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 그간 외면해온 외로운 나에게 인생을 묻다
페터 베르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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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솔깃했다. 뭔가 내 인생에 가장 큰 의문을 해결해 줄 것 같았다. 특히 ‘각인된 동일시’라는 키워드에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우리는 직업, 역할, 지위가 나라고 착각하고 생각, 감정, 경험, 타인의 말, 평가, 비판과 나를 동일시한다. 


저자는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기에 고정된 ‘나’가 있다고 믿어온 허상을 끊어내고, 자신이 언제든 얼마든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이 책에서 설파한다. 그리고 그 설득력은 엄청났고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나에 대한 흔한 착각을 끊고 몸과 마음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법과 자기인식에 도달하는 실질적인 방법들이 제시된다. 그렇다고 심각한 심리학 연구서는 아니다. 저자의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감정을 내려놓는 연습에 대한 대목을 여러번 읽었다. 생각에는 감정이 동반한다. 우리는 늘 괴로운 감정을 털어버리길 바란다. 때로는 특정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압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은 온갖 감정을 느낀다는 뜻, 좋은 감정만 느껴야 한다는 망상을 버리고, 그것이 설령 부정하고 싶은 감정이라 하더라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한다. 


구체적으로는 감정해방과정의 네 단계가 제시된다. 먼저 무엇이 나의 감정을 촉발했는지 트리거를 찾아낸다. 그다음으론 몸에서 감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느껴본다. 감정을 인지했다면, 감정이 충분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허락한다. 마지막으로 평화롭게 감정의 변화를 지켜본다.


그 외에도 주옥같은 인생조언이 될만한 대목들을 여러군데에서 만나게 되는 책이다. 


인생은 감정이다. 거기에는 온갖 종류의 감정이 포함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인생은 언제까지고 괴롭다. 당신에게 기쁨만 주겠다는 인생의 스승을 만나 기가 막힌 비법을 전수받을 수야 있겠지만 얼마 못 가 깨달을 것이다. 당신은 여전히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이라는 말은 온갖 감정을 다 경험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진정한 해방은 결국 해방되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깨달음에서 왔다. 진정으로 감정의 폭우를 맞으며 서 있으면, 일체의 저항을 멈추고 순수하게, 흥미롭게 순간을 지긋이 바라보면 고유한 현재만이 남는다. 진동하는 삶 자체, 그것만이 남는다.


한시도 쉬지 않고 바삐 움직이는 하루하루는 호수 바닥의 진흙처럼 머릿속을 들쑤신다. 정신을 원래의 고요로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아무것도 안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초기에는 결코 쉽지 않기에 호흡을 닻으로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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