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감사하고 그래도 감사한다
남기철 지음 / 아가페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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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감사하고 그래도 감사한다>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저자가 여러 편견과 한계 속에서 장애인의 일할 권리와 주장하고 작업장을 만들어나갔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여러 제도의 한계점을 드러내고 이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장애인들도 일을 하고 싶은 마음과 해야하는 현실, 이들의 일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인식이 우리가 사회가 무척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된 인식이 부족하는 것을 알게 된다. 장애인 복지 제도의 한계앞에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할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물론 힘들 것을 염려해 하는 말인 줄 알지만, 그 아이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부모가 없어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힘을 냈습니다. 이 일을 꿈꾸게 하신 이는 하나님임을 믿고, 하나님은 사람에게 마음의 소원을 주어 뜻을 이루신다고 하는데, ‘래그랜느’라는 꿈을 품게 하시면서 이미 다른 소원도 넘치게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래그랜느는 과자와 빵을 만드는 새로 시작할 장애인 작업장 이름입니다.”(p.47)

남기철 저자는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 평생 일을 해왔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과 산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장애인 일터를 운영하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겨냈다. 특히, 온갖 제도에 부딪히며 다양한 개선점을 제안하고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는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과 변화를 위한 고군분투였다.

절망하고 낙심할 때도 많았지만 결국 아들과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이 부모 사후에도 일하면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최우선의 과제였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본인의 임무라 생각하며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고 한다.

특히 그는 “작업 치료”를 강조한다. 아들 범선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치료방법을 사용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여전히 감정을 주체 못하고 자해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범선이가 작업훈련을 받으면서 시간을 견디고 집중하는 법을 익혔고, 작업장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몸으로 익히면서 많이 좋아졌다. 저자가 운영하는 리그랜느 직원들도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등 훈련과 교육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어머니, 이건 특별활동이 아니라 생존활동, 작업치료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장애인의 일할 권리가 충족되고 생존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장이 더 많아져야 한다. 복지제도에 대해 별로 아는 건 없지만, 이 책 덕분에 하나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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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믿는 사람
강학종 지음 / 베드로서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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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사람믿는사람 #강학종 #베드로서원 #서평단 #북서번트

강학종 저자는 복음을 쉽게 설명하면서도 깊이를 놓치지 않고 말씀을 전하는 목사님으로 유명하다. 성경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일단 먼저 믿어라 라고 말하기 보다 차근차근 애정어린 마음으로 다가간다. 무엇보다 복음의 기초를 설명할 때 흔히 갖고 있는 기독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같이 해소해준다. 이는 기독교 관심자나 새신자 뿐만 아니라 기존 신자들에게도 복음이 새롭게 느껴져서 신앙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언젠가 고등학교 동창이 물었다. 교회는 안 다니지만 성경은 몇 번 읽었다고 한다.
“예수님이 하나님 아들 맞냐?”
“맞겠지”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의 아들일 수 있냐?”
“그럼 미친놈이겠지”
나를 난처하게 만든 속셈으로 물었는데 내가 너무 파격적인 답을 한 모양이다.
“넌 목사나 예수님을 미친놈이라고 하냐?”
“자기 입으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 정말로 하나님의 아들이든지, 미친놈이든지 둘 중 하나지. 어쨌든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p.45-46)

“예수님이 잔을 옮겨달라고 한 것은 십자가 형벌을 모면하게 해달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이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진노 대상이 되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는데, 에수님은 그것을 못 견뎌했다. 하지만 그 일을 감수해야만 이 세상 죄가 해결되는 것을 어떻게 할까? 그래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고, 우리 죄가 해결되었다. ” (p.53)

누가 신앙적인 질문을 하면 어깨에 힘만 들어가고 긴장되곤 했다. 잘 설명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컸고 혹시나 공격받거나 의미없는 논쟁으로 번질까봐 두렵기도 했다. 저자는 정면돌파를 자주 선택한다. 이 부분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배울 점이 많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상대방의 의문과 질문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주는 장면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저자의 방어적이지 않는 태도는 그만큼 복음과 진리에 자신이 있어서 어느 정도 변증도 가능하기 때문일까. 분명 이런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삐뚤어진 질문하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이 있고, 자신이 설명을 잘 하든 못하든 아는 만큼 믿는 만큼 성심껏 대화하려는 모습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상대방은 그의 논리적인 대답보다 그 마음과 태도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경험하는 게 아닐까 싶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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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종 2025-07-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맙습니다. 이 리뷰가 다른 분의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더운 날씨에 건강 유념하시고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오십에 읽는 논어 - 굽이치는 인생을 다잡아 주는 공자의 말, 개정증보판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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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읽는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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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넘어도 배움이 필요하면 다시 시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며, 누군가가 나를 서운하게 하거나 소외감을 주더라도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일 것입니다.”(p.89)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가능할까? 세상은 연연할 일이 태산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계속 의식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곧 오십을 앞두고 논어 이야기를 펼쳐보려는 것도 하나의 노력이 되겠다.

