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명궁수 동화책은
우주에 낮과 밤이 생기게 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동화책이다. 이 동화처럼 과학적으로 지구의 자전에 대해
말하지 않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낮과 밤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건 동화책만이 가질 수 있는 환상적인 장점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있어 억지스러운 점이 없지 않지만 과학적인 원리보다는 주인공의 용기와 지혜에 포커스를
맞추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동화책이니 가능하지 않을까?
동화책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일곱개의 해가 떠있는 어느 나라가 있었다. 너무 뜨겁고 더워서 살기 힘든 그 나라 사람들이
활을 잘 쏘는 명궁수를 찾아와 해를 쏘아 떨어트려 달라고 부탁한다. 자신감과 용기가 넘치는 명궁수는
자신의 활로 일곱개의 해를 없애지 못하면 엄지 손가락을 자르고 물도 풀도 없는 어두운 땅속에 사는 동물이 될 것이라고 약속해 버린다. 사실 이 대목은 얼토당토 않는 약속이라 생각하지만 주인공의 용기와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 생각 든다. 명궁수는 활로 6개의 해를 쏘아 떨어트리고 마지막 해를 향해 활을
당겼지만 지나가는 제비의 꼬리에 맞아 일곱 번째 해는 산 너머로 숨어버리고 만다. 화가 난 명궁수는
제비와 일곱 번째 해를 찾아 말을 달렸고 만일 찾지 못하면 앞다리를 잘라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버리라는 황당한 약속을 또 해버린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명궁수는 말의 다리를 잘라버렸고 자신은 엄지 손가락을 자르고 물도 풀도 없는 어두운 땅속에
사는 우두척이 되었다. 그래서 일곱 번째 해는 산 너머에 숨어 버렸고 이때부터 세상에 낮과 밤이 생겼다고
한다.
이 동화책은 어린
아이들이 세상에 생겨난 낮과 밤을 환타지적으로 이해하기 좋은 재미있는 동화책이다. 그러나 명궁수의 황당한
약속들은 너무 자학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좋지 않은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명궁수의 용기와 끈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겠지만 굳이 그런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주인공의 용기와 활 쏘는 실력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말을 다리와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자르고 둘 다 어두운 곳에서 사는 설치류가 된다는 설정은 동화적 재미도 없고
배울점도 없으며 무서운 생각마저 든다. 굳이 덧붙여 말한다면 지나가는 제비 때문에 일곱 번째 해는 떨어트리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남은 해가 있어 밤과 낮이 생겼으며, 남은 해 하나로 사람들이 살기 좋고 농사짓기
좋은 적당한 날씨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이전에 그냥 동화는 동화로서 이해하고 동화적 환타지로 재미를 느끼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 옛 설화에도
어릴적 읽었던 전래 동화에 이와 비슷한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가 있었다. 문화권이 비슷한 동남아 지역이라
내용이 겹치거나 비슷한 동화들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나라의 다문화 동화책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는 이런 생각들은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데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어 참으로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