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 - 한시에서 찾은 삶의 위로
김재욱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시도 어렵고 한문도 따분해하는 취향이라 한시를 거의 접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한시를 제대로 만나보고 그 매력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한시에 대한 해설서가 아닌 저자 자신의 인생이야기, 경험, 생각, 느낌들과 함께 한시를 소개해주는 에세이 방식이라 흥미로웠고 즐거운 읽을거리가 되었다. 또한 그 속에서 삶의 지혜와 위로를 얻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특히 아주 옛날 수백년전의 한시를 쓴 옛사람들의 생각과 감성이 지금의 나와 통하게 되는 사실이 신기했고 존재와 자연, 사색과 감성, 해학과 풍자, 삶과 사랑의 네 가지로 이어지는 길지 않은 여러 글을 엮은 형식도 좋았다.
보통 공자왈 맹자왈하는 책이라고 하면 세상사에 대한 교훈이나 그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강요되는 느낌인데 이 책은 역사 속의 위대한 문장가, 사상가로 알려진 사람들도 평범한 우리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고민했고, 아름다운 꽃을 향한 감탄과 숭배, 달려드는 해충을 향한 분노와 적의, 친구와 자식의 죽음을 마주한 비통함, 아내와 해로하기를 바라는 애틋함이 있었음을 한시를 통해 알게되고 그 자체가 위로와 공감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친구에 대한 인상적인 대목이 주옥 같았는데 간과 쓸개까지 내줄 것처럼 다정하게 굴던 사람이 배신을 하고, 나를 진심으로 대해 주던 친구였는데 나에게 어려운 일이 닥치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 버린다. 그래도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을 거라 믿으며 살지만, 막상 현실을 살다 보면 저런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는 일이 많다. 그러니 얼마나 친하게 지냈는가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서거정은 ‘죽음’, ‘반목’, ‘배신’을 담은 바람이 옛 친구들을 떨어트렸어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그 외에도 낮잠이라는 제목의 한시도 재밌었다.
밤 짧아 금세 아침 오고 낮은 긴 봄날
마당 나무엔 바람 없고 새소리만 떠들썩하다
막 낮잠에서 깨었어도 아직 눈을 감고 있는데
멀리 산촌의 방아 소리 희미하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