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위한 의료윤리학의 질문들
김준혁 지음 / 반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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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학이라는 처음 접해보는 분야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여러가지 담론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의료윤리학자이기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최근 첨예하게 불거졌던 코로나와 관련된 여러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힌트들을 제공한다. 


최근들어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 된 것처럼 엔데믹시대란 단어까지 들리는데 한편으론 다른 변이의 창궐과 원숭이두창 같은 또다른 위협도 부상하고 있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저자는 혼란 속에서 각자도생이 아닌 개인과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다시 건강해질 것인가를 모색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책의 구성은 코로나19와 관련된 14가지 주제를 14개의 챕터에 배정해 함께 생각해보고 최선의 해답을 도출해보는 과정을 담고 있다. K-방역부터 건강 불평등, 환자의 우선순위, 백신과 인권, 돌봄, 장애와 노화, 가족 이데올로기, 혐오와 차별, 인간중심주의의 한계, 휴먼 챌린지 등의 평소 뭐가 정답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던 화두들과 잘못 알고 있었고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의학이란 분야가 발전만 추구해야할 과학이 아닌 사회학과 윤리학, 인문학적적 통찰이 필수적인 분야란걸 새롭게 알게 되었고 인류의 더 나은 선택과 미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윤리가 바로 서야 보장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의료윤리는 한정된 의료 서비스를 누구에게 먼저 분배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를 논의하고 가부장적, 후견주의적 보건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짚는 동시에,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실행되는 정책의 강제성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과 노인의 탈시설화에 대한 대목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격리시설은 고질적인 인권 침해 문제를 안고 있을뿐더러, 시설 내 코로나19 집담감염 사태처럼 안전과 보호라는 명분이 지켜지지도 않는 방식이다. 장애와 노화를 몰아내거나 배제하지 않고, 삶의 당연한 조건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노인을 어떻게 사회 안에서 돌볼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탈시설화는 단지 지역 바깥의 시설에서 지역 내 돌봄시설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 노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장소로 바뀌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최근 백신을 세번이나 접종하고도 결국 코로나 확진을 받고 회의감까지 들었던 백신 접종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저자는 백신접종이 남을 보호해 결국 나를 보호하기 위한 상보성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백신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 보장은 그저 ‘당위적’인 사안이 아니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사람에게, 백신이 더 시급한 나라에 백신을 나눠주는 행위는 결국 ‘나’를, 우리를 지키는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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