<오십에 읽는 논어>는 오랫동안 논어 공부를 해온 저자가 “날것 그대로의 삶이 깃든 책”인 논어를 60개의 주제에 담아 50대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50대는 한 마디로 ‘공허’한 상태로 본다. “돈도, 건강도, 의욕도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은 시기이다. 하지만 공자는 50대 초반에 왕이 부름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화평의 시대를 이끈 평화의 사도의 역할을 했지만 결국 노나라를 떠나 60년 후반까지 14년동안 7개의 나라를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타인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고 열정과 천명을 가진 채 묵묵히 자기의 길”(p.25)을 갔다고 한다. 70대가 되어도 마지막까지바른 정치의 실현을 위해 책을 쓰고 편찬하는 일을 하였다.

이런 배경을 알고 보니, 공자의 삶과 그의 가르침을 담아낸 논어가 50대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통찰과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오십이 되면 질문을 멈추고 그저 주어진 정답만이 전부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경험한 것도 있고 어떤 한계가 범위를 벗어나면 불안하기도 하고 귀찮아서 빨리 정답에 안착하기만 바랄 때가 있다.

“불치하문, 아랫사람에게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공자는 반복해 말했습니다. 오십이 되면 질문이 사라집니다. 질문은 멈추고 오히려 묻지도 않는 것에 답을 주고 싶어집니다. 지천명에 질문이 사라지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습니다. 더 이상의 흥분과 즐거움은 사라집니다. 지천명에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좋은 질문을 하는 일입니다.” (p.207-208)

편견과 오해 속에서 갇히지 말고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오십 인생은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사실 세상에 정답이란 게 있지 않다. 모든 상황과 사람에 적용되는 하나의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답을 찾으려면 질문하고 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남의 것을 가져오면 맞지도 않을 뿐더러 불편과 분란만 일으키기도 한다. 이걸 더 부끄러워해야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나의 적용점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라“이다. 즉 현재에 집중하라고 강조하면서 집중하는 과제를 찾아보라고 한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나머지 아흔아홉 가지는 자동적으로 정리됩니다.“(p.258) 불필요한 관계와 일에 휘둘리는 이유는 집중할 과제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과제는 무엇일까. 그동안 나는 내가 좋아보이는 일을 쫓아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고 나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내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과제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새로운 공부와 과정을 알아보는 중이다. 간혹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잘 못할 까봐 회피하는 걸까 라는 의문도 든다. 이런 질문과 의식도 함께 가져간다.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십에 읽는 논어>는 50대에 부딪히게 되는 여러 고민 지점들을 60개의 주제로 나누어 공자의 조언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룬 것 없이 나라를 떠돌아야했던 공자였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이천년 넘게 그의 삶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망설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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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아리아 - 오페라의 매력에 눈뜨게 할 열여섯 번의 선율 같은 대화
백재은.장일범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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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그래도봄’ 출판사 책이라서,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신청했다. 덕분에 아리아를 찾아서 여러 번 듣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책읽기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 하지만 읽으면서 무대 위 공간을 만들고 인물을 그리고 있는 내 머릿속. 아리아의 가사를 시처럼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성악가 백지은과 평론가 장일범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필요한 정보와 간결한 해석을 접하게 된다. 지식은 오페라와 가깝게 만들어주고, 해석은 잘 몰라도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다. 어떻게 듣고 감상할지 포인트를 알려주니 망망대해를 건너볼만하다. 영상으로나마 실제 오페라 장면을 찾아서 보며 듣는다.

“백 : 대체 원작자는 왜 이런 인물을 남자 주인공으로 설정했을까요? 게다가 자세하게 묘사를 했어야만 했을까요?
장 : 어느 예술작품에나 특히 희곡이나 소설에는 작가 자신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죠. 물론 자기 실명을 붙여서 등장하지 않지만, 자신과 가장 비슷한 인물을 집어넣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전지적 시점이 아닌, 상당히 자세하고 내밀한 시점으로 극을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길이 남을 자기 작품에 나를 새겨넣는 건 또 다른 업적으로써 의미가 있고요. 마치 영원히 사는 또 다른 나처럼요. 자, 이 시점에서 <라 보엠>의 원작자 앙리 뮈르제를 살펴봐야 해요.”(p.42)

이 책 덕분에 오페라가 주는 기쁨과 위로를 간접적으로나 경험하게 된다.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 전개에 따라 그 폭을 넓혀주고 깊게 이끌어주는 음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글과 영상 너머 직접 현장에서 경험해보고 싶다. 특히 사춘기 첫째와 둘째 아들과 함께.

