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김정인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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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개인적으로도 책이나 다큐,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통해 여러 간첩단 조작 사건들의 전말을 접해왔지만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결코 잊혀지면 안 될 대목을 짚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을 만든 재단법인 들꽃은 조작되고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데 큰 역할을 하며 이미 한국현대사와 조작간첩,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등의 책을 펴내기도 한 곳이다.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은 32명이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과 징역 총 119년형을 받았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에서 실패한 수사관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꾸며낸 작품이었고 한국전쟁 중에 월북 내지 납북되었던 사람이 1960년대에 친인척을 만나러 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일본에 이주한 친인척 또는 지인이 조총련과 연관이 있다고 하여 간첩으로 조작된 재일동포 간첩 사건, 1960년대 외화 수입을 위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북한에 납치된 후 돌아온 납북귀환어부 간첩 사건, 북한에 있는 친인척 등을 만나려고 정부 몰래 입북했다가 돌아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이들의 가족들이 모두 간첩이 되어버린 간첩 사건 등 조작간첩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이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까발리고 공안통치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먼저 그 당시 역사적 배경부터 수사와 재판 과정들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고 뒤이어 간첩단 조작 사건의 설계자, 차철권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깊히 파고든다. 


또한 이 사건에 휘말렸던 울릉도 사람들과 전라북도 사람들, 재일교포 이좌영과 전라북도 사람들, 일본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이좌영에게 의지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 간첩 조작 올가미에 걸린 일본 농업연수생들, 동향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에게 도움을 받은 지식인들의 스토리가 충격적으로 서술된다. 


그 외에도 책의 후반부에서는 간첩 조작 사건 이후 ‘간첩’의 삶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와 사법부의 재심 재판에 대해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1974년 3월 15일 중앙정보부장 신직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울릉도 거점 간첩단’ 47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괴가 남한 적화 혁명을 목적으로 그들의 공작원을 직접 남파시키거나 일본을 통해 우회 침투시켜 소위 인민민주주의 대남 혁명전략에 입각하여 현 정부 전복을 획책해온 대표적인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1960년대를 거치며 비대해진 박정희 정권의 대공·방첩 기구는 거대한 조직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의심받고 있었다. 중정의 입장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큰 것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중정은 내사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이런저런 수사 건들을 하나의 간첩단 사건으로 확대·조작할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결과가 바로 ‘울릉도 거점 간첩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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