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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저을 때 물 들어왔으면 좋겠다
샴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평점 :
노 저을 때 물 들어왔으면 좋겠다
뭔가 오묘한 스타일의 그림 에세이로 그야말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샴마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멋지게 그려낸 책이다. 사실 시중에 위로와 공감을 표방하는 에세이 책이라면 넘쳐날 정도지만 이렇게 저자 자신의 인생과 일상을 그려냈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특히 20대 후반의 취준생 나이대인 저자다 보니 더욱더 같은 세대들에게는 절절하게 와닿는 이야기들이 가득했고 제목처럼 일단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땐 다시 돌아오더라도 오지게 뛰어가보길 제안한다.
이야기들은 주로 저자 자신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풀어내는 일종의 우리시대 청춘들의 좌충우돌 분투기였다. “얘들아, 나 힘든 일 있었어.” 담담하게 털어놓는 하소연부터 “MBTI는 과학”이라는 유쾌함과 눈물과 웃음이 번갈아가며 단짠단짝의 매력이 넘쳐나는 책이다.
그외에도 다이어트 결심한 지 5분 만에 치킨을 뜯으며 “이게 행복”이라고 말하고, 친구들이 빨리 성공해서 건물 하나 사주기를 진지하게 바라며, 불합격 결과에 가져야 하는 자세는 자책이 아니라 “정상에서 보자는 건가? 오케이~” 하는 웃픈 자신감이라는 찰떡같은 표현들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책을 펼치면 맨 먼저 읽게 되는 샴마 작가 본인의 소개부터가 남달랐다. 출신학교와 거창한 프로필과 수상이력이 아닌 미루고 미루다가 출발해야 되는 시간에 일어나서 결국 못 씻고 나가는 날이 많고, ‘독한 년’이 되겠다는 다짐은 수시로 깨지지만, 평일 낮에 옥상 주차장에서 햇빛 받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행복을 아는 사람. 대화를 시작하면 ‘기승전MBTI’가 될 만큼 MBTI를 맹신하지만 그냥 모든 건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라며 편한 사람이랑 있으면 행복하고, 행복한 사람이랑 있으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내가 노 저을 때 물이 타이밍 맞춰 들어와줬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하는 평범한 이십 대 여자 사람이라는 설명이 정말 폼나는 자기소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