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김하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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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베스트셀러 <국화꽃 향기>의 김하인 작가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반갑게 집어든 책이다. 그리고 여느 평범한 소설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특별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자전 소설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소설도 에세이도 자서전도 아닌 그야말로 ‘이야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책이었다. 그만큼 김하인 작가가 직접 옆에서 직접 이야기해주는 듯한 문체가 즐겁게 읽혔다. 


보통 어머니라고 하면 고생 많았던 시절 자식에게는 한없이 따뜻했고 그리움과 눈물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 역시도 그런 요소가 매력이었지만 마냥 신파는 아니었다. 김하인 작가의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며 글 자체를 읽는 맛이 대단했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은 단짠단짠의 감동을 선사한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나의 어린시절과 어머니와의 추억들이 연상되고 책을 읽다말고 깊은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들도 과연 눈을 감고 불러 보는 ‘엄마’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위로가 되는 힘이라는 말이 통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은 김하인 작가가 어머니의 유품 상자를 정리하다가 옛날 사진을 발견하고 엄마를 생각하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어린시절 시장통 붉은 함석지붕 집에서 시작하여 황소고개 쇠 주물 집까지 유년 시절의 기억들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던 시간까지도 읽어볼 수 있었다. 


다섯 형제 중 막내인 작가는 아마도 다섯형제 중에 어머니와 제일 짧은 시간을 함꼐 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애틋한 지도 모른다. 또한 이야기 속에는 60~70년대 정치 경제 역사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고 그 시대의 언어도 맛깔나게 담겨있었다. 


왜? 왜 갑자기 우냐?

방금…… 감꽃이 내 이마에 떨……어졌어.

나는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가리켰다.

그랴? 그래서 감꽃에 요기가 맞으니까 요 이마가 꿀밤 맞은 것 맨쿠롬 아팠어?

……응.

나는 애살맞게 엄마의 부드러운 품에 내 뺨을 수없이 부비고 떨구었다. 엄마는 천상 막내 짓을 하는 그런 나를 더욱 살갑고도 포근하게 가슴에 안아 주셨다. 물론 나는 그때 진짜로 내 머리통이 떨어지는 감꽃에 연달아 맞았다. 엄마가 다른 곳을 쳐다보는 사이 엄마 무릎 위에 누워 안긴 나는 높은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탱글탱글한 노란 감꽃에 분명히 이마가 맞기는 했다. 하지만 하나도 안 아팠다.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났던 까닭은 장독 밑바닥 가까이 놓여 있는 엄마의 푸른 맨발 하나를 봤기 때문이다. 비록 겨울밤은 아니라 해도 발목까지 덮은 얇은 포플린 치마 밑으로 삐져나온 엄마의 맨발 하나가 너무나 추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던 것이다.

커다란 감나무는 그 밤이 마치 감꽃 추방하는 밤이기 라도 한 듯 수없이 많은 감꽃을 땅바닥에 떨구었다. 그 오밤중에 탱글탱글한 감꽃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한 몸이 되어 앉아 있는 엄마와 내 근처로 수없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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