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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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태양


오랜만에 가슴찡하게 몰입해서 읽은 에세이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린량은 개인적으로는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미 대만 아동문학의 대가로 알려져있고 이 책은 대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민도서 중에 하나라고 한다. 



에세이기도 하지만 저자 린량의 인생이야기이기 했는데 살아온 인생에서의 여러 에피소드들과 경험, 생각, 느낌, 가족, 사랑에 대한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짧은 글들이 엮여있다. 


특히 아동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인상적이었다. 책 제목인 ‘작은 태양’은 부모 마음 속에 아이의 존재를 의미하는데 나 역시도 부모님 마음속에 작은 태양이었다는 생각에 묘한 여운이 남았다. 


단칸방에서 가난하게 살림을 차린 저자의 신혼 이야기부터 첫째 잉잉, 둘째 치치, 막내 웨이웨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함께 생활하며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는 어떻게보면 국적을 떠나 인류 모두에게 통하는 감수성이었다. 


그 외에도 오은영 박사와는 살짝 결이 다른 육아와 자녀교육에 대한 조언이 될 수 있는 대목들도 빛이 났고 성인들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될만한 문장들도 많았다.


막내에게는 작은 욕망이 하나 있다. 이 집에서 자기 말고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자기보다 일찍 태어난 첫째와 둘째는 군더더기라는 사실을 자꾸만 알리려 한다. 그리하여 막내는 자기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두 ‘장애물’을 모방해 그들의 모든 특장점을 자기 몸에 새기려고 온 힘을 다한다. ‘백과사전’처럼 모든 걸 다 아는 유일한 아이가 되어 일찍 태어난 자들의 ‘무가치’를 폭로하려는 거다.


아이들은 다들 물장난을 좋아한다. 우리 집 첫째, 둘째, 막내도 제각각 ‘물장난 시기’가 있었다. 첫째가 ‘어릴 적에’ 좋아한 일은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채우고 집에 있는 모든 구두를 담가 ‘깨끗이 목욕시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엄마 아빠는 이튿날 축축한 신발을 신고 출근해야 했다. 둘째가 깨끗이 씻긴 걸작품은 아빠의 책과 엄마의 립스틱이었다. 지금 막내는 수도꼭지 아래서 크레용, 종이, 휴대용 라디오를 목욕시키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 막내가 씻으면 안 되는 물건을 씻는 것을 막고자 우리 집 카메라와 망원경은 다 2미터 높이의 장롱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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