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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평점 :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헬리코박터, 결핵균, 비브리오, 담배모자이크, 살모렐라 바이러스부터 메타노테르모코쿠스 오키나웬시스, 티오알칼리비브리오 티오시아녹시단스 같은 처음 접해보는 이름도 길고 어려운 100가지 미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100개의 챕터로 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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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동물이나 식물에 관한 책들은 많이 접해봤지만 미생물의 세계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복잡하며 우리 일상과도 밀접한지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미생물은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이라는 이 책소개의 수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다고 미생물에 대한 깊고 진지하며 어려운 과학서적은 아니었고 길지 않은 분량의 챕터 하나하나가 주변 지인들과도 재밌게 공유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과학 지식이기도 했지만 미생물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지식들과도 연결되는 그야말로 즐거운 읽을거리였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번엔 미생물의 세계에도 진출한 기획이었다. 치아 위생에 신경 쓰다 인류 최초로 미생물을 직접 관찰하게 된 레이우엔훅부터 세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실험 대상이 되어 위궤양에 걸린 배리 마셜, 현대 미생물학 연구의 필수 도구들인 페트리 접시와 헤세 부인의 한천 배지 이야기 같은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초콜릿과 치즈부터 맥주와 와인 같은 효모균의 발효와 바나나는 바이러스 때문에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고 카페인을 좋아하는 박테리아 때문에 커피 농사 또한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천연두와 페스트, 코로나 같은 전염병도 미생물이 관여하고 있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맥주와 관련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앞에 두고 곰팡이 생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홉, 물, 맥아로 수천 년간 인류와 함께해온 음료를 만들 때 곰팡이는 필수 재료다. 이 곰팡이는 바로 맥주의 효모다. 그리고 맥주의 효모는 다름 아닌 단세포 균류다. 맥주를 만들어내는 효모들은 한 가지 일을 특히나 잘할 수 있다. 바로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배출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얼마만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무엇보다 주변 온도, 효모가 사용할 수 있는 산소량, 사용되는 효모 세포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면, 이 미생물은 물과 곡물로부터 알코올이 함유된 시원하고 멋진 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