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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평점 :
<다정한 매일매일>(작가정신, 2024)은 작가 백수린의 독서에세이다. 동시에 책 감상과 잘 어울리는 빵도 소개해준다. 작가는 매일 요동치는 삶의 여울 속에서 자신을 좀 더 다정하게 만들어준 책과 빵 이야기를 친절하게 나누어준다. 나도 좀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른다.
백수린 작가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2011년 데뷔하여 소설집 <여름이 빌라>,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등 출간하고 프랑스 작가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이 산문집에서 밝히듯 그녀는 제빵사이기도 하다. "빵을 핑계 삼아 책을 소개하는 서평집"(p.6)이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작가에게 빵 만드는 것은 세상에 온기를 전하는 소설쓰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제일 처음 소개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자식을 잃은 부부에게 빵 한 덩이를 건네며 위로와 용서를 구하는 빵집 주인을 보여준다. 작가는 온기를 전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있노라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소설에는 사회적 약자나 이방인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어떤 의미에게 내게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과 닮은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 빵을 건네는 이의 마음으로 허공에 작은 빵집을 짓는다. 젊은 부부에게 온기를 전하는 빵집 주인의 마음으로. 어딘가 있을 당신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건네기 위해서."(p.29)
책에는 소설가로서 자신을 향한 시선과 고민, 사유가 담긴 문장이 담겨 있다. 백수린 작가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의 저자를 애정하는데, 그 이유는 "서사가 중단되고 찢겨져나가는 그 순간에 주목하는 사람"(p.97)이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의 소수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경청한 '기시 마사히코'처럼, 작가 자신도 "서사의 매끄럽지 않는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p.98)이라고 말한다. 또한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을 품은 이상 우리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단지 기록하는 일뿐이라는 설터의 말"(p.111)을 빌어 자기 글에 실망하더라도 계속 쓰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매일매일 다정한 마음으로 빵을 굽고 소설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이 다정한 마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생각해본다. <나무수업>을 소개한 작가의 글에서 허약한 구성원을 돌보는 너도밤나무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허약한 이를 돌보는 일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자연적인 이치가 아닌가 싶다. 모두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나무들은 서로가 비슷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이 가진 나무가 허약한 나무에 양분을 공급해준다. 허약한 구성원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이롭다는 삶의 지혜를 너도밤나무는 알고 있는 것이다. 만일 경쟁에 뒤처진 너도밤나무가 죽어버린다면 숲에는 빈자리가 생겨버릴 것이고, 숲의 기후나 일조량, 습도는 엉망이 되어버릴 거라는 진실 말이다.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