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배 - 지구 끝의 남극 탐험 걸작 논픽션 24
줄리언 생크턴 지음, 최지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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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배 


글항아리에 걸작논픽션 시리즈 24번째 책은 쿡과 아문센이 등장하는 남극탐험 이야기였고 탐험 뒤에 함께 했던 선원들의 뒷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어릴 때 흥미롭게 읽었던 남극탐험과는 또다른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나로호 발사를 보며 아마도 19세기, 20세기 초의 극지 탐험은 지금의 우주탐험만큼이나 도전적인 일이었을 듯 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897년 초기 극지 탐험에 관한 실화 기반 서바이벌 스토리는 패딩점퍼도 없었던 그 시절 상상만해도 끔찍한 추위가 연상되며 호러물 그 자체이기도 했다. 저자는 치밀한 조사와 심리 묘사로 독자들을 남극 과학 탐사의 여정으로 끌고 간다. 


책의 초반부 1926년 감옥에서의 아문센과 쿡의 만남은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픽션처럼 서술되며 논픽션이라는 이 책의 정체를 잠시 잊게 만들기도 한다. 1897년 탐험을 함께 떠났던 아문센은 감옥에서 오랜 동료와 재회하고는 손을 맞잡은 채 놓지 못한다. 그리고는 벨자크호의 남극 여정을 설명하는 세밀한 지도 몇 컷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뒤로 돌아가 벨지카호를 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탐험 후반부에 가서는 온통 어둠만 존재하거나 반대로 온통 하얀빛에 둘러싸이는데, 두려움과 공포는 극에 달해 탐험가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아문센에게 극지 탐사는 일이 아니라 거의 기사도적인 소명이었다. 그에게 돈은 명예보다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급으로 자원해서 봉사했다. 


아문센이 극지의 광기에 시달리고 있다 하더라도, 톨레프센과 반 미를로를 비롯해 그 이후의 수많은 극지 탐험가와 기지 주둔 요원들을 괴롭혔던 광기와는 성질이 달랐다. 극한의 환경을 지배하는 외부 힘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그로 하여금 정복하게 만든 야망, 경쟁심, 인내, 그리고 거의 마조히즘에 가까운 끈질긴 투쟁과 같은 내부 힘의 흉포함이 일으킨 광기였다. 이러한 열정은 지리적 목표를 정복했다고 해서 없어지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2년여에 불과하지만, 돌아올 때 그들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얼음의 압박을 목격한 이들은 공포에 사로잡혔고, 몇몇 선원은 돌아와 온갖 증세에 시달렸다. 피로, 끊이지 않는 두통, 신경성 문제, 불면증, 심장 이상 증세, 숨가쁨,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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