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 - 여백을 담는 일상의 빛깔
방수진 지음 / 이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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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그림과 글에 담는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방수진 작가의 에세이 책이다. 시중에 에세이라고 하면 쏟아져 나올 정도지만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이는 소장 아이템이 되어준다. 


책의 구성은 사계절을 테마로 네개의 챕터로 이어지며 저자의 경험과 생각, 느낌, 단상들을 풀어내는데 그 사계절의 빛깔과 생각과 감정들이 그림으로도 표현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멋진 그림들에 한참을 머물며 감상하고 또 다시 만나게 되는 문장들도 한참을 곱씹게 되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자의 인생을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고 일상에서 행복을 쟁취해가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수많은 조건과 기준은 다르다. 평범한 삶이 어렵듯 적당한 농도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농도를 조절하는 연습을 거치다 보면 투명성을 확보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채화를 그리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자신만의 ‘농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농도를 사계절로 나누어 풀어놓는다.


그 사계절에서 봄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과 생각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즐거운 것을 찾고, 가을에는 감정이 예민해져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끼고, 겨울에는 고독을 즐기되 우울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수채화의 매력을 글로 표현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는데 명료하지 않은 듯 보이는 수채화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빛깔이 있다. 묘사가 필요한 부분은 집중해서 그려야 하고, 여백을 어떻게 비워 놓느냐에 따라 새로운 풍경이 된다. 그림이 그렇듯 일상에도 여러 가지 빛깔이 있고, 어디에 집중하고 여백을 두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삶을 그릴 수 있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자신만의 농도를 찾을 때 한결 가볍고 투명한 날들을 담을 수 있음을. 그 그림은 ‘나만의 색이어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내 삶의 소실점은 어디인가, 삶에도 명도가 필요하다, 당신의 채도는 무엇인가요, 보이는 것 너머를 그리고 싶다, 인정의 기준을 달리했다, 어떻게 쉬지 않고 그리세요, 끝까지 그린다, 화가로 산다는 것 등 화가로서의 이야기가 우리 인생과 일상에서 이렇게도 비유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떤 대목에서는 나도 그림을 배워볼까하는 욕구를 샘솟게 하기도 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그림에 담는다. 처음에는 뒤엉킨 마음처럼 연필 선도 뒤죽박죽이다. 그려진 그림을 좀더 단순한 선으로 정리한다. 단순해진 밑그림에 내 마음이 담긴 사물을 넣는다. 마음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색과 기법을 찾고,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그림의 명암으로 표현한다. 그린 후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글로 다시 담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가 보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과 만난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주름이 보이고, 주름 속에 깃든 삶의 무게를 느낀다. 함께한 시간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그 안에서 나는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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