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병 - 공감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나가이 요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마인드빌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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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병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살짝 의아했다. 그리고 ‘공감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이라는 부제를 읽고는 공감 중독이라는 키워드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집어들었다.  저자는 현재 우리들의 공감중독, 공감 과잉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는 공감을 잘해서 나쁠건 없지 않냐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공감병이란 주변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든 더 많은 공감을 얻기 위해 경쟁하다 보면 공감의 획득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일컫는다. 자극적인 문구와 과장된 주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다 보면 본래 해결하려던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감이라고 하면 다들 훈훈하고 따뜻한 모습을 떠올린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결하며 연대를 만드는 것은 모두 공감의 능력이자 역할이다. 그만큼 공감은 현대인의 인간관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공감은 원만한 인간관계의 비결 이상을 넘어, 비즈니스 영역뿐만 아니라 차별과 혐오를 풀어내기 위한 해결책으로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진심으로 세계나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쉽게’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고 관심을 끌어내는 방법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문제의 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감을 얻지 못한 사회적 과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겨진다. 무엇보다 그것을 둘러싼 사회가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로 일그러지지는 않을지 깊이 우려된다.


공감이 사회와 세상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열쇠 중 하나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특히 기존의 틀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데 공감이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감은 명백하게 분쟁이나 대립 같은 것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예컨대 1990년대 벌어졌던 르완다 대량 학살은 같은 민족, 어릴 적 친구, 동료 등 동일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특정 민족에 대한 혐오감을 부채질한 결과이다.


저자의 이력도 특이했다. 그는 소말리아 등의 분쟁 현장에서 테러 단체의 투항병이나 체포자, 폭력단의 과격화 방지를 실시할 뿐만 아니라 테러 단체와 꾸준한 교섭을 시도하며 테러와 분쟁 해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난 사람들, 겪은 일들을 토대로 ‘공감’ 안에 내포된 차별과 혐오에 대해 고민한 결과로 자기만의 ‘공감론’을 설립했다. 


책의 구성은 서론에서 공감의 기존 정의를 재정립하고 뒤이어 공감 중독 사회의 현 상황과 모순점을 꼬집는다. 그리고 분쟁지에서 테러단과 조우하고 또 그들을 위해 일했던 경험을 풀어놓으며 공감을 효과적으로 다뤄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저자 나름의 전략을 제시하는 흐름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감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이성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가능성이 생긴다. 우리가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려면 훈훈한 마음이 공감의 범위를 뛰어넘어 권리의 범위에 이르러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본능적인 것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들의 권리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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