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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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의사 출신이라는 색다른 이력의 임야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책의 말미에 덧붙여진 부록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이 소설은 실제 과거 러시아의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자행되었던 어두운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

유전학과 우생학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었던 역사를 토대로 우리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일종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는 꼭 그런 역사와 시사점이 아니라도 스토리 자체의 몰입감과 흥미가 일품이었다.

최근에 초능력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스토리로 아주 재밌게 보고 있는 OTT 드라마 무빙이 연상되기도 했고 그렇다면 인간의 악함도 유전이 될까라는 의문이 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여러가지 과학적 사유가 첨가되다보니 SF소설으로 분류될 수도 있겠지만 여느 SF소설과는 살짝 다른 결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소설 속 실험을 주도하는 리센코 후작은 실존 인물인 생물학자 트로핌 데니소비치 리센코를 모델로 했다는 점이 생생한 현실감을 더한다.

특히 추위에 강한 인간을 양성하기 위해 자행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이 책을 읽었던 시간이 늦더위가 기승부리는 계절이었음에도 서늘함을 느끼게 했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 안에서도 유난히 춥다는 투루한스크. 그 툰드라에서도 매서운 한파로 유명한 유쥐나야. 그 마을의 외곽, 깊은 산속에 고립된 홀로드나야. 그곳은 남녀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고, 아이들만 살고 있다는 것은 유쥐나야 마을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홀로드나야의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아이들은 얇은 속옷만 입고 생활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 한 명도 빠짐없이 광장의 저수지에서 ‘입수 기도’라는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만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는 저수지 입수는 후작과 수도원의 모든 인력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치 미사 집전처럼 엄격하고 경건하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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