“요새 고등학생들은 무슨 음악을 들으며 자라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가요나 팝송도 좋은 곡이 많지만 클래식 음악이 주는 풍요로움은 또 다르잖아요. 사춘기 청소년들이 제 큰외삼촌처럼 오페라에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으면 좋겠는데, 욕심일까요? 오페라가 진입장벽이 높긴 해도 일단 정을 붙이면 큰 기쁨과 위로가 되어줄 텐데요. 저도 아들이 카바라도시 아리아를 흥얼거리면서 다닌다면 참 뿌듯하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p.197)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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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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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일기
#황정은
#창비
#서평단

<작은 일기> 가제본 서평단 신청을 한 이유는 황정은 작가 때문이다. 계엄날부터 헌재의 파면 선고까지 지난하고 고단했던 일상의 기록. 그녀가 적은 일기라면 꼭 읽어야했다. 뉴스나 유튜브 영상에서 보거나 들었던 내용이 아니라 한 개인이 직접 겪은 시위 현장과 분노하며 불안했던 나날을 명료한 문장으로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거의 매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과 여러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적으면서 때마다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꾸역꾸역 적었다. 다시 복기하여 책으로 써내려간다는 건 고통을 또 직면하는 일일텐데. 글의 힘을 아는 그녀가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함께 읽고 다시 복기하며 같은 다짐을 하는 일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기며 한 문장씩 곱씹으며 읽었다. 분노와 불안, 그 속에 놓치지 않으려고 붙잡았던 환했던 사람들과 순간들. 그녀의 문장은 명료함을 넘어서서

“두어개 채널을 번갈아 보다가 열한시 사십칠분, 국회 상공으로 날아오는 군용 헬기 두대를 보았다. 그걸 보는 순간, 머릿속이 싹 뒤집혔다. 가야 된다고 김보리에게 말하고 일어났다. 그 직후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신분증을 반복해 생각했다. 그걸 안주머니에 넣어야 한다고.” p.48

계엄날 위협적이고 급박했던 순간, 국회로 향했던 작가.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신분증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국회 모인 시민들 모두 이런 심정이 아니였을까. 겨우 계엄해제를 시키고 탄핵 가결, 파면 선고까지 6개월 동안 대부분의 국민들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쏟아졌던 수많은 뉴스와 사고들, 심각하고 고통스러웠던 사건들도 작가는 지나치지 않고 언급한다. 끝끝내 우리가 선택해야할 것은 양심을 지키고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것임을.

“종일 뉴스를 듣는다. 오늘, 어쩌면 어제, 어딘가에서 들은 말. 최종적으로는 “개개인의 양심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어떤 양심들의 상태가 내 예상이나 기대보다 처참하다. 그걸 목격하느라 매일 지치고 다친다. 기운을 너무 잃지 않으려면 거리로 나가 사람들 얼굴을 봐야 한다. 이게 옳지 않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고 말을 듣고 그들 곁에서 걷는 일이, 그런 사람들도 세상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일이 내게 필요하다.” p.66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헌재의 파면 선고를 목빠지게 기다렸던 나날이었다. 나 또한 속이 타 들어가고 계엄보다 더 불안하고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작가는 이미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이 오랫동안 겪어왔던 분노와 불안, 차별을 언급한다. 그들의 억울한 사연과 간절한 외침에 우리가 응답하지 않게 되면 결국 사회 전체로 퍼지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파면 이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재정비를 해야할 때 우리가 또 이 부분을 놓치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지점이다.

“헌재의 예고는 아직 없고 사람들이 헌재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를 모색, 준비하고 있다. 느끼기로는 12월 3일 밤 이후로 상황이 가장 나쁘다. 이 막막함은, 손쓸 수 없음에 따른 이 무기력과 황당은 누군가에는 이미 너무나 낯익은 상태일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느꼈고 십년을 넘어 지금까지 느껴왔을 마음일 것이고. 이 사회의 약자들이, 소수자들이 겪어온 괴로움과 어려움을 이제 온 사회가 다 겪고 있다. (...) 결국 모두의 일로 번지고 말았다. 먼저 겪은 사람들이 겪는 그대로 두고 보다가 이제는 모두의 발등을 거쳐 온 몸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대로 부서지는 게 좋겠다, 이런 사회, 하고 생각할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애쓰고 있고, 너무 많은 이들이 어렵고 아프다.” (p.148)

황정은 작가의 <작은 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얕은 책이지만 결코 작지 않다. 한 사람의 목소리이지만 더 작고 다양한, 다른 목소리들을 모으는 큰 외침처럼 느껴진다. 내 목소리도 보태고 싶다. 나도 짧게나마 당시에 기록했던 일기장을 꺼내어 보게 만든다. 우리들의 작디 작은 일기들을 한 곳에 모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랜만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가깝게 느껴진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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