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의 발견
조성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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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어쩔수 없이 아파트가 최선인가?란 회의감이 들던 차에 만난 책이라 신선한 충격이었고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 이라는 컨셉이 나의 라이프스타일과도 통하는 면이 많아 몰입해서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 중에 혼자 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딜레마가 나만 그런게 아니란 사실이었다. 저자는 이런 요즘 사람들의 성향을 꿰뚫어보고 개인들의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낸 1인 거주자를 위한 커뮤니티 주택 ‘맹그로브 숭인’으로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이력의 소유자였다. 


이 책은 맹그로브 숭인에서 실현된 그의 성공한 실험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담겨있다. 어떻게 하면 이웃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모여 사는 집을 만들 수 있을까? 주방과 복도에서 자연스러운 스침을 의도한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등의  ‘주거’와 ‘공간’에 관한 파격적인 발상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책의 구성은 전반부 어울려 사는 기술과 후반부 혼자 사는 기술로 이어지는데  냉장고 실험: 공유와 사유의 경계, 머물고 싶은 공원의 비밀, 도시 생활자들의 옥상, 혼자들의 느슨한 연결, 중요한 것만 남기는 비움의 기술, 혼자 사는 사람이 집에 원하는 것들, 우리가 공간을 인지하는 감각, 공간의 주인이 되는 과정, 빛이 만드는 공간 등의 공간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렇다고 어려운 건축학적 전문 서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고 지금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이 한번쯤은 같이 생각해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서는데 참고가 될만한 친절한 가이드 같은 이야기였다. 


텔레비전이 일방향을 강요했다면, 스마트폰은 다多방향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일반적인 아파트를 떠올려보자. 현관에서 들어와 거실로 이르는 동선은 텔레비전이 놓인 거실로 향하는 막다른 골목에서 끝난다. 그러나 이제 공간과 가구는 텔레비전의 눈치에서 해방될 수 있다. 거실에 각자 원하는 방향을 보도록 가구를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어떤 방향으로 앉든 어차피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요컨대, 1인 가구가 원하는 집이란 자신의 생활 방식이 바뀌었을 때 그것을 잘 받아줄 수 있는 집이다. 단순히 집의 면적이 늘어나거나 줄어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집은 개인의 취향 변화, 사업 여부, 동거 가능성 등 구체적인 욕구에 대응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1인 가구는 일반적인 가족 집단에 비해 욕구의 변화도 빠르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지만 친구들을 초대해서 홈파티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게임기를 사들여서 한동안 열심히 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취미를 바꿔 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러닝을 하기도 한다. 연애하는 사람이 생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이런 변화에 따라 집에 바라는 것도 빠르게 바뀐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생애 주기가 아니라 ‘상황 주기situation cycle’라는 명명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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