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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평점 :
나와 퓨마의 나날들
침팬지와 함께했던 제인구달이 연상되는 이 책의 저자 로라 콜먼은 퓨마와 나눈 사랑과 교감,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한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미술사 박사이기도 한 저자는 볼리비아 야생동물 보호구역 생추어리에서 퓨마 ‘와이라’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좋아하다보니 조금 덩치 큰 고양이처럼 보이는 퓨마와의 스토리에 크게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다.
사랑과 교감이 꼭 사람간에 또는 같은 종끼리만 가능하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며 서로 다른 종의 두 생명체가 만날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이 책은 어쩌면 아름다운 지구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일종의 대안을 제시하는 듯 하다.
그렇다고 저자가 일방적으로 야생동물을 위한 자원봉사 스토리는 아니었다. 저자는 현실에 좌절해 여행이라는 도피를 택한 인간이었고 와이라는 퓨마답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해 야생을 두려워하는 야생동물이다. 이런 둘이 서로에게 다가가며 상처를 치유하는 양방향 소통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몇 번이고 케이지를 치워주고, 같은 공간에 함께 앉고, 숲속을 걷는 산책을 수십 번 거듭한 끝에 와이라가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던 대목이다. 그 과정에서 와이라가 위협적이기만 한 퓨마가 아니라 자신처럼 상처와 외로움을 안은, 겁 많은 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와이라가 두려움에 공격성을 보여도, “허세 부리기, 하악거리기, 으르렁대기. 전부 그의 대처 방식이다. 미소 짓기와 괜찮은 척하기가 나의 대처 방식인 것처럼”
떠난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을 하기로 선택한다면 말이다. 다행히도 나는 선택할 수 있다. 특권이 남긴 선물이다. 와이라는 선택조차도 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결코 부서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에 의문을 품기로 선택했다. 결혼 그리고 성공의 의미.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자본주의, 종차별주의를 비롯한 ‘주의’들. 이러한 파멸을 떠받치는 것들. 나 자신과 나의 욕망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만든 모든 것들. 수많은 사람을, 수많은 집을, 수많은 동물을 다치게 한 모든 것들. 그것들에 의문을 품고 맞서 싸우기로 선택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떻게 와이라의 얼굴을 볼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