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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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요즘 같은 코로나 봉쇄 시국에 여행에세이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던 차에 만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읽어보는 남극 여행기와 코로나19로 입항 거절을 당하며 배에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까지 담긴 색다른 책이었고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간 14일  + 18일간의 생생한 기록이기도 했다. 


저자는 운이 좋게도 코로나19 직전에 남극 여행을 시작했고 한편으론 운이 나쁘게도 코로나19로 여행이 중단되고 네 번의 입항거절, 국경 폐쇄와 공항폐쇄까지 겪게 된다. 

책의 구성도 남극 여행 14일을 시간순으로 이야기해주는 첫번째 챕터와 18일간의 선상 고립생활을 시간순으로 풀어내는 두번째 챕터로 엮여있다. 


저자는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에 누운 날 아내와 함께 1년간의 세계 일주를 다짐했고 마지막 여행지가 남극탐험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 드라마 같은 실제 스토리는 시작된다. 여행과 고립이라는 상반된 체험을 모두 하며 겪는 저자의 경험과 생각, 느낌, 여러 에피소드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읽어볼 수 있다. 


특히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서 관찰자 시점으로는 풀어내는 다양한 인간 군상도 읽어볼 수 있었고 남극이라는 색다른 장소를 간접체험해보는 즐거움도 있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남극 풍경들을 그려내는 표현들이 인상적이었는데 펭귄과 엣턱끈 펭귄 한 마리가 떠다니는 빙하 위에 홀로 서있는 모습이 마치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보였다고 말한다. 


‘지금 올라 서있는 빙하가 곧 녹아 없어질 텐데, 쟤는 그럼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펭귄의 수영 실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자 피식하고 웃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눈 내리는 바다 한가운데 빙하 위에 홀로 선 ‘두 발로 걷는 동물’을 보고 있으니 괜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빙하와 함께 떠다니던 날. 남극에 와서 처음으로 붉은 노을을 보았다. 저물어가는 태양빛이 빙하의 옆면을 붉게 물들였다. 희고 푸른 유빙들은 노을 지는 태양 빛을 받아 붉게 빛났다. 어두워지는 남극 바다에 떠다니는 수백 개의 빙하들이 한순간 빨간 형광물질을 바른 듯 저마다 빛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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