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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 다 이룰 수 없는 어른의 인생을 위한 수용전념 심리학
이두형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10월
평점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다양한 심리학 책들을 만나봤지만 수용전념 심리학이라는 생소한 워딩이 매력적이었고 삶과 행복의 작동 원리를 수용 - 탈융합 - 현재와의 접촉 - 맥락으로서의 자기 - 전념 - 가치라는 여섯가지 키워드로 풀어내는 흐름이 일품이었다. 나에게는 단순한 심리학 책을 넘어서는 큰 깨달음을 선사한 책이었다.
현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저자는 수용전념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ACT)에 기반해서 불편한 감정이나 느낌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비롯되었는지 헤아리고 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평소 내가 알고자 하며 고민하고 뒤척이며 가려웠던 바로 그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책의 구성은 여섯가지 키워드를 여섯개의 챕터에 배정해서 풀어내는데 초반부에서는 우선 당신이 힘든 건 잘못 살아온 탓이 아님을 수용과 탈융합으로 설명한다. 중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그 해법을 제시하는데 ‘꼭 필요한 불안만 만나는 시간’ 정하기, 그것은 나의 위기가 아니라 타인의 불안일 뿐, 믿을 수 없으니 ‘믿음’이라는 단어를 쓴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당신에게 등의 인상적인 내용들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전념과 가치에 대한 내용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불안 보상행동의 함정에 빠진 당신에게, 싸우기도 싫고 참을 수도 없는 당신에게, 출근하기 싫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똑같은 하루하루가 허무한 당신에게, 왜 살아야 하는지 되묻는 당신에게 등은 평소 나의 고민이자 아픔이었고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치료였다.
저자는 불편함과 고단함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추구하고픈 가치를 위한 행위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꾸준히 나아갈 방향으로서의 가치는 삶의 양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변화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소중한 무언가에 다가가고 있다고 자각하며 살아갈 수 있게 힘과 의미를 준다.
만약 당신이 공허하다면, 궁극적으로 지향할 가치가 모호한 상태에서 ‘다른 가치로 교환될 수 있는 중간 목표’, 예컨대 돈, 명예, 권위 같은 누구에게나 통할 만한 목표를 따르는 데 매몰되어 한정된 하루의 시간과 신체적 심적 여력을 모두 소모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목표는 쉽게 달성되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추구하는 이유가 모호했으므로 막상 어떠한 목표의 문턱을 넘는다 해도 만성적 공허함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똑같이 돈을 벌기 위해 매진하더라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이들 생활의 토대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돈을 모아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노력하는 과정의 느낌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