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 김상수 - 부암동 카페냥 김상수 상무님의 안 부지런한 하루
김은혜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중무휴 김상수 


한동안 고양이 집사 열풍에 고양이 관련 이야기들이 담긴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스토리에 예쁜 고양이 사진들까지 더해진 멋진 책으로 꼽을 것 같다. 


책제목에 김상수는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이었고 교육일을 하며 부암동 카페를 운영하는 저자의 반려묘였다. 언젠가 부암동을 가면 김상수를 만나러 가고 싶어졌고 한참을 읽다보면 옆에 김상수가 있을거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책의 내용은 김상수와 함께하는 부암동 카페무네의 일상과 저자의 생각, 느낌, 다양한 에피소드들이었고 그야말로 고양이 힐링 에세이였다. 이미 카페무네에는 손님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자주 오는 단골들이 많다고 한다. 전부 ‘상수 앓이’에 빠진 손님들이다.


특히 CS 전문 강사라는 특별한 이력의 저자가 드문드문 더해주는 우리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도 귀담아 들을만 했고 실제 저자는 상수를 입양하기 전까지 우울감에 빠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상수의 ‘무소유’와 ‘자유’를 부러워하며 ‘아무 날도 아닌 날’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상대방의 마음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 말은커녕 손짓, 몸짓, 발짓까지 동원해도 오해만 쌓이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상수의 마음을 잘 아는 손님들은 다가가기보다 다가오길 기다린다. 그런 손님들 옆엔 어느 순간 상수가 먼저 와서 앉아 있다. 우리는 그런 경우 ‘계 타셨다.’고 말한다. 집사도 부러운 순간이다. 실제로 상수와 불통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 고양이는 귀가 쫑긋하면 불안하다는 것이고, 꼬리가 커지면 위협을 표하는 것이다.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표현들이지만 처음 고양이를 마주한 손님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가끔 있는 일이긴 하지만, 상수를 마냥 귀엽게만 여기고 다가갔다 물리기도 한다. 귀찮아서 도망가는 상수의 뒷모습을 보며 아쉬워하시는 손님에게는 관계 개선을 위해 조용히 츄르를 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저자 나름의 행복론에 대한 대목들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아는 감정의 단어가 적으면 아는 단어 안에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아는 단어가 ‘화’밖에 없으면 조금만 부정적인 느낌이 들어도 쉽게 화를 낼 수밖에 없다. 감정은 이름을 불러줘야 떠나간다. 우울도 슬픔도 화남도 안타까움도 안 느끼려고 하지 말고 정확히 이름을 불러주면 된다.


놀라 쓰러질 만큼 엄청나게 대단한 일만 박수받을 축하는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 피식하고 웃을까 봐 작지만 소소하게 행복할 수 있었던 일도 무심코 넘어가는 건 아닐까. 꾸준함과 평범함이 나의 무기가 됐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평범함 속의 깨알 같은 발견이다. 대단하지 않아도 나름 보통의 순간을 매일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평범하지만 당연한 순간은 더 많이 기억되어야 한다. 아무 날도 아닌 날의 편지, 아무 날도 아닌 날의 선물, 아무 날도 아닌 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런 당연한 날들 속에 피어난 꽃 같다. 보통의 일상은 모두가 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