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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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수많은 과학책들을 만나봤지만 뼈 이야기 하나로 책 한권을 다 채우는 색다른 기획의 이 책은 무척 즐거웠다. 그렇다고 뼈에 대한 연구학술서적은 아니었고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그야말로 뼈에 대한 이야기책이었고 뼈에 대한 논픽션 다큐멘터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저 내 몸속에 부러지면 깁스를 해야 되는 단단한 뼈나 사골 곰탕의 식재료로만 생각했던 뼈라는 단어에서 건축 자재이자 수백만 년 전 지구와 인류를 추리하는 단서이자 생활용품, 농사도구, 사냥도구, 무기, 장식품, 악기, 놀이도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던 끝없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초반부에서는 뼈의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 대해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부러진 팔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세하게 묘사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커팅콘이 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파열된 모세혈관에서 즉시 누출된 피가 골절로 인한 간격을 메운다. 그 후 2주 동안 핏덩이 속에서 새로운 모세혈관과 콜라겐 그물이 형성된다. 3~6주가 지나면 1차 작업이 완료된다. 짜잔! 새로 생겨난 뼈가 부러진 뼛조각들을 잠정적으로 연결한다. 이제 커팅콘이 행동을 개시한다. 그들은 가골이 보내는 압전기 신호에 맞춰, 수천 개의 구멍을 뚫고 다시 메워 강력하고 성숙한 뼈를 들어 앉힌다. 커팅콘은 수개월 동안 뼈를 지속적으로 리모델링한다. 최초의 골절 흔적은 점차 감소하며, 커팅콘이 재건을 완료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뼈가 지닌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미들을 읽어볼 수 있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 매장된 뼈는 인간이 언제 처음으로 추상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준다. 선사시대의 사냥꾼들은 뼈를 이용해서 몽둥이, 화살촉, 작살, 낚싯바늘을 만들었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을 뼈바늘을 이용해서 옷으로 만들었으며, 동물의 뼈를 이용해 주사위를 만들어 미래를 점쳤다. 


그 외에도 뼈 단추 산업은 패션의 역사를 바꾸어놓았고, 미국 대평원에서 수집된 들소의 뼈는 거대한 비료 산업을 촉발시켰다. 또한 카타콤에서 발굴된 ‘성인’들의 뼈로 교회는 떼돈을 벌었으며 이는 종교개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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