일 할 일을 다짐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가끔 감사 제목을 적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도 날씨와 자연에 대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보지 못했다. 나를 둘러싼 이 풍경에 온전히 마음을 쏟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기에도 써볼 생각 자체를 못했다. 


나에게 일상이란 무엇인가. 매일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로 구분했고 그 일의 수행 여부에 따라 하루를 평가하기 바빴다. 일상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 중에 오로지 일과 관련된 것만 시선을 두고 있다. 사실 일만 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상을 돌아보며 일기를 쓸 여력도 별로 없다. 나의 내면은 점점 쪼그라든다. 일상 안에 자연 관찰 일기 쓰기와 같은 이벤트를 넣어야겠다. 한달에 1-2시간이라도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한 줄, 한 문장만 쓰더라도 나를 둘러싼 풍경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소로의 일기에는 가난과 관계에 대한 통찰도 담겨 있다. 자연과 달리 돈과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움과 깨달음이 있고 자기만의 삶의 태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로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월든 호수에서 집을 지어 2여년의 은둔 생활을 한다. 이는 돈과 관계에서 거리를 둔 삶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소로는 이 생활이 "더 높은 사회에 알맞은 더 완전한 피조물"로 자라도록 만들고 "값어치 있는 일에 온 힘을 쏟는 삶"(p.237)을 살도록 했다고 강조한다. 


"추위에 증기와 물이 얼어붙듯이 단순하게 살고 번거로움을 피하는 것이 단단해지는 비결이다. 가난은 힘과 기운과 흥을 끌어온다. 순결은 천지만물의 영원한 벗이다. 흩어진 안개 같았던 내 삶이 잡풀, 그루터기, 활엽과 침엽 위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겨울 아침의 서리가 되었다. 은둔 생활이 나를 가난하게 만들었다고들 여기지만 나는 고독 속에서 비단결같이 보드라운 막이 번데기를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오래지 않아 애벌레처럼 더 높은 사회에 알맞은 더 완전한 피조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전에는 어수선하고 아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가난이라 부르는 단순함 덕에 마음을 가다듬고 값어치 있는 일에 온 힘을 쏟는 삶을 살 수 있었다."(p.237)


<소로의 일기:영원한 여름편>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일상의 쉼과 사색의 시간을 얻게 된다. 이 책 자체가 일상을 누리는 일이며 가치 있는 일에 힘을 쏟는 게 아닐까 싶다. 자연과 날씨를 묘사한 생동감 넘치는 문장들과 자신의 신념을 담은 담백한 글귀, 크고 작은 에피소드까지 소로만이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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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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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로 시작한 독서 활동이 아이들과 토론수업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때 알게 된 책이 <책 읽는 뇌>이였다. 책 읽을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은 아이들과 독서수업에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독서교육을 위해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필요한 책이었다. 읽기 능력을 획득한 인간 뇌의 경이로움과 가능성을 제시한 이 책 덕분에 책읽기에 더 집중하였고 취미생활을 넘어 내 일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 


재출간된 이번 책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제목부터 흥미와 관심을 끈다. '프루스트'는 독서의 지적 세계, '오징어'는 독서의 신경학적 측면을 상징한다고 한다. 원제를 살린 이 제목이 매리언 울프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드러낸다. 즉, 독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특히 깊은 독서는 타인에 대한 공감, 비판적 사고와 추론, 사색 능력을 키워준다. 저자는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뇌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인 뇌 가소성을 언급한다. 글을 읽을 때 인간의 뇌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자극받아 독서회로를 형성하면서 변화된다는 것이다. 


"문자의 진화는 인간의 지적 능력의 역사 첫 장을 장식하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능력, 즉 문서화, 체계화, 분류, 조직화, 언어의 내면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식, 의식 자체에 대한 의시기 등이 발현할 수 있는 인지적 발판을 제공했다. 이 모든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만들어준 직접적인 요인은 독서가 아니다. 이 모든 능력의 발달에 전무후무한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은 독서하는 뇌의 설계의 핵심적 위치에 있는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비밀스런 선물이다." (p.376)


인간의 지적 능력의 엄청난 촉진제는 독자 자체보다 독서를 위해 쏟았던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짧은 영상에서 정보나 재미는 얻는 게 현실이다.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거나 사색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매리언 울프도 한국어서문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현한다. 


"내가 이 책에서 했던 경고가 지금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가장 큰 우려는 우리가 깊은 독서를 하는 뇌의 중요한 기여와 까다로운 필요조건을 이해하지 못하면 독서하는 뇌를 읽어버릴 것이고 민주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자 이 책의 주제는 독서하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바꾸고 누적된 지식을 통찰과 성찰의 토대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수행하는 필수적인 역할이다. 이 과정의 모든 측면에 충분한 시간이 할당되지 않으면 인간은 덜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필요조건이 현재 우리의 사람에서 사라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국가라는 자랑스럽지 않은 타이틀을 쥐고 있다. 이것은 깊은 사고에 시간을 할당하는 것과 정반대인 주의산만을 초대하는 조건이다."(p.16)


저자는 디지털 환경의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사색하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지적, 사회적, 감정적, 윤리적 발달을 위해 절대로 잃어서는 안되는 것들의 청사진을 제공"(p.18)한 독서 능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능력을 확장시킨 것도 독서 능력으로 축적한 지식의 결과가 아닌가. 우리 뇌는 지금이 이 난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즉각적인 자극에 중독된 우리가 '깊은 독서'로 나아가기 위한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할 것 같다. <프루스트와 오징어>가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과 독서수업을 하고, 어른들과 책 읽고 토론하면서 이 고민을 이어갈 것이다.


@across_book 어크로스 출판사가 제공한 도서로 서평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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