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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가는 길 -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7월
평점 :
이탈리아로 가는 길
개인적으로도 인상깊게 읽었던 세습 중산층 사회의 작가 조귀동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한국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사회 비평을 읽어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이 미국이나 독일, 스웨덴 같은 선진국이 아닌 마피아가 판치고 베를루스코니 같은 저질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 이탈리아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닌지 섬뜩하기 까지 한 글이었다.
저자는 특히 우리 정치판의 문제를 아주 논리적으로 파고드는데 그렇다고 민주당이나 국힘당 둘 중 하나의 진영논리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 라는 문장이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지금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만성적 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손쉬운 해결책은 적을 설정하고 그 적을 타도하는 것만이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세계관이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가 강하다. 이중 구조는 단순히 노동시장 지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연금 등 사회 복지가 일자리 지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이것이 그대로 사회복지의 이중 구조를 낳는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한 초반부에 이어 저자는 2002년 무렵 만들어진 정치질서를 분석한다.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인 개념으로 경제구조의 변화와 중산층 행동주의의 등장, 한국형 복지국가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하게 써내려 갔다.
그 외에도 압도적 우위였던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허물어졌는지, 윤석열 정부가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고령화, 지방의 몰락, 외국인 이주민 증가, 공동구매형 사회, 포퓰리즘 정치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렇게 암울한 현실 비판 뒤에는 그래도 한줄기 희망의 빛 같은 대안 제시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