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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 - 어원에 담긴 매혹적인 역사를 읽다
김동섭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7월
평점 :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
이 책은 두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언어학자가 쓴 역사책이라는 점이고 둘째로는 서양의 암흑시대라고 불리는 중세의 문화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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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두가지는 100단어를 주제로 관련된 중세 문화를 해설하는 흥미진진한 형식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최근 들어 서양의 근대를 인간 중심의 ‘빛’으로 상정하고 그 이전 천 년, 즉 중세를 신 중심의 ‘어둠’으로 보던 관점이 조금씩 균열이 나고 있는 학계의 흐름도 알게 되었는데 저자는 그런 맥락에서 새로운 중세를 발견해주고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100단어의 어원에 담긴 매혹적인 역사들이 길지 않은 100개의 챕터에 담았고 중세에 많이 쓰였거나, 유래한 말들을 살펴 보면 중세의 일상과 의식주부터 이름, 직업, 사랑, 전쟁 등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견하게 된다.
주로 영어와 프랑스어가 등장하고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단어에 얽힌 이야기들이 더 호기심을 자극했고 신선했다. 그 중 여행을 의미하는 travel이란 단어는 고대 로마에 트리팔리움(tripalium)이라는 형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단어가 중세 프랑스어 travail(트라바유)로 바뀌면서 ‘고통’이나 ‘힘든 일’로 재탄생했고, 이것이 ‘여행’을 의미하는 travel이 되었다. 교통망이 제대로 없던 시절에 먼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여행을 뜻하는 또 다른 영어 journey는 프랑스어 journee(주르네)에서 유래했다. 현대 프랑스어에서 journee는 ‘하루’라는 뜻이지만, 과거에는 ‘하루 동안의 여행’을 뜻했다. bonjour(봉주르)에서 jour는 영어의 day와 같다.
그 외에도 hotel, champion, cartel, mystery 등의 단어가 등장하는데 오늘날 ‘이해할 수 없고 신비로운 것’을 의미하는 미스터리(mystery)의 근원은 고대 그리스의 종교 의식에서 나온 mystes(뮈스테스, 비밀 의식에 가입한 사람)이고, 이 말은 ‘눈을 감고 입을 닫다’라는 뜻의 myein(뮈에인)에서 유래했다. 중세 도시에서는 교회에서 문맹의 농민과 시민에게 성경 내용을 가르칠 목적으로 거리 연극을 기획하기도 했는데 이를 mystery라고 불렀다. 영국에서는 교회가 아니라 길드에 속한 직인들이 연극을 기획하고 무대를 꾸몄는데 이에 따라 중세 영어 mystery에는 ‘직업’, ‘수공예’, ‘직업조합’이라는 뜻도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