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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번역을 거치지 않은 국내 작가의 공포 호러 장르소설이 무척 반가웠다. 익숙한 일상과 코믹함까지 어우러진 페이지터너 소설의 전형을 읽다보면 갑분싸 호러, 공포에 기겁하는 색다른 스타일이 매력적이었다.

이미 한국 장르문학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남유하 작가의 소설집이 퍼플레인이라는 이름도 멋진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의 첫번째 책으로 선보였다. 300페이지 넘는 분량에 10편의 단편들이 넉넉하게 담겨있지만 막상 읽다보면 줄어드는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읽을거리였다.
첫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닫혀 있는 방>은 문을 열면 안되는 방이 있는 집을 임대한다는 살짝 진부한 설정이지만 시어머니와의 불화라는 색다른 소재와 호러적 요소가 어우러져 이 책은 즐겁게 완독 할 수 있겠다는 좋은 예감을 갖게 했다.
뒤이어 어릴 때부터 엄마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삶을 살아온 여자가 선을 보는 자리에서 좀비로 변하는 질병에 감염되고 남편을 죽여서 양꼬치로 만들기도 하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호러 뿐만 아니라 스릴러,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SF, 판타지적 요소까지 엿보이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잔혹한 괴롭힘이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거나 심지어 주인공 본인을 향할 때 그 끔찍함 어디쯤에서 차라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는 기괴한 책소개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단편 속 인물들은 대체로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다.