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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평점 :
■ 『단 한 번의 삶』 - 작가 김영하의 최신 에세이.
■ 작가도 똑같이 이 세대를 살아가고 늙어가는 평범한 존재라는 것, 다들 비슷한 고민과 번뇌 속에 끊임없이 사색과 번민에 시달린다는 사실. 나름의 위로다. 모든 사람의 절정기(소위 최고로 잘 나가는 시절)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놓는 작품마다 모두 성공하는 작가나 감독은 없다. 있다면 그야말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사람일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작품을 읽고 나면 김영하 작가가 평생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글이라는 게 수긍이 간다. 누구나가 똑같은 단 한 번의 삶의 단상을 그려낸 책이기 때문이다.
■ 유명 작가의 인간적이고 보통사람스러운 자기 고백이 담겨진 글이기에 친숙하고 익숙하다. 동네 친구의 일기를 보는 듯하다. 어렵게 생각되었던 셀럽이 바로 내 옆으로 턱하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 그때 아버지 나이는 마흔이었고, 지금 내 나이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렸던 젊은 아버지의 행동을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60p)
■ 기대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면 실망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실망이 오른쪽으로 돌면 기대도 함께 돈다. (61p)
■ ‘사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세포들이 끊임없이 죽고 다시 생성되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세포는 거의 없을 것이다. (76p)
■ 또한 그는 ‘얼음과 불의 노래’가이드북 제작에도 작가와 함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그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 바로 전업 독자였다. (93p)
■ 그렇게 누워 있으면 혹시 요가란 다가올 죽음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기초적인 명상 수련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104 p)
■ 당시 그림을 보면 지금의 러닝머신보다는 스테퍼와 비슷해 보인다. 수감자들은 주5일, 하루 여섯 시간씩 트레드밀에 올라 그 원통을 돌려야 했다. (106p)
■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부분 (『황금빛 모서리』문학과 지성사, 1993)
(122p)
■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밖에 없어서 괴롭다. (137p)
■ 나 역시 적당한 온도와 시간에서 최선일 것이고, 반대의 조건에서 최악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내 안의 최악이 두려웠다. (173p)
■ 그 악몽을 문장으로 옮겨 쓰기 시작하고 나서야 내 안의 어둠은 조금씩 질서가 있는 이야기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나는 핸들에 처박고 있던 고개를 들어 비로소 주변의 세상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182p)
■ 지금 이 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바로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평론가 앤드루 H. 밀러는 『우연한 생』에서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의 말을 인용한다.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 개의 삶만 살게 된다.” (